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A Deep Breath
유료

Sideway

Mymy by 아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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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명백한 미련이다. 아주 공허하고 허무하며, 찝찝한데다 기분 나쁜 사랑은 미련의 다른 이름이니까… 속이 울렁거려도, 온몸에서 경고 신호를 울려도, 발끝까지 망설임이 퍼져도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미련이니까. 그러니까 이건 명백한 미련이다.

Sideway

수영장에 들어서자마자 하던 건 입고 있던 져지를 벗어던지는 거였다. 낯선 수영장의 흐름과 천천히 교감하고 분위기를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일종의 의식. 이곳에서 가장 벌거벗고 있더라도 이곳을 지배할 능력이 남아 돈다는 뜻의 행위. 아무리 컨디션이 별로였더라도 온몸이 물과 숨쉬며 진정되도록 하는 약. 하지만 이건 다 옛날 얘기고… 난 져지 지퍼를 잡은 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급하게 붙인 밴드며 파스가 불편하기만 했고 가려지지 못한 멍들은 아우성을 냈다. 할 수만 있다면 져지를 입은 채로 물속에 뛰어들고 싶었다. 오랫동안 물과 닿지 못했던 몸과 과거를 알지 못하는 상처들이 차가운 수온에 움츠러들까 겁이 났다. 내가 왜 겁도 없이 물에 뛰어들겠다고 했을까. 그러지만 않았어도 몸에 피멍이 들 일은 없었고, 밴드 붙인 얼굴을 내보이는 일도 없었을 텐데…… 우와, 희주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구차한 변명쟁이었다고.

내가 지나온 길을 하나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직선을 걷다가도 갈림길에 멈추어 서 다른 길을 택하고, 갑자기 삐딱선을 타 탈선하기도 했다가 표지판조차 없는 샛길로 뛰어들기도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는 반드시 선택하지 않게 되는 길들이 생긴다. 갈림길에서는 하나가 버려지고, 사거리에선 두 개가, 샛길을 선택하면 하나의 길과 수많은 다른 샛길들이 버려진다. 모든 길을 공평하게 걸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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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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