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내일

'마법부 진급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견해

ARK by 척추

BGM : Silent Night - Hiroyuki Sawano


모든 수업이 끝나고 교과서를 챙겨 복도를 걸었다. 아크는 기분이 좋았다. 모든 수업이 끝났고 이후는 휴식 시간이었기에 산책하러 갈지 운동을 할 지 온통 이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들떴다. 에드윈이 자신에게 불러주었던 곡을 휘파람으로 부르며 움직이는 계단이 ‘움직이는 걸’ 지켜보았다. 며칠 전 움직이는 계단이 ‘움직이고’ 있을 때 달려가다 교수에게 혼났기에 오늘은 얌전히 ‘움직임’이 멈추길 기다렸다. 탁, 타다닥. 혹시나 계단이 또 움직일세라, 후다닥 계단을 내려가니 곧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들었어? 이번에 … ”

“ 알지, 안 그래도 편지 왔더라. 밥 먹다 그거 읽고 체하는 줄 알았잖아! ”

“ 하…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래? 총리가 실종되어서 그런지 요즘”

“ 야, 입조심해. 우리 이러다 교수님한테 기숙사 점수 감점 받는다... 가자. ”

웅성거림은 길지 않았다. 아크는 기둥 뒤에서 교과서만 만지작거렸다. 고개를 힐끔 돌려 보니 떠들던 무리는 이미 흩어졌는지 복도엔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었다. 요즘 교내 분위기는 좀 이상했다. 아크는 볼을 긁적이며 기둥 뒤에서 나와 복도 창에 몸을 기댔다. 요즘 마법부는 순수혈통의 마법사만이 고위직으로 승진을 진행 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머글 태생 마법사 일부가 권고사직을 당했다. 예언자 일보에 오르진 않았지만 학생 사이에 떠도는 ‘이러쿵 저러쿵’에서 다뤄진 내용이라 아크 또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실감하지 못했던 건 가족 중 마법부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고, 주변 친구 중에서 해당 일로 어려움을 겪는 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열차에서 입학식을 지나 현재까지. ‘혈통’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차례 들었다. 머글태생, 혼혈, 순수혈통. 아크 자신의 혈통 이야기는 여러 차례 직접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혈통이 마법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를 몰랐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몰라도 상관없다 생각했었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 아크가 수업을 들으러 가던 복도에서 한 번, 연회장에서 또 한 번,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지금까지 총 세 번. 친구는 아니더라도 호그와트를 다니는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작금의 상황에 아크가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혈통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공평하지 못하고 치우쳐진 ‘결과’를 내는 걸까?

“나는 혼혈이란 혈통을 신경 써본 적도 없는데.”

학교에 어떤 소란이 떠돌아도 창밖의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새가 힘차게 날갯짓 하며 날아올랐고 가을을 실감시키듯 나무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자랑했다. 낙엽이 바람에 휘날리면 석양으로 물든 빛이 아름답기만 했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사회에 아크는 처음으로 두근거림을 느끼지 못했다. 낯설었다. 알렉산더 워커의 전기를 읽으며 꿈꾸던 마법 사회는 한낮의 꿈처럼 저물고, 실제로 문을 열어 확인하니 어둡기만 했다. 이럴 때가 가장 답답했다. 자신의 선택으로 길을 헤매는 건 특기였지만, 상황에 의해 헤매야 할 때. 그럴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멈추지 않도록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앞인지 뒤인지 구분도 되지 않을 만큼 어두울 때도 계속 걷는 수밖에 없었다. 종전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 아크의 얼굴에 미소는 걸려 있지 않았다. 창에 기댔던 몸을 바로 하고 익숙한 복도를 지나 지하로 내려갔다.

엄마가 해주셨던 말이 떠올랐다. 삶은 언제나 즐거움만 가득하지 않다고, 때때로 어둠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러나 영원한 어둠은 없고, 반드시 해는 떠오른다고 하셨다.

“아크, 수업 다녀 온거야?”

아빠가 해주셨던 말도 떠올랐다. 삶은 즐거운 것 같아도 뒤를 돌아보면 그 기억마저 흐릿하다고 했다. 즐거움은 순간이고 책임과 후회는 사라지지 않기에 이를 명심하라고 하셨다.

“네~ 오늘 날씨 좀 쌀쌀하던데 나가실 때 망토 꼭 챙겨입고 나가세요!”

지하에도 따스한 햇살은 닿았다.

“그래그래. 저녁 먹으러 연회장 가는 거 잊지 말고! 난 먼저 간다!”

어두운 밤에도 반드시 ‘내일’이 온다. 그러니,

“물론이죠. 나중에 후플푸프 테이블에서 봐요 선배~”

이 고요한 밤. 눈 감은 이들 모두 좋은 꿈을 꾸길.


공미포 1516자

카테고리
#기타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