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준수른] 준수 1/2 - 00

Zoo의 영역 by Zoo
53
2
0

-소장용 결제창 있음

-맞춤법 검수 X 그냥 올림

-성준수가 선천적 후타나리입니다 주의 바람

-다음편이 안 나올지도 모름 반응 좋으면 계속 써봄

그런 말이 있다. 남사친에게 남자친구 삼을 애를 소개해달라고 했을 때, “걔 완전 상남자지!”가 먼저 나오는 놈은 피하고, “걔 좀 기생오라비 같이 생겨서 같이 놀긴 별론데…….”가 나오는 놈을 잡으라고. 평소 행실이나 외모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남자 대부분을 이 기준 아래에서 나눌 수 있는 게 주된 원인이며, 대체로 이 기준은 잘 틀리지 않는다. 여성들 사이에서 구전처럼 내려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준수는 어떠한가. 누군가 성준수와 친하다고 치고 그에 관해 묻는다면 십중팔구 모호한 표정을 지을 거다.

 

준수? 존나 남자지. 진짜 개상남자임. 욕 많이 해서 그렇지 의리도 있어. 근데 생긴 건……. 아 뭐. 뭐 씨발. 까놓고 걔 농구 안 했으면 키 안 크고 근육 안 붙어서 기집애 같았을지 어떻게 아냐. 그리고 그런 면 없잖아 있어. 걔…….

 

성적 함의를 담은 시선으로 나아가지 않았을 뿐이지 성준수가 미형의 외모를 가졌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성별 불문하고 누구든 긍정한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어느 성별에든 먹히는 외모라는 뜻이기도 했다.

실적 부진으로 인기가 더럽게 없는 지상고 농구부에서 지랄 맞은 성격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고백 이벤트가 발생하는 성준수는, 놀랍게도 모쏠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 농친놈한테 연애가 가당키나 하냐’는 반응을 보이는 게 대부분이라 간과하고 있으나 그의 성적인 담백함은 조금 기묘한 구석이 있었다.

 

음담패설 절대 안 해. 연애 얘기에도 전혀 관심 없어. 자위 정보 공유할 때도 완전히 남일 보듯 한다니까? 이런 얘기 좋아하는 게 당연한 건 아닌데 보통은 좋아하잖아. 좀 이상해. 무성애자? 그런 건가?

 

고고한 신선처럼 색욕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구는 성준수는 정말로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리 없다고 확신하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그럴 수도 있지. 더 큰 대한민국에는 이런 놈도 있고 저런 놈도 있고. 발전하는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 이러한 성준수의 태도는 일견 플러스 요인까지 될 때도 있었으나, 역시나 그는 관심이 없었다.

성준수는 진심으로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반강제로 연애, 결혼, 성행위가 금지될 운명을 타고 태어났으니까.

 

 

 

준수 1/2

 

 

 

“흐어어 등교하기 싫으아어으준수햄좋은아침입니다.”

“안 좋다 씨발…….”

 

기상호의 눈치 레이더가 빠르게 돌았다. 성준수의 표정이 평소보다 더 죽상이다. 우중충하게 먹구름까지 낀 거 같다. 생기가 없어 동태눈깔을 연상시키는 눈빛이나 거칠거칠한 피부까지, 오늘의 성준수는 [건드리면 좆됨 2000%] 모드다. 이 사실을 모두에게 최대한 빠르게 전달해야 누구도 졸라 깨지지 않고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기민한 움직임으로 벽을 타고 샤샥 샤샥 움직여 슬슬 일어나기 시작한 다른 기숙사 멤버들에게 가는 기상호를 희번떡 뜬 눈깔만 굴려 쫓은 성준수가 이를 갈았다. 저 새끼는 왜 아침부터 바퀴벌레처럼…….

잔뜩 찌푸린 미간을 유지한 채 핸드폰 액정에 뜬 날짜를 확인한 성준수가 연신 욕을 읊조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완전히 패착이었다. 태어나 지금까지 이 몸으로 살아오면서 강박적일 정도의 관리로 컨디션을 유지해왔는데, 최근 몰아치는 각종 사건·사고들로 그만 생필품 수급에 지장을 빚고 말았다. 생필품이라고 해봤자 이 공간에서 오로지 성준수만, 아무도 모르게 비밀로 사용하는 물건들이었으므로 오늘 구하기도 난감했다. 아니. 애초에 아직 예정일은 3일이나 남았는데 왜 벌써 아랫배가 이 지랄인지.

바지와 속옷까지 한꺼번에 내리고 변기에 털썩 앉은 성준수가 속옷 가운데를 살폈다. 아 썅, 냉 나왔잖아. 설마 오늘 하는 거 아니겠지? 휴지라도 덧대고 가? 그거 끼고 농구를 어떻게 하는데. 오늘은 괜찮겠지. 암만 생리불순이라고 해도…….

