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과 끝
글러 100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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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쥔 손으로 펜촉이 종이를 누르는 걸 느껴요. 말하고 싶은 것은 결코 한붓그리기로 완성될 수 없어요.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 당신은 펜을 들어올려야 해요.
난 깨어나지 못할 꿈을 꿨어.
금요일 밤 변화가는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골목은 물론이고 대로변에도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외국말과 뒤섞였다. 모든 소리가 덩어리져서 옆사람의 말조차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들 웃었고, 울었고, 소리쳤다. 열기와 반대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찼다. 불빛들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까만 아스팔트 위로, 거기에 고인 더러운 웅덩이로. 되물을 때마다 상대방의 목소리보다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안주냄새가 더 가까웠다. 비척거리는 걸음이 골목을 꺾었을 때 도로 한 면에서 우뚝 서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아는 얼굴이었다. 적어도 한 사람 만큼은.
아니,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도 네 머리카락은 좀 더 짧아졌고 뺨은 더 홀쭉해져 있었다. 내가 아는 얼굴은 아주 일부만 남아있어서 마치 풍화된 조각상을 보는 것 같았다. 아니면 아무도 원본을 알아볼 수 없게 덧칠해버린 초상화. 흐릿한 인상에서 눈만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눈이 마주쳤을 때 너도 나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든 소리가 덩어리진 그곳에서 너 혼자만 소리가 아닌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부분으로, 그렇기에 네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곧 골목길에 들어온 택시 하나가 우리 사이에 멈춰섰다. 너는 고개를 숙이고 옆 사람과 함께 택시 뒷자석에 탔다. 아주 잠깐 네 입모양이 보였다. 몰라.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도 그래.
택시 문이 닫히고 떠나고 나서 갑작스레 덩어리진 소리가 조금씩 뚝뚝 분리되기 시작했다. 나는 택시가 지나간 곳을 바라보았다. 택시가 지나간 곳으로 그림자가 길게 이어졌다가 다시 빛으로 변했다. 잦아드는 노래 소리 사이로 옆 사람이 물었다. 아는 사람이에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몰라요.
깨어나지 못할 꿈이었다. 내 자의라면 결코 깨어나지 못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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