[후루츠자] 친구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1회: 처음
첫인상은 별로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얼굴이 예쁘다고 눈을 반짝이며 제 뒤를 졸졸 쫓아오더니 그대로 찰거머리처럼 붙어서는 늘 제 뒤에 있었다. 그 아이가 따라올 때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시로 일관했다. 싸움을 걸어오는 것도 아니니 맞서 싸울 수도 없었고, 여자아이를 상대로 그러기도 좀 내키지 않았다.
다만 뒤에서 무슨 짓을 하더라도 관심을 주지는 않았다. 넘어지든 말든 제 알 바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누가 보면 냉정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열두 살의 저는 아직 많이 어렸다. 솔직한 심정으론 제 외모를 가지고 놀리는 녀석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또래의 여자아이하고 어울려 다닐 나이는 지났다고 우쭐거리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히 그 아이를 피하게 됐다.
하교하고 나면 만날 일은 별로 없었으니 괜찮았으나, 학교에 있을 때는 정말 질리지도 않게 쫓아다니는 통에 꽤 많이 고생한 편이었다. 어차피 관심은 금방 사라질 테니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넘어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무시로 일관했다.
내심 찔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신경 쓰지 않는 쪽은 그 아이였다. 제 이름을 몇 번이고 부르며 말을 걸기도 했으나 평소에는 뒤를 졸졸 쫓아다니기만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뜨거운 시선을 느끼면서도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철퍼덕하는 큰 소리가 났다. 누가 봐도 크게 넘어진 게 분명한 소리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볼 뻔했지만, 간신히 참고 가던 길을 멈추고는 가만히 섰다. 어떻게 나오나 볼 작정으로 귀만 열고 기다려도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주변은 다른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만 가득했다. 옆에서도 크게 넘어진 소리에 놀라기는 한 모양이었으나 아무렇지도 않게 있으니, 관심은 바로 사그라들었다. 시간이 지나도 가만히 서 있기만 한 제게 그 아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후루야 군, 괜찮아?”
“그건 내가 할 말이…, 피 나잖아!”
“아, 이거 괜찮아, 괜찮아. 그냥 까진 것뿐이잖아.”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서 콘크리트 바닥에서 넘어졌으니 멀쩡하지 않은 게 당연했다. 무릎에서는 피가 났고 팔뚝도 까져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절대로 괜찮다고 볼 수 없는 모습이었는데도 뭐가 좋다고 활짝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는지 어린 시절의 후루야 레이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고 해서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지, 진짜로 괜찮은데….”
“상처는 그대로 내버려 두면 세균에 감염돼서 심각하면 다리를 잘라내야 할 수도 있대. 그러니까 잠자코 따라오기나 해”
그렇게 말하며 괜찮다며 빼는 그 아이의 손을 붙잡고 보건실까지 데리고 가려고 했다. 그날 처음으로 제대로 그 아이와 얼굴을 마주했다. 그때 본 표정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라는 말을 얼굴로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정도로 다리를 절단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었을 테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찰과상으로 보건실을 아이들이 찾아올 테니 별일 아니라고 하는 그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저로서는 꽤 심각한 사안이었다. 제가 괜히 무시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 같다는 죄책감도 조금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괜찮다고 해도 내가 안 괜찮아.”
“후루야 군은 얼굴도 잘생겼는데 마음씨도 곱구나.”
“이런 때마저도 그 말이냐, 너는 질리지도 않아?”
“그야 네 얼굴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걸.”
그 이야기가 아니잖아!
그 뒤로는 순순히 제 손에 잡혀서 보건실로 끌고 갔다. 선생님이 없는 탓에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를 의자에 앉혀두고 저는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상처를 치료해 주어야만 했다. 피가 많이 난 상처라 아플 만도 한데 소독약을 바르고,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는 그 시간 내내 그 아이는 제 얼굴이 뚫어져라 내려다보기만 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여전히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자, 다 됐어.”
“고마워, 후루야 군은 정말 상냥하네.”
“별로 그렇지도 않아.”
“좀 더 자신감을 가져. 자, 따라 해보자. 후루야 군은 상냥하다!”
안 해. 하고 딱 잘라 말하자 더는 귀찮게 말을 걸어 오지 않았다. 보건실을 나가려는데도 굳이 나란히 옆에서 걸으려 하지 않고 뒤에 서서 제가 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그 아이의 고집도 어지간했다는 소리였다. 그런 그 아이에게 손을 내민 것은 단순한 변덕이었다.
제가 내민 손을 두고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는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멀뚱히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또 다치면 안 되니까 손잡고 가자는 말에 또다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거봐, 상냥하잖아. 아! 그런데 후루야 군은 내 이름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츠자와 모모잖아.”
“이제 우리 친구니까 모모라고 불러도 돼.”
“친구여도 안 부를 거야.”
그 이후로 그 아이와는 쭉 함께였다. 질긴 인연이 용케도 끊기지 않고 이어져 와서는 지금도 여전히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언제까지 그렇게 불릴지는 알 수가 없으나, 적어도 너무 오래 끌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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