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최윤화평] 달빛의 노래

삭월(朔月)

*달빛의 노래 - 망월(望月) 후의 이야기입니다. 읽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로 사라졌던 밤, 당신은 어둡고 깊은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당신을 그릴 그 무엇도 남기지 않은 채. 그저 지난한 추억과 당신에게 주었던 상처와 당신에게 하지 못 한 사과의 말과 끝끝내 전하지 못 한 마음 한 조각만 내 속에 시꺼멓고 찐득하니 남았다.

빛 한 점 없는, 끝도 보이지 않는 바닷가 근처에서 피를 토하듯 당신 이름만 외치고, 또 외치며 당신을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을 때 느꼈던 절망을 당신은 알까. 제 묵주만 가진 채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아버린 당신을 잡지 못한 내 자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당신은 모르겠지. 알 수 없겠지.

행방불명 됐던 육광씨의 시체를 찾았을 때엔 어쩌면 당신이 저 바다의 신이 된 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당신이 나를 받아주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움직였던 발걸음이 바다 속으로 향했었다 보다. 당신이 너무 보고싶어서, 그리워서, …싶지 않아서.

"최 윤!!!!"

부르는 목소리와 붙잡는 손길에 가로 막혔으나 어느 새 가슴께까지 차 있는 바닷물에 스스로도 조금은 놀라 시리도록 차가운 바다와 울듯, 화나보이는 강 형사님을 조금 넋을 놓고 바라보고 말았다. 나는 그토록 당신을 만나고 싶었나보다. 당신이 살려준 목숨을 버려서까지.

"…죄송해요, 강 형사님."

"...춥다. 나가자."

"...네."

한숨을 내쉬는 강 형사님을 따라 나가면서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당신이 나를 그대로 데려가주었으면도 바랐다면, 당신은 무어라 할까. 그런 생각 하지 말라 할까. 나를 살린 당신이라면 되려 나를 저 모래사장 위로 떠밀겠지. 살라고, 살으라고. 그게 더 지난하단 걸 모르고.

그 날, 그 밤. 바다에 내 달을 빼앗긴 날. 나의 희망도, 삶의 목적도 그 바다에 전부 가라앉아버렸다는 걸 당신은 끝끝내 모르겠죠, 윤화평 씨.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