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LLEL WORLD

[D-6]

PARALLEL WORLD by I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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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무시하고 있었지만 도영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듯 미친듯이 진동하고 있는 자신의 폰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전화를 걸 사람은 제 아버지인 박강우 또는 제 형인 박주영밖에 없다. 도영은 다 죽어가는 눈으로 폰을 확인하니 제 형인 박주영이다.

“아버진 줄 알았는데. 의외네.”

어제 때린 것으로 만족하진 않을 텐데. 혼잣말을 내뱉으며 도영은 폰을 집어들었다.

- 어. 왜.

- 어, 왜? 야 이새끼야. 아버지 심기 건드리지 말라고 그랬지!!

- 난 건든 적 없어. 아버지가 멋대로,

- 야, 네 그 태도가 아버지 심기 건든 거라고.

주영이 크게 한 숨을 쉬는 것이 통화 너머로 들려온다. 제 아버지 박강우와는 다르게 주영은 도영을 불쌍히 여겨 챙겨주며 잔소리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차라리 동정하는 여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도영이었다. 이 집안에서 도영을 동정하는 사람은 주영과 도영의 누나 혜연밖에 없었다.

어릴 때에는 동정받는 것 자체가 싫어 더 날뛰던 도영이었지만 죽기 직전까지 맞아 힘없이 누워 있던 어린 도영에게 울면서 다가와 약을 발라주던 주영과 혜연의 진심을 알아챈 도영이 주영과 혜연에만큼은 그 동정을 허락해 주었다.

- 아무튼 당분간은 제발 얌전히 좀 있어. 아버지는 내가 어떻게든 말려볼게.

- 됐어. 한 두 번도 아닌데, 뭐.

- 그 한 두 번이 그냥 넘어가질 않으니까 문제지. 일단 알았어. 쉬고 있어.

- 어.

도영은 미련없이 전화를 끊어버리고 폰을 자신의 침대 위로 던져버렸다.

“하아….”

도영은 잠잠히 있는 제 폰을 바라보다 어제 만난 시현을 떠올리며 커피를 올렸다. 연락이 온다, 안 온다에서 도영은 온다에 걸었다. 그 베타는 틀림없이 제게 전화를 걸 것이다. 도영은 머지 않아 제게 전화를 할 시현을 떠올리며 작게 웃음을 내뱉으며 커피를 마셨다.

-

언제나 완벽함을 추구하는 자신의 아버지란 작자는 자신에게 그 어떠한 흠이 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우성 알파로 태어난 박강우는 언제나 완벽했다. 우성알파라는 타이틀 앞에 모두가 자신을 따르고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니 지배자로써의 우월감이 하늘을 찔러댔다. 때문에 앞으로도 완벽한 자신의 삶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도영이 태어나기 전까지며 말이다.

도영은 자신의 다른 자식들과 같은 우성 알파로 태어났지만 그는 자신의 아들에게서 느껴지는 페로몬이 없었다. 한 몇날 며칠을 페로몬을 풀어가며 도영에게서 페로몬을 느끼려 안간힘을 쓴 박강우였다. 하지만 어떠한 수를 써봐도 제 아들에게서 페로몬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성 알파라며!!!!!!!!!’

‘우, 우성 알파가 확실합니다!!’

‘근데 페로몬이 없는 알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박강우는 저의 주치의를 불러 자신의 분노를 펼쳤다. 도영을 안고있는 제 주치의를 앞에 두고 마시던 위스키가 담긴 컵을 벽으로 던져버린 강우가 도영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이런 난리가 나고 있는 와중에도 도영은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결국 박강우는 매년 전국 각지에서 내노라하는 의사들을 불러가며 도영을 검사했다. 페로몬이란 아무것도 모를 나이의 어린 도영의 손을 거칠게 끌고와 페로몬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린 도영의 팔에 주사기를 꽂았다. 처음에는 아파서 한 두번 울던 도영은 매번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어느새인가 죽은 눈을 하고 있었다.

‘당장 고쳐 놔.’

박강우는 의료진들의 입단속을 시켜가며 원인을 알아내 고쳐놓으라며 도영을 그들에게 내던졌고, 도영은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병원 또는 연구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져만 갔다. 도영이 커 갈수록 자신을 제일 빼다 닮은 도영에게서 경멸을 느꼈다.

동족 혐오라긴 보단 완벽한 박강우의 인생에 나타난 커다란 오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강우는 도영을 이름 대신에 ‘고장난 알파’라고 불렀고, 그렇게 도영을 방치하며 키웠다. 또한 도영이 가지고 있는 페로몬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학교조차 베타들이 다니는 학교로 보낼 정도로 그는 도영을 경멸했고, 한치의 관심조차도 주지 앟았다.

그런식으로 철저하게 도영의 존재를 숨겨왔다.

하지만 이제 머리가 다 커버린 도영을 숨길 방법은 더 이상 없어보였다. 때문에 박강우는 어제 행사에서 도영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열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 꼴을 보는 도영이 비웃으며 박강우가 애써 만든 계획을 무너트렸지만 말이다. 일부러 사람들에게 다가가 자신에 대한 소문을 직접 퍼트리기도 하고.

