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교만의 예쁜 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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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차마 부끄럼에 싸인다. 빛조각은 또 온다. 짙은 푸른색에 덤펑덤펑 뛰어들어 설탕유리처럼 녹아든다. 차, 차를 마시자. 숨이 넘어갈 지경으로 엉긴 남색을 입술에 머금고, 삼켜버리는 거다. 응어리진 근처의 맥없는 액체는 턱 밑으로 주륵 떨어져버린다. 목 안에서 울컥이는 개새끼를 두 손가락으로 집어 막고 불콰하게 웃자. 매끄러운 상아에 금이 치덕치덕 발린 찻잔을 고이 누인 너의 얼굴에 깨고 싶다. 이것이 나의 티타임이다.

날은 결코 밝지 않을 거야. 네가 그렇게 말했지, 그렇담 너의 뜻대로. 참으로 미소가, 웃음이 나온다. 아, 그렇게 하세요. 내 안의 물든 공기를 피식거리며 빼내자 너의 눈구멍으로도 남색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행복이다, 이거. 즐거움이네. 나는 매우 상냥하게 웃어준다. 너는 줄줄 운다.


 

*

너는 또 많은 걸 잊어버리곤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든 채로 나의 융연한 침실에 왔다. 아침이 안 와, 하면서 침대에 털석 앉는다. 가라앉아 있는 걸 좀 치켜세워줄까, 자신도 모르게 피폐해진 너에게 조악한 황금색 술을 건넨다. 너는 기뻐하면서 그 손으로 두꺼운 커튼을 쳐 아침을 막겠지. 꽤 즐겁고 우스운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머리를 밟고 서서, 커튼 끝자락을 손가락에 감아 빙빙 돌린다.

이렇게 상냥하다니? 세상은 온전히 너의 각본대로 흘러간다. 기쁘고 몸둘 바 없어진다. 굉장한 기대로 쪼그려앉고 너를 한참 본다. 너의 눈은 나의 눈을 보지, 진정한 건 내 멋진 굽 달린 구두에 있는데 말이야. 너의 순수한 맨발. 거 색 한 번 더럽구나. 이 바닥에선 나 덕분에 신발을 신어야 해... 우리는 잠시 밀담회를 갖고, 너 몰래 나의 커피에 떨어지는 남색 덩이가 여전히 농염한 것을 확인한다. 그렇지만 매일의 가면무도를 위해 그것은 우리들의 비밀로.

화려한, 화려한 가면! 곧이어 부서질 아름다운 가면! 나는 내 가면에 검은 별들을 촘촘히 그려. 어서, 네 '가면' 을 쓰고 내 더러운 손을 잡아라. 성심성의껏 준비한 다과를 먹고선 격 없는 멍청한 몸 탓에 피를 토해라. 네가 보게될 내 가면은 네 눈앞에 아른거리는 핏자국과 겹친 검붉은 별. 그게 너의 밤하늘.

 

즐거운 저녁엔 웃어야지요? 방긋.

새벽의 남빛은 게워낼 정도로 색을 발한다. 거짓과 비하에 담뿍 덧칠하고 자격지심을 엷게 펴바른 심장을 너에게 쥐어준다. 너는 발개진 눈으로 그걸 소중한 양 들고 너 나름대로 웅얼대겠지. 어차피 뛰지 않는 심장일 뿐인데! 나는 네가 너무나 무식해서 못 참겠어...

 

 

당연히도 아침은 아직 세상에게 지고 있다.

너의 해사한 아침이 어찌되든 그것 무슨 상관이랴. 나는 짐짓 울면서 왈칵 말해버렸다. 그러다 미안, 하고, 너의 괜찮다는 아픔 섞인 대답을 냉큼 집어먹는다. 우리 친구니까. 나는 친구를 몹시 비웃는다.

꿈이 맑은 하늘에 연 날리는 것이라 하셨나요? 먹구름을 치는 게 나야. 좋은 흙에 풀꽃 심어 가꾸는 걸 잘한다고 하셨나요? 아, 너는 꼬마처럼 해맑을 때 나는 널 진작에 뛰어넘었단다. 

 

아, 미안, 미안해, 가여워, 하, 아하. 하. 이런 아침 햇살을 어쩌면 좋지요? 얼른 대답해봐. 그렇게 오늘도 즐거운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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