 

생리.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어에 성준수는 눈을 감았다. 밖에서 쑥덕대고 있을 놈들은 상상도 못 할 고충이다. 평생 이렇게 살아온 자신도 가끔은 낯선. 아무리 친하고 아무리 가까워도 가족과 태어났을 때 받아준 의사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밝힐 수 없는 것. 서울을 벗어나 타지로 가는 걸 가족들이 뜯어말렸던 결정적인 이유.

 

똑똑

 

“뭐야.”

“전하. 혼자 그렇게 오래 계시면 저희 다 지각하옵니다.”

“하던가, 씨발.”

“출결 관리 안 하면 담임이 졸라 갈구옵니다! 나와주시옵소서!”

“지랄 진짜……. 야.”

“왜요.”

“기숙사에 진통제 남은 거 있냐?”

“엥? 어디 아파요? 타이레놀은 있을 텐데.”

“그거라도 물이랑 꺼내놔라.”

 

들리지도 않는 욕을 중얼대며 멀어지는 공태성의 목소리를 듣던 성준수가 아래를 갈무리하고 일어났다. 타이레놀은 잘 안 듣는데. 이지엔6이브가 짱인데……. 욕실에서 나와 그나마 멀쩡한 정신머리로 걱정을 하는 진재유에게 약한 두통이 있다는 변명을 하며 타이레놀을 삼킨 성준수가 등교 준비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금요일. 오늘만 어떻게 넘기면 내일은 외출해서 약이랑 생리대를 사 올 수 있을 테니 조금만 참자. 아릿한 아랫배로 인해 저절로 굽혀지려는 허리를 어떻게든 피면서, 성준수는 안 그래도 예민한 신경을 더 예민하게 갈았다.

그렇다. 성준수는 튼실하니 제구실 잘하게 생긴 남성기와 항문 사이에 여성기까지 달고 있는 양성구유였다.

 

날 때부터 그랬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부모님은 이 사실을 죽을 때까지 숨기라고 했고, 여동생은 자연스럽게 존재를 받아들여 주면서도 이따금 동정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 숨 쉬듯 좆같았기에 성준수의 신경은 날로 날카로워졌으며, 사람과 만나 정상적으로 사랑하며 가정을 꾸릴 수 없다고 일찌감치 못 박힌 탓에 그만큼 농구에 더 집착했다.

그나마 입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요즘 들어서는 구마 당했다는 말까지 들을 만큼─그래서 어떤 새끼가 한 말인데 이거─ 유해졌으나 그게 오히려 방심을 유도했는지도 모르겠다. 월경 주기가 일정한 만큼 시작 이틀 전부터 진통제를 먹으며 통증을 줄였고 생리대를 붙일 수 있는 여성용 사각팬티를 이용하며 버텼다.

성준수가 이상한 부분에서 유독 예민하다고 알고 있는 농구부원들은 그가 가끔 아무도 없는 시간에 씻겠다고 하거나 소변을 변기 칸에 들어가서 누어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쩌면 초반에 유난 떤다며 이죽거렸던 공태성이 말로 고막에 전치 4주를 처맞는 걸 보면서 없는 이해심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는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요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까지 성준수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잘 버텨왔다는 것이다.

 

공을 튀기며 코트를 가로지르던 성준수가 둔중했던 통증이 점점 심해지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약 먹었잖아, 씨발……. 타이레놀은 이래서 안 돼. 하반신이, 특히 가랑이 사이가 먹먹할 정도로 감각이 없었다. 바닥에서 튕겨 오르는 공의 소리가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

쌍용기 이후로 더는 코트 바깥에 머무를 필요가 없어진 기상호가 연습 도중 먼저 그 이변을 눈치챘다.

 

“희차이. 준수햄 지금 상태 영 안 좋아 보이는디.”

“어……. 그른가? 내 눈에는 평소랑 똑같다.”

“똑같긴 개뿔. 눈썹 각도도 3도 더 기울어졌고 허리도 더 꾸부정하다. 아까 아침에도 약 찾지 않았나.”

“헐. 감독님한테 말해야 하는 거 아이가?”

“똥 마려운 거 아님?”

“어쩐지 화장실에서 드릅게 늦게 나오드라.”

 

큰 경기가 끝나 약간 해이해진 기강 사이에서 흥미로운 대화 주제가 하나 나오면 금방 정신이 팔리기 마련이다. 슬금슬금 모여든 김다은과 공태성까지 합류해 성준수의 현 상태에 대해 떠들다가 어느새 다가온 진재유의 부드러운 경고에 다들 눈만 이리저리 굴렸다.