-

전날 기절하듯 잠에 빠져든 시현은 개운한 기운으로 눈을 떴다. 이렇게 개운하게 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눈을 뜨고 침대 옆을 보자 탁자에는 9시 20분을 지나고 있는 탁상시계도 보인다. 기지개를 키며 오랜만에 느낀 개운한 기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래서 사람한테 잠이 보약이라고 하나보네….

“잠깐 알바.”

시현은 급하게 폰을 들어 자신에게 와있는 기우의 연락을 확인했다. 어디냐는 문자부터 일어나면 전화하라는 기우의 마지막 연락이 약 10분 전이었다. 미쳤구나 현시현…. 전 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아침부터 집 안을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알림을 듣지 못한 것이다.

“돌아버리겠다 진짜. 이걸 어떻게 해명하지…. 아!”

시현은 기우에게 뭐라고 사과를 할까 고민하다 전날 밤 도영의 차를 타고 그대로 와버렸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순식간에 피가 식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시현은 영화 필름처럼 촤르르 지나가는 기억들에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미친.”

전 날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시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영이 제안한 것들이 뇌리에 스쳐지나감을 느꼈다. 아니, 어제는 잠깐 잠에 취해 있었어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멀쩡한 정신으로 생각을 해보니 더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나보고 뭘 해달라고?

‘당분간 제 애인 대행을 요청합니다. 현시현씨.’

“애인 대행???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잠깐, 잠깐…. 어제 박도영씨가 번호까지 받았갔었지, 아마?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저장 되어 있지 않은 번호가 전 날의 일을 말해주고 있었다. 진짜잖아. 진짜야. 볼을 살살 때려봐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도영의 번호를 믿기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어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고단했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근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번호까지 줘서는 안 됐었다.

“현시현 이 미친놈…. 어떻게 거기서 냅다 번호를 줄 수가 있냐?”

아니, 애초에 할말이 있다고 해도 타지 말 것을.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정신을 차려보니 옷도 어제 입은 옷 그대로다. 아무래도 집에 오자마자 정신을 놓은 모양이었다. 덕분에 전 날의 기억이 더더욱 생생해지는 시현이었다.

“어떻게 하지….”

전 날의 기억에 의하면 이번주 안으로 시간을 준다고 했고, 거기에 대해서 이번주 안으로 대답을 준다고 한 것 같았는데 시현은 자신의 입을 탁탁 쳐댔다. 이 멍청한 현시현아…. 시현은 침대를 팡팡 쳐대며 그대로 이불 안으로 고개를 묻었다.

“근데 거절은 거절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럼 나한테는 ‘네. 하겠습니다.’라는 선택지밖에 없다는 소리잖아.”

그냥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멍청하게 화장실도 못 찾아서 보면 안 될 것을 보고 이렇게 사람 발목을 잡혔는지 시현은 자신을 원망하다 이내 도영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아니, 애초에 왜 하필 사람들 돌아다니는 길목에서 그렇게 있던건데?”

시현은 도영의 전화번호를 바라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원망의 눈초리를 내뿜었다. 그렇다고해도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홧병나서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인 대행을 하면 저한테 오는 이득은 뭔데요?’

‘시현씨에게 일정량의 금액을 드리겠습니다. 또한 박강우 회장에게서 오는 위협이 있을시 제가 다 먹아드릴 거고요.’

“일정량의 금액, 그게 얼마인데…. 목숨값도 포함이냐고”

시현은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고민에 고민을 더해갔다. 애인 대행이라는 말도 태어나서 처음듣는데, 그말을 들은 당사자가 자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면접은 결과를 정해서 보내주기라도 하지, 이건 시현이 직접 답변을 정해서 보내야 한다. 그것도 긍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진짜 한강이라도 갈까.”

헛웃음을 내뱉으며 시현이 오늘 날씨를 찾아보았다. 영하 2도. 들어가면 얼어 뒤지겠네. 시현은 침대에 얼굴을 묻으며 고민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결심한 듯한 눈빛으로 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 Rrr.

- 네, 전화 받았습니다. 박도영입니다.

전화 신호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도영이 전화를 받았다. 어제 들었던 목소리와 조우하니 다시 아찔해지는 기분이 드는 시현이었지만 그 기운을 애써 떨치며 입을 열었다.

- 저희 할 얘기가 있지 않으세요?

- 현시현씨 집으로 가도록 하죠.

시현이 네. 라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허공에 울려퍼진 답변이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뭐야. 어제 정중하게 협박하더니 전화 매너는 무슨 일이야?”

이 인간도 역시 서열높은 알파다 이건가. 시현은 씁쓸하게 웃으며 이내 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

시현은 모르겠지만 도영은 현재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문 채 웃음을 짓고 있었다. 역시 전화 올 줄 알았다. 어제 차에서 힐끔 바라보니 생각이 많아 보이는 베타였다.

“생각이 많으면 결국 그 생각에 잡아 먹히는 법이지. 안 그래 현시현씨?”

도영은 저 멀리 던져버린 폰을 바라보며 담뱃대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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