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보이는 행성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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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자기 PR 촬영 직전, 멘토인 건우가 려율을 한쪽으로 불러내 이야기를 꺼냈다.
"려율씨는 재데뷔라 정말 간절할텐데 특기인 춤이 아니라 노래도 괜찮으세요? 지금이라도 바꾸고 싶으면 말해주세요. 제가 스텝분께 얘기할게요.“
걱정하는 듯한 부드러운 건우의 목소리에 려율은 잠시 대답없이 고민에 빠지다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려율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무언가 확신에 찬 듯,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율, 한려율입니다.”
한려율은 녹화가 켜진 카메라 앞에 고개를 90도로 꾸벅 숙였다. 이렇게 자신을 직접적으로 PR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한려율은 이 기회를 꼭 잡아야만 했다. 숙소 1층 개인 연습실 한쪽에서 하는 조촐한 무대지만, 마치 수십만명의 관객을 앞에 둔 것 같이 느꼈다. 좌우를 살핀 려율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가슴을 살짝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정말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온 거구나. 다시 데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까까지는 조금 긴장되던 것이 오히려 지금은 즐겁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고 또박또박 진심을 전했다.
“제 이름 발음이 어려우시죠? 그냥 편하게 유리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유리는 희미하게 웃으며 한쪽에 있는 스탠딩 마이크를 손에 살짝 쥐고 허리를 쭉 펴고 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아시는 분은 적겠지만 저는 시리우스라는 그룹의 메인 댄서로 활동했었습니다. 제 주력은 춤이지만 이번 자기PR영상에서는 그 못지 않게 노래도 잘한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노래를 준비해봤습니다. 이 곡은 제 소중한 친구가 멜로디를 선물로 주고 제가 노랫말을 붙였습니다. 앞으로 당신의 율이 될, 저 한려율 지켜봐주세요.”
크흠, 켜진 마이크를 가볍게 몇 번 테스크하고 음원을 틀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느릿한 기타 반주에 맞춰 첫소절을 시작했다.
“물결처럼 다가와 스치듯 사라져가~ 가장 멀리 빛나는 별에~”
별들은 아주 높은 온도로 계속해서 폭발하여 빛나고 있다. 하지만 유한한 것은 없기 때문에, 언젠가 태울 연료가 사라지면 별은 빛을 잃는다. 우리가 보는 별은 과거의 빛. 어쩌면 한 번 포기했던 순간 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내 이름을 붙여~서~ 소원을 빌었어~”
핼리 혜성은 76년 주기로 지구를 타원형 궤도로 돌아오는 혜성, 인간은 딱 두번 밖에 볼 수 없는 혜성.
“아직 보이지 않는~ 작은~ 별~ 무심했던 지난 날~ 포기해버렸던 날~ 어쩌면 나는 잊었던 걸지도 몰라~ 얼마나 소중한 빛인지~ 보잘 것 없어도 언젠가 바라던 나의…."
올라가는 고음에 한려율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처음에는 그저 춤추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춤만큼 소중한 것이 생겼다. 한 때는 포기했던 아이돌이라는 꿈, 다시 이룰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했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정말로 있는 힘껏 외치고 싶어졌다.
“꿈을!”
카메라의 뒷쪽에 서서 바라보던 건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중저음이지만 시원한 탄산같은 청량한 목소리에 고음까지 쭉쭉 올라가는 노래에 프로필을 다시 확인했다.
가쁜 숨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내쉬며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한려율은 모두 쏟아낸 듯, 후련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었다. 하고 싶었던 걸 드디어 할 수 있다는 기쁨에서.
역시 내가 있을 곳은 조명과 함성소리가 가득한 무대 위구나. 유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대에 처음 섰을 때 느껴봤던 감동을 다시 한 번 더 경험하고 싶다. 무대 위에서 계속해서 남고 싶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유리는 외쳤다.
“프로듀스 율! 저 한려율을 꼭 기억해주십시오!”
궤도에서 벗어난 줄 알았던 운석이지만, 멀어진 줄 알았지만 다시 돌아온다.
인간은 딱 두번 밖에 볼 수 없다. 되돌아 오는 어떤 불꽃을.
두 번째로 관측되는 한려율이라는 혜성이, 이 광활한 우주에서 가장 멀리 있는 별이, 가장 불타는 불꽃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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