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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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11월. 슬리데린 테이블 위로 편지가 한 장 떨어졌다. 연회장의 어린 마법사들은 일상적이고도 화려한 아침 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다. 얇게 썬 식빵은 껍질과 가루만 남았고, 주황색으로 반질거리던 계란 노른자는 거친 포크와 나이프에 찢겨 베이컨 기름과 함께 그릇 귀퉁이에 줄줄 흐르고 있었다. 다음 퀴디치 시즌을 대비해야 하는 ‘기대주’
“애슐리!” 아샤 맥길로이는 부름에 뒤를 돌았다. 작은 몸을 감싼 로브가 물바람에 펄럭였다. 곁에서 간식을 받아먹던 어린 세스트랄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리에 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저만치로 달아났다.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은 그 짐승, 고작해야 작은 소년과 반 뼘이나 차이가 날까. 아샤는 아쉬운 눈초리로 멀어진 짐승을 곁눈질하다가 양동이
혁명의 끝이 아른아른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들 이십 여 년을 살아가던 방식은 한낱 인간이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것이라, 라리에나는 그 어떤 때보다 명징한 동시에 벼락처럼 혼란해했다. 그는 죗값을 치러야 해. 누군가는 이 굴레에 대한 책임을 영원히 끌어안은 채 한 시대를 풍미하는 사물이 되어서, 모든 사람의 저주와 악몽을 담는 매개체가 되어서, 계속해서
“…그럼 이만하여 이번 계획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마치지요. 기간도 촉박하거니와, 계획으로서는 다분히 단순하고 간단하니까요. 개인의 임기응변과 행운에 기대는 꼴이 되겠습니다만 우리는 이미 불운으로 자욱한 새벽녘을 뚫고 나온 자들이 아닙니까?” 라리에나가 의무병의 군장으로 둔갑한 각종 도청 장치와 카메라, 통신기 따위를 마구 쑤셔 넣고 있을
칼리오페 안젤로의 짧은 연설이자 통보는 지금까지의 삶이 모조리 뒤바뀌리라는 선언이기도 했다. 차고로 돌아가는 호버크래프트가 거친 모래바람을 남겼다. 심각한 부상을 떠안은 채 복귀한 몇 명은 의료진에게 인도되었으며, 이미 13구역이 고향보다 익숙할 몇 명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케일럽은 뺨에 묻은 먼지와 흙을 느리게 짚으며 털어냈다. 손끝으로
※ 유혈 및 상해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가족이자 멘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었던 조언이 있다. 그건 단지 흔한 공식 중 하나일 뿐이었다. 무기가 널려 있는 중앙에는 발도 들이지 말고 반대편으로 달려가. 희망에 현혹되면 안 돼. 하루라도 더 살아남아. 나도 그 빌어먹을 확률에 한 몫 걸어보게. 아마도 그는 자신이 기른 소년의 죽음을 확신했
케일럽 윈터는 우승 축하연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개중에는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 된 사람도 있었다. 그는 아주 초기의 우승자로, 헝거게임이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솔직한 살육전일 시기에서부터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캐피톨에서 단 세 가지만 없애도 캐피톨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 토하는 약, 그리고 TV 프로그램. ‘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세 개의 질문은 이미 한참 낡고 녹슬었다. 토대가 되는 이야기는 본래의 종교적 의미를 잃고 퇴색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뿌리에서 느껴지는 힘만은 간직한 채였다. 일부 털어놓자면 케일럽은 그것이 라리에나가 만들어낸 이야기인 줄로만
“난 그 사람이 싫어.” 언젠가 라리에나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드물게 찾아오는 명징한 정신이었다. 발음이 똑바르고 초점이 정확했다. 그런 모습은 오랜만에 보았다. 아마도 아이를 잃고 나서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케일럽은 창문가로 다가가 커튼의 틈새를 들췄다. 그의 시선 끝에 무엇이 있을지 짐작되지 않았다. 우승자 마을의 생김새는 천편일률적이
광장은 놀랍도록 고요했다. 모인 사람의 수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랬다. 판엠의 사람들에게 침묵은 삶의 또 다른 주인이기도 한 탓이었다. 흰 제복의 군인들은 단단하게 꼬아낸 황색 밧줄을 쇠못에 걸고 아이들을 나이에 맞게 정렬시킨다. 8구역의 담당 수행원이 산딸기 색의 드레스 자락을 모아들며 단상으로 올라간다. 가장 앞에 선 아이들이 가장 좋은 미색 셔
케일럽은 아주 늦게서야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것은 이번 ‘심부름’ 의 위험성이 여태껏 해오던 것보다 몇 배는 높다고 들었을 때도 아니었고(여태 그가 했던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빼돌린 물자가 눈에 띄지 않게 옮겨 싣는 일이었다), 폐차장에서 전달받은 자동차 키를 손에 쥐었을 때도 아니었고, 그 상태로 평화유지군 한 명을 만났을 때
케일럽은 낮은 단상 앞에 앉아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색색의 옷을 입은 캐피톨의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알록달록하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나누어주고 있는 모습을. 캐피톨과 구역 시민들이 뒤섞인 광경을 목격할 때면 꼭 물과 기름을 보는 듯했다. 혹은 4구역의 해변과 모래라든가, 12구역의 탄광과 숲. 태어나기를 각자의 땅에 묶여서 영영 같아질 수 없는 것들.
※ 상해 및 살해, 다지류, 곤충 떼에 대한 묘사, 자살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오늘은 물자가 들어오는 날이었다. 타 구역에서 생산한 많은 물건 중 캐피톨에 공급되기에는 가치가 떨어지거나 흠집이 난 것들. 그중 일부가 기차를 탔다. 이른 아침부터 십수 명의 인부들이 평화유지군의 지시에 따라 나무 상자와 포대를 내렸다. 곧 기차는 기적 소리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