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타로 백업
이 사람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 자신의 삶에서 비추어지는 냉철한 판단력이나 자부심 같은 면모, 혹은 마치 '제국에 열성적으로 충성하던 것처럼 보이는 수석 연구원' 같은 모습들 전부가 이 사람의 광기에 가까운 집념으로 비춰진 하나의 조각일 뿐이란 점이에요.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꽂힌 주제 하나 외에는 생각할 마음이 없는 외골수이고, 시야가 좁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윤리도덕과 무관한 방식으로 '집요해지는' 독불장군이거든요.
이러한 기질은 성실함이나 끈기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이 사람의 가장 근본에 있는 성향은 '나 자신이 만족할 삶을 살고 싶다'는 불분명한 형태의 자기애이며, 결과적으로 그 명제를 충족하지 못한 자신을 혐오하고 또 다시 자신이 인정받을 만한 성과를 쌓기 위해 집요히 골몰해낸 것에 불과해요.
이 사람이 성장한 배경에 따라, 이고르 다이아몬드의 유년은 제국에 충성할 건장한 군인과 한 사람의 병력을 가치있는 삶으로 여겼고 이고르는 그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모자란' 이였죠. 그 자신의 성과로 연구원이 되고 또한 병기를 개발하면서도 이 사람은 자신의 기술이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할지언정 자신이 욕망한 바를 완전히 '충족시킬 만큼' 완전하다고, 자신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이 사람이 만들어낸 기계병기와 인간의 결합은 자기 자신의 육신을 좀 더 견고하고 강력한 것으로 바꾸어 자신이 전선에 설 수 있을 가능성을 재어보는 하나의 도전이기도 했고요. 이 사람은 언제나 자기 행동의 옳고 그름과 같은 신념, 정의보다도 '내 자신이 제대로 하고있는가, 나는 남들보다 모자라고 유약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라는 스스로에 대한 검열과 평가에 시달려서 강박적으로 연구하고, 골몰하고, 행동하며 살아왔단 뜻이에요. 그래서 사실 이 사람에게 자신이 속한 국가나 가정환경은 크게 중요치 않죠. 자신이 속해 자라온 계급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본 일은 없을거예요. 하지만 애당초, 그런 조건들은 이 사람에게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이 사람은 빈민으로 태어났어도 똑같았을거예요.
다만 한 가지 씁쓸한 점이 있다면, 이 친구는 자신이 가진 강박을 제대로 자각하거나 해설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점이에요. 애당초 이 사람의 유년시절은 그 유복함과 주어진 지위, 명예에 비해 이 사람에게 '가치없는 것'이라는 평가 내지, '애당초 기대를 걸 대상이 아닌' 것으로 취급한 시간이 길어 보이는데 그런 평가로부터 빚어진 자기 자신의 상황에 대한 혐오감이 이 사람에게 그 자신을 조금이나마 '가치있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연구의 길을 선택하게 만들었을 뿐 그 재능이나 자신의 성과 자체에 만족이나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란 이야기죠. 사실, 이래서 연합군으로의 전향도 그리 어렵지 않았던 거고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 관계가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관계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지만 이고르 다이아몬드는 그렇지 않아요. 이 사람의 인정욕구는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게 인정받는', '내 자신이 스스로를 열등히 여기지 않고 만족하고 싶다'는 갈망에 가깝죠.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를 온전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는 감각이 이 사람에겐 가장 끔찍한 족쇄인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으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일방적인 감정 교류나 관계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출중한 능력'이 있어서 그것을 통해 사람에 대한 필요를 충족하고 사람과 교류하는 것들이 이 사람을 '까다로운 천재'로 보이게 하곤 하죠. 실상은 관계를 다루는 법을 모르는 것에 불과한데도요.
이 사람은 자신의 삶이 어느 순간, 자신의 노력 끝에서 빛처럼 주어진 결실을 얻으리라고 믿어요. 그러니 결론적으로 이 사람은 세간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윤리