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내 꿈을 위한 여행 (피카츄)

My Best Friend

포켓몬스터 애니 / 2017년 4월 10일에 올렸던 글

서고 by 예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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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소년의 밤은 외롭지 않았다. 어째서 몰랐을까. 어릴 적에 항상 함께했고 유난히 서로 충돌하는 일이 많았으나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고 언제나 그리었던 사랑스러운 친구임에도 몸이 둘이고 마음 또한 둘이기에 몰랐던 것일까. 언제나 나아가고 있는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봤던 갈색 눈동자는 더 이상 외로움을 담고 있지 않다. 이제는 같은 마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서로를 생각하고 있음을 알았고 부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순간에 소년 시게루 자신의 마음속에 괴로움을 막으려 쌓아두고 있던 댐이 와르르 무너져 감정이 쏟아져버렸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자주 연락할게.”

“기다릴게.”

 

손가락을 걸지 않아도, 두 사람의 말은 그 무엇보다도 굳은 약속이 된다. 그럼! 같이 지내온 시간이 얼마인데. 내심 사토시에게 자신이 누구보다도 중요한 존재임을 자각한 시게루는 뿌듯한 얼굴로 책상을 정리했다. 연구 자료들이 탑을 쌓고 있거나 널려있는데 개중에는 사토시가 타 지방에서 가져다 준 자료도 있었다. 즐겁게 여행을 하면서도 내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뺨을 긁적이다가 이내 화끈거려 정리하는 손의 속도를 높였다.

 

“아차. 사토시가 가기 전에 찍은 사진도 여기에 놔야지.”

 

사토시가 알로라 지방으로 출발하기 전, 시게루는 사토시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이전에는 사진을 찍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연구를 위해 포켓몬을 촬영하는 것 외에 카메라에 손을 대본 적이 없다. 실로 오랜만에 찍는 사진에 멋쩍었지만, 사토시가 말하는 이유를 들으니 안 찍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 이건 칸토와 죠우토를 여행했던 모두랑, 이건 호우엔 그리고 이건 신오, 마지막으로 칼로스. 난 모두와 사진을 찍었지만 시게루랑은 어릴 때 이후에 제대로 찍어본 적이 없잖아! 찍고 싶어.”

 

시게루는 사진으로 사토시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으니 같이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뭐… 나는 괜찮은데~……”

“나도 시게루를 사진으로 볼 거고 말이야.”

“응?”

“시게루, 책상 위에 내가 보낸 사진을 올려놨잖아. 나도 시게루가 보고 싶을 때는 시게루의 사진을 보면서 참을 테니까!”

‘이거 무자각이겠지. 무자각으로 하는 말이겠지.’

 

사토시는 순수하다. 그 때 묻지 않아 새하얀 순수함이 닿으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듣는 사람이 더 부끄러워지고 만다. 사토시 자신이 한 말을 상대가 어떤 의미로 생각했는지 스스로 깨 닫기엔 아마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게루는 아무렴 좋았다. 사토시는 있는 그대로가 좋았다. 저 순수한 빛에 반해버린 것일지도 모르니까.

 

“그럼 사진 찍자고, 사아~~토시 군?”

“뭐야~ 그렇게 부르지 말래도!”

 

포켓몬들을 모두 꺼낸 후 두 사람은 바싹 붙었다. 이왕 찍는다면 어릴 적과 같은 포즈로 찍어보자. 장난기 가득했던 어린 시절, 어깨동무하고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두 아이는 우정을 약속했었지. 몇 년이 지나, 조금 더 자란 두 아이 중 한 사람은 멈춰 기다리게 되었으며 한 사람은 여행을 계속하게 되었다. 서로 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그들이 돌아오는 집은 언제나 변함없는 이곳이니까, 헤어짐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자, 사토시. 웃으라고!”

“시게루 너도!”

 

소년들은 해맑게 웃었다. 마치 어릴 적 그날처럼,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거야.’ 언제나 우정은 이어져 있으니까. 말을 해야만 아는 것이 있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두 사람은 영원한 친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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