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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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축복이 오가는 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날,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날. 슬슬 찾아오는 두통에 헤드셋을 벗자 한숨이 흘러나왔다. 온 거리가 반짝이고 캐롤이 범람하는 이 계절에는 늘 곡이 써지지 않았다. 이제 카나데는 예전처럼 조급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사람들이 있었다. 선물을 받고 나서는 활짝 웃었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
시노노메 아키토는 미술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 시노노메 신에이의 성을 물려받았음에도 그랬다. 아키토는 아버지와 에나가 삐그덕거리고 틀어지다 결국은 언성을 높이는, 그 지겨운 갈등을 한 번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 둘의 세계였고 아키토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에나의 방문을 두드리는 것 뿐이었다. 전시회
마후유가 돌아오는 꿈을 꾸곤 했다. 마후유가 활동을 그만둔 지 얼마 안 된 시점에는 같이 작업을 하는 꿈을 꿨다. 나이트코드로 주고받는 연락마저 조금 뜸해질 시점에는 세카이에서 만나는 꿈을 꿨다. 미야마스자카의 기말 시험이 가까워져, 호나미나 이치카로부터 소식만 겨우 전해 들을 때 쯤에는 메일을 받는 꿈을 꿨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둘로부터 들려오는 소식
장례식장은 추웠다. 어머니는 꽤 발이 넓은 사람이었고 그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은 마후유의 몫이었다. 마후유는 냉기가 도는 바닥 위를 바삐 돌아다녔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인사를 나눈 뒤 다과를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얼어붙을 것 같았다. 두 발이 어머니의 영정사진 앞에 영영 묶여 버릴 것 같았다. "안쓰러워라..." 향수 냄새가
"마후유, 아프진 않아?" 미즈키는 옆에서 걷고 있는 마후유를 흘깃 쳐다보았다. 안드로이드, 그것도 아사히나 사의 최신식 안드로이드가 통증을 느낄 일은 없다. 그걸 알면서도 입에서 질문이 불쑥 튀어나온다. 마후유의 외형이나 말투가 인간과 같기 때문일까. 괜찮아. 마후유가 전보다 묘하게 힘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각 센서에는 이상 없어. 아니다. 다른
피로하다. 관성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아사히나 마후유는 그렇게 생각했다. 책상 위에는 아직도 선물이 꽤 많이 쌓여 있었다. 마후유는 초콜릿 박스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사히나 선배, 생일 축하해요. 그렇게 말하던 후배의 얼굴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그 말이 어쩐지 자신의 몫 같지가 않았다. 선물도, 축하도, 케이크도 모두 다른 사람의 것이고 자신은 다만 그것들
https://youtu.be/ZEy36W1xX8c?si=HTq9hz3at10pBVGf [멜티 랜드 나이트메어]를 들으며 작업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읽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세카이에 대한 독자적인 설정이 약간 들어갑니다. #0. 마후유는 모르는 곳에서 눈을 뜬다. 세카이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곳. 철골이 드러난 황량한 구조는 여전하
“요이사키 유키입니다.“ 마후유는 매일 거짓말을 했다. 독서 모임을 하러 간다고 말하고는 다른 버스를 탔다. 아무 노래도 흐르지 않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계속 걸었다. 무슨 색인지 알지도 못하는 하늘 사진도 한 장 찍었다. 병원 데스크에는 가짜 이름을 댔다. 예비 도쿄대 의대생 아사히나. 환자 카나데의 사촌 언니 요이사키 유키. 카나데를 기다리는 마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