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카페타키] 원두와 찻잎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 아그네스 타키온 / 맨하탄 카페 글 연성 (1,356자)
“음? 자네도 다과가 있었던 모양이군.”
구 이과준비실의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복도의 빛을 등진 형체가 나타나 말을 걸어왔다. 아주 옅은 조명 두어 개만 비치는 침침한 방안 소파에는 카페가 앉아있었다. 화과자가 몇 개 바로 앞 책상에 놓여있었고 그중 땅콩 센베이에 작은 잇자국이 나 있었다. 두 손에 꼭 쥔 커피잔과 어디도 향하지 않는 시선을 미루어 보아 카페는 오로지 혀 위에 뒹구는 커피와 센베이의 조합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플라워 군이 마카롱을 만들어줘서 말이야, 같이 들 텐가?”
텐션 높은 콧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페는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가 작은 목 넘김 소리를 내고는 룸메이트에게서 받은 과자가 있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남부센베이로군, 이와테현의 명물이지? 내 취향은 아닐세.”
… …안 줄건데요… 라는 대꾸가 턱까지 올라왔지만 그야 그럴 것이다. 오늘은 마카롱, 저번 주는 크렘 브륄레, 한 달 전엔 타르트 타탕을 한참 어린 후배에게서 기어코 뜯어온 이 염치없는 사람은 설탕 중독이었으니까. 그 사람은 문을 밀어 닫고 들어와 곧장 카페의 옆자리에 지정석인 것처럼 풀썩 앉았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마카롱들을 마구잡이로 풀어내 먼저 접시에 담겨있던 화과자들 옆에 밀어 넣었다. 불쾌한 표정으로 카페가 그녀를 째려보자 바로 능청스러운 대답이 나왔다.
“에이, 아무것도 넣지 않았네. 그러기엔 너무나 걸작이어서 말이야.”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아그네스 타키온이 건네는 것은 무색투명한 물일지라도 받아먹지 말아야 한다는 당연한 규칙 외에도, 단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데다 애초에 남이 먹던 음식에 다른 음식을 합치기 전에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 사람은 어느새 자신의 연구 책상 앞으로 옮겨가 어떤 찻잎을 우릴지 고민하고 있었다. 구겨진 은박 차 봉투 몇 개를 꺼내 킁킁대면서 단맛에도 지지 않을 강한 향의 아쌈 홍차를 골랐고, 비커와 약품들 사이에서 남은 딸기잼을 발굴해 오더니 이미 스무 개의 각설탕이 투하된 홍차를 러시아식으로 홀짝이기 시작했다.
카페는 결국 한 소리를 건넸지만, 그 사람은 미소를 띠며 반대로 질문을 해왔다.
“자네는 홍차가 왜 싫지?”
단순히 단 것이 싫다면 설탕 없이 먹으면 그만인 것을. 커피의 쓴맛과 풍미를 느낄 줄 알고 카페인 같은 각성 물질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충분히 홍차도 즐길 수 있을 텐데 왜 마다하는지가 그 사람의 의문이었다. 그러나 카페는 그렇게까지 홍차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단 것보다 쓴 것이 좋았다. 홍차 향보다는 커피 향이 좋았다. 타키온 씨만큼이나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라는 대답에 그 사람은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 맞아. 나는 그저 커피가 써서 싫은 것뿐이네!”
그렇다면 쓰지 않은 커피라면 괜찮나요. 초콜릿 맛이 나는 원두도 있다는 카페의 이야기에 그 사람이 매우 흥미로워하며 눈을 빛냈다. 커피에 관해서라면 카페도 드물게 신이 나는 소재였기에 원두를 몇 가지 소개했다. 콰테말라 안티구아, 인도네시아 블루문,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분위기에 올라 그 사람도 향이 덜하고 카페인이 강한 홍차들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딤불라, 운남, 그리고 몇 가지 블랜드 티…
원두와 찻잎의 교환식은 그 자리에서 즉시 이루어졌다. 물을 새로 끓이고, 원두를 갈고, 잎을 우리고, 여과지에 커피를 내리고, 잔이 붉게 물들 때까지 기다렸다. 둘은 서로가 추천한 마실 것을 한 모금씩 입에 담고는 곧바로 매정하게 뱉어버렸다. 한참을 웃던 그 사람은 버릇대로 가벼운 연구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결국 커피는 커피고, 홍차는 홍차인 모양일세.”
홍차는 홍차고, 커피는 커피였다. 찻잎은 가장 어릴 때 수확되어 건조되는 것이라면, 커피는 열매가 다 자라고 나서야 씨앗을 발라내 로스팅한다. 태생부터가 다른 마실 것들이다.
마찬가지로 카페는 그 사람과 평생 닮을 수 없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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