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져릭] 달

스터디 2회차 주제::추석

커피콩곳간 by 컾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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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은 창문 너머 밤하늘에 걸려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달은 보름달이었다. 어린 시절 그는 보름달을 무서워했다. 가장 큰 이유는 늑대인간에 대한 괴담 때문이었다. 괴담 하나로 그저 동그랗게 떠 있기만한 저 달이 무서웠다. 하지만, 그는 성장하고 지식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그는 우주를 사랑하게 되었고 보름달 또한 다시 보게 되어, 지금은 여러 달의 모습 중에서도 맑은 하늘 아래에서 바라보는 보름달이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추석이라 했던가…”

그는 지난주, 오랜만에 찾아간 그랑플람 재단에서 일어났던 일을 생각했다. 조선에서 온 어린 소년과 채탐인, 그리고 소년의 스승인 이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릭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그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합류하였다. 전부를 이해 하긴 어려웠으나, 동양에는 추석이란 문화가 있는 모양이었다. 마치 추수감사절과 비슷하였다. 동양의 문화를 알게 된 계기가 되어 즐거웠던 그날의 일을 떠올라, 릭은 가방 안에 이것저것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게이트를 열어 어디론가 떠났다.

“무슨 일이지? 릭.”

“하하- 보름달을 보고 있으니, 그대 생각이 나서 말이야…”

“품위 없긴.”

“연락 없이 찾아온 건, 미안하오.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안 되거든-”

릭이 도착한 장소는 현재 벨져가 머무는 어느 한적한 숲속에 위치한 홀든 소유의 작은 별장이었다. 벨져는 어릴 적 이 별장을 선물 받았으며, 여러 일로 현재 분주한 저택과 멀어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릭은 처음엔 그의 선택을 말리고 싶었다. 그 생각은 너무나도 당연하였다. 전쟁이 한창이였던 그때에 벨져는 큰 상처를 입었다.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음에 감사할 정도였으며, 그가 눈을 떴을 때 모든 전생이 끝이 나 있었다. 아직도 그날의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벨져였지만, 그는 저택이 아닌 이곳으로 거처를 옮긴 건, 릭으로선 확답하긴 어렵지만 그래 그의 자존심 때문이겠지라 생각하고 넘겼다. 그리고 그를 저택에서 이곳으로 옮겨준 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아직도 그의 큰형은 저택으로 돌아와 요양을 원하였지만, 벨져의 성격상 따를 일은 앞으로도 없겠지.

“그래, 오늘은 어떤 변명을 하는 지, 들어보도록 하지.”

릭은 거짓말을 들킨 아이처럼 어설프게 웃음을 크게 한번 짓더니, 가져온 가방을 열어 가져온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꺼낸 물건들은 다름 아닌 언제나 그가 즐겨 먹던 도넛과 젤리, 초콜릿과 말린 과일이었다. 그것을 바라본 벨져는 눈을 살며시 감고는 예상이라도 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커피… 아냐, 시간도 늦었으니까, 따뜻한 우유도 괜찮겠군. 벨져도 밤이 늦었으니 같은 걸로 먹으시오.”

“그냥 간식이 먹고 싶어 찾아온 것이군.”

“그것도 있지만, 오늘은 동양에선 추석이라고 하오. 이날엔 커다란 달을 보며,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맛있는 걸 먹는다고 한다오. 추수감사절과 같으면서 다르오- 우린 추수를 끝난 이후에 추석은 추수 전에 한다오. 신기하지?”

“네 기준으로 맛있는 건, 디저트군.”

“하하- 잔소리는 이쯤 해두고, 자- 이거 먹어보시오. 이 초콜릿은 그대도 분명 좋아할 것이오.”

작은 케이스에 담긴 초콜릿 한 알을 꺼내 릭은 자연스럽게 벨져의 앞으로 가져다주었다. 벨져는 짧게 웃음을 짓더니 릭이 건네준 초콜릿 한 알을 입안에 넣어 먹었다.

“무화과… 인가?”

“어때? 맛있지 않소? 이거 먹자마자 그대가 생각이 났소.”

두 사람은 어느덧 지붕 위에 앉아 달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었다. 아직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벨져에게 무리인 일이었지만, 아직 릭의 능력이 남아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달콤한 디저트와 따뜻한 우유를 마시며, 릭은 문득 달을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달을 보며, 소원을 바란다. 릭은 두 손을 모아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자신의 능력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추석은 이용당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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