 

“니들 그릏게 떠들다 준수가 보믄 일 난디. 상태는 내가 물어볼테니께 각자 연습들 해라.”

“힝…….”

“상호야.”

“넵.”

 

장난은 여기까지! 또 의미를 알 수 없는 포즈를 취한 기상호와 김다은을 시작으로 농땡이 무리가 해산하자 진재유는 공을 든 채 림만 노려보고 있는 성준수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상태가 이상했다. 이 정도로 소란이 생기면 당장에라도 욕을 날리며 뭐라도 행동을 취했을 텐데. 진재유는 제가 아주 지척까지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고 나서야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는 성준수를 보고, 제 생각을 확신했다.

 

“준수야. 어데 안 좋나?”

“아…… 니야. 그냥, 조금.”

“조금이 아인 거 같은디. 땀을 뭐 이래 마이 흘렸노.”

 

가까이에서 본 성준수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연습을 오래 한 것도 아닌데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체육복과 창백한 얼굴. 마침 감독과 코치가 잠시 자리를 비워 도움을 바라기도 여의치 않았다. 성준수 고집 장난 아닌데. 난감한 표정을 짓던 진재유가 다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양호실 잠깐 다녀온나. 삼십 분이라도 쉬다 오믄 나아지지 않나.”

“괜찮다니까……. 연습 중에 어딜 가.”

“컨디션 관리도 중요,”

“됐다고 했다. 너도 가서 연습이나 해.”

 

어휴, 저 똥고집 진짜. 다시 통통 볼을 튕기며 멀어지는 성준수를 가늘게 뜬 눈으로 보던 진재유의 시선이 무언가를 포착했다. 저게 뭐지. 다리 사이에… 빨간…….

 

“주, 준수야!”

 

경악한 진재유가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을 때, 성준수의 몸은 이미 허공으로 떠올랐다. 평범한 레이업 슛. 공을 부드럽게 던져놓고 착지만 하면 되는 간단한 동작.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낀 건 발이 쿵, 하고 땅에 닿은 이후였다.

아래가 쑥 밑으로 빠지는 감각. 가랑이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무언가가 꿀럭, 내려오는 느낌. 허벅지 안쪽을 잠시 타고 내려오느라 근질거리는 느낌이 난 직후 찰팍, 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동공으로 허공을 보던 성준수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새하얗게 변한 얼굴로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봤다.

 

“피, 피……!”

“준수햄 피 난다!”

“어데 다쳤는데?!”

 

좆됐다……. 확실하게 좆됐다. 아까 진재유와 함께 있던 자리에서 시작해 점점이 이어진 핏방울부터 방금 다리 사이로 떨어진 핏덩이까지. 언젠가 여동생인 성지수가 친구들이 쓰는 표현이라며 ‘굴 싼다’는 말을 알려줬을 때 질색을 했던 성준수는 어느새 혈관조직 덩어리가 질구로 빠져나올 때마다 “또 굴 나오네, 씨발…….” 이라며 머리를 감싸 쥐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로 끝날 일이 아니다. 충격과 공포로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 여기에 한둘이 아니니까.

 

“야, 야……. 씨발, 다 조용히 해 봐. 입 열면 뒤진다.”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아팠어요?! 병원 가야죠!”

“안 아프다고. 아니……. 하, 진짜 별거 아니야. 닦을 거나 좀 가져와.”

“준수야. 별 게 아닐 리가 없잖아. 그리고 너 지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진재유의 시선이 자신의 아래로 향하는 걸 본 성준수가 급하게 고개를 숙여 다리 사이를 살폈다. 가는 핏줄기 하나가 주르륵…. 무릎을 지나 종아리까지 내려온 걸 보고 진심으로 생리대를 미리 채워두지 않은 과거의 자신을 저주했다. 하다못해 여기가 연습 직후 샤워실이라도 됐다면.

진재유의 말과 성준수의 행동에 모두의 시선이 그의 다리 사이에 가 박혔다. 바닥에 피는 떨어졌는데 보이는 곳은 멀쩡해서 의아하던 참이었다. 어리둥절했던 얼굴들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준수햄!!! 똥꼬에서 피나요?!”

“와 씨바 이게 무슨 일이고. 죽을병 아이가?”

“병원 가요, 병워어어언!!!”

 

“뭐야?! 다들 뭔 일인데?!”

 

아비규환이 된 체육관 한복판에서 잠시 우주 고양이가 되었던 성준수는 철문을 밀고 들어오는 이현성 감독을 보고 탄식했다.

 

아……. 씨발. 좆대로 되라지…….

-용돈 or 소장용 결제창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