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레부
"제작을 맡기고 싶은 옷이 있습니까? 골든 살롱의 잠뜰에게 연락해주세요." 아픔을 겪은 자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의 이야기
1. 장편의 시작 이제서야 말하는데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드레스의 주인 잠뜰님이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이니, 다른 상황극 인물들의 옷을 만들어주면 재밌겠다 라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처음 기획했습니다. 초기의 콘티는 잠뜰님이 다양한 세계의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작은 위로를 전달하는, 소소한
끊임없이 후회하는 날이 있다. 이 기차에 올라타서 떠돌아다니는 긴 시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후회한 시간이 있다. 그날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그날 내가 너에게 부탁하지 않았다면 내가 조금 더 주변을 살피고 사람을 살폈다면 내가, 내가... '...대신 죽었어야 했는데.' "벌을 내려주십시오." 이것은 과거의 기억, 조각난 시간들의 모임이
나무바닥을 밟는 구두소리 신기한 울림을 내었다. 잠뜰은 건물의 문양과 이음새를 신기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여러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이런 목조건물의 형태를 보는 것은 드물었다. 곡선과 직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형태가 자신이 살던 세계의 건축물과는 또 다른 멋을 내었다. 건물 구경을 끝낸 잠뜰은 어느 방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나자
노을이 지는 시간, 붉은빛으로 물든 바다 위에 거대한 배가 한 척 떠있다. SP CRUISE라고 커다란 글씨로 적혀있는 배는 어떠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웅장한 모습으로 항구에 정착해있었다. 내일 열릴 선상파티의 준비를 모두 마친 배의 관리자들은 일찍 쉬러 들어갔고, 항구에서 배로 오르는 길만을 극소수의 관리인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귀한 손님을
육지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에 바닷냄새가 실려 있다. 넘실대는 푸른 파도를 길잡이 삼아 작은 어선 여럿이 항구를 떠나고 있다. 만선을 기대하며 물살을 가르고 짠 바다향이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나아간다. 하얀 갈매기 여러 마리가 날개를 펴고 부두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 낚싯대와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손이 바쁘다. 활기가 넘쳐나는 항구의 모습이다. 다만
여로고등학교 정문 앞. 한 흑발의 남자가 누군가를 기다리듯 서 있다. 황금빛 눈동자는 기다리는 사람을 찾는 듯 부지런히 움직인다. 아니, 다시 보니 주변에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지는 않은 지 경계하는 눈빛이다. 눈가에 피곤함이 짙게 묻어있었다.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에 남자의 하얀 토끼 귀가 쫑긋했다. 고동색 자켓에 하얀 크라바트를 단정히 메고, 검은색
별의 나라 에투알. 이곳도 한 때는 사람들이 나름의 소박한 꿈을 꾸며 살던 평화로운 나라였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는 시간 속에 흐려질 과거의 일이 되었다. 현재의 에투알은 크고 작은 시위가 끊이지 않는 위태로운 나라였다.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은 나라는 이제 새로운 왕을 맞이하게 되었다. 라더는 왕성의 한 회랑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 위
눈이 닿는 곳이 전부 무한히 펼쳐진 초원인 곳, 그 위 어느 작은 부분 위에 작은 건물이 하나 있다. 붉은 지붕을 가지고 한 쪽 벽이 뚫려 개방감 있는 그 건물은 과거에 이 나라의 역참으로 쓰였던 곳이다. 회색 돌로 만든 평평한 앞마당 위에 의자 서너 개가 있고, 마구간으로 보이는 낡은 별관도 있지만, 이제는 쓰지 않은 지 오래된 곳이다. 지나가던 여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