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키타미즈|🪦👹💧] 동공洞空을 메우다
수신이 된 미즈키
* 구독하는 타임라인에서 수신이 된 미즈키에게 반한 묘지키타로 얘기를 보고 흥미가 돋아서 상상하기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완전 상관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남은 것은 수신이 된 미즈키 뿐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 캐해석도 2차 창작을 넘어선 환상이네요……. 그럼에도 OK인 분만 독료 권장합니다.
카랑, 카랑.
나무로 된 물체가 단단한 땅과 부딫히며 울리는 맑은 공명음이 들려 그 존재는 어둠 속에서 각성했다. 비가 내리지도 않는데 듣기에는,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요즘 같은 시대에는 손쉽게 들을 수 없는 소리는 그 이상성 때문인지 괜히 더 크게 느껴졌다. 나막신이라. 그리울지도. 어렴풋이 생각하는 동안 나막신을 신은 자는 어느 새 존재가 쉬고 있는 호숫가에 서 있었다.
그 자는 소년이었다. 다갈색의 머리칼 아래에 있는 왼눈은 감은 채였으나 소년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존재와 눈이 마주치자 키힛, 웃었다.
“…야아, 놀랐어요, 아저씨. 수신에게 잡아 먹혔나 했더니 오히려 당신이 수신을 잡아먹다니? 인간이란 재밌네요. 전 당신이 그런 미련이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초면인 존재를 상대로 던지기엔 상당히 무례한 말이었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그 말을 던져진 존재는 자신이 그닥 화가 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런 무례함이 없다면 그 쪽이 더 소름이 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허나, 존재는 한 가지 정정하기로 했다.
“나는 인간이 아니야. …누구와 착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살신殺神의 혐의를 겨누고 있다면 말 선택에는 더욱 조심하는 게 좋겠구나.”
“하, 아직도 그 설교하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나 보네요, 아저씨. 자신이 뭐라도 된 양 말하는 꼴은 언제쯤 낫는 거죠?”
“…….”
“뭐, 됐어요, 그런 일은. 그보다 아저씨. 당신이 없는 동안 저는 상당히 배를 곯아버렸는데요. 그 책임을 지고 제 말에 따라주셔야겠어요. 원래는 용돈을 받아야할 장면이지만, 수신 같은 게 된 당신에게 당장 인간의 돈이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죠. 요즘 계획하고 있는 사업에 당신의 능력이 꽤 도움이 될—”
“…그걸 내가 왜 따라야 하지?”
존재가 그렇게 되묻자 소년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투였다. 본래도 커다란 눈이 더욱 크게 뜨인 그 표정은 아직 작은 체구를 한 외형과 어울려 순진한 어린 아이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소년의 둥그런 눈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주체하지 못한 듯 파들파들 떨리는 몸은 그 분노가 얼마나 큰 것인지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으나 존재는 어쩐지 그 모습을 얇은 유리막을 둔 듯한 기분으로 가만히 응시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바닥을 기듯 낮은 목소리가 소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인간이라면 겁에 질려 차라리 정신을 잃어버리길 바랄 정도로 위압적인 목소리였다.
“……‘그걸 내가 왜 따라야 하느냐'고?”
“그래, 내가 어째서 그래야하지? 너와 나에겐 그 어떤 연도 없는데.”
“웃기지 마! 당신은, 너는, 그래선 안 되잖아!”
버럭 소리를 지른 소년은 신경질적인 몸짓으로 자신의 왼눈을 가리켰다.
“이 왼눈이 공허한 한 당신은 나를 선택해야 하잖아! 아저씨!”
“…….”
—가엾게도.
존재는 입 밖으로 발할 뻔했던 단어를 삼켰다. 그러나 그 심경마저는 차마 삼킬 수 없었는지 소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심하게 상처받은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아랑곳하지 않고 존재는 오른손을 들어 소년의 뺨에 가져다 대었다. 아이의 얼굴이란 어른의 손에는 너무 작아서, 엄지가 간단히 빈 동공洞空에 닿았다. 소년은 갑작스러운 그로부터의 접촉에 놀랐는지 몸을 경직시키고 되는 대로 당하고만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그 연에 끝을 맺어주마.”
평소에는 그의 작은 아버지가 들어가서 쉬곤 하는 안와에 투명한 물방울이 서서히 차올랐다. 이미 끝난 것에 집착하는 어린 것에 대해, 한때 그와 같이 끝난 것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인간이었던 존재로서 베푸는 동정이었다. 알기 쉬운 표식이 있는 편이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쉬울 테니.
마지막으로 뺨을 쓰다듬고, 존재는 소년에게서 떨어졌다. 호수는 바로 아래에 있어 멀리 이동할 필요도 없었다. 존재는 더 이상 소년을 바라보지 않고 담수에 곧바로 자신을 가라앉혔다.
“………아저씨…. 가지 마세요.”
“…….”
“아저씨……, 아저, …미즈키! 가지마! 미즈키!!”
인간이던 시절의 이름이 비통한 소년의 목소리로 호숫가에 울려퍼졌지만, 이미 조용해진 호수가 응답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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