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A Deep Breath

Band-age

Mymy by 아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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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삑거리는 소리에도 하염없이 가라앉았다. 전광판의 맨 위에서 반짝거리는 제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물 속의 흐린 시야에도 불구하고 1, 김수아는 선명했다. 당장 일어서서 이 속의 환희를 내지르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하염없이 가라앉았다.

Band-age

“몸 상태가 전체적으로 엉망입니다. 특히 어깨랑 무릎 안 좋은 건 본인도 느꼈을 겁니다, 그렇죠?”

“그렇게 안 좋나요?”

“왜 진작 내원하지 않으셨는지 의아할 만큼 심각합니다. 일찍 진료를 받으셨으면 그래도 쉬웠을건데, 지금은…….”

“입원해야 하나요?”

“현재 상태로 봐선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보존치료로 뭐가 되는 상황이 아니에요.”

“재활은 얼마나 걸릴까요?”

“적어도 6개월은…….”

진료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엄마의 부축을 받고 선 철없는 어린아이, 제 몸도 못 가누는 철부지, 그리고 꼬리와 목소리와 다리마저 잃어버린 인어공주. 처량하다 못해 우스웠다. 실소가 절로 흘렀다. 어깨와 허리에 덕지덕지 붙여진 파스에서 조금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끝이 없는 듯 살았는가……. 하늘은 쓸데없이 흐렸고 습했다. 마치 물 속에 있는 것 마냥 습했고 이름 모를 텁텁함이 함께 맴돈다는 것도 똑같았다. 익숙하게 코치님의 전화번호를 누르다 핸드폰을 껐다. 어차피 병원 로비에서 다리를 달달 떨고 계실 것 같았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 저 수영 그만두려고요?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말이 이상하게 익숙했다.

“어머님! 수아 몸은 괜찮은지…….”

“어유, 코치님. 뭘 여기까지 오셨어요…….”

어색하게 말끝을 흐리는 엄마의 망설임을 읽어냈는지 코치님은 단둘이 이야기하자고 했다. 곧 두르게 될 붕대에 관해서 이야기하기엔 입 안이 너무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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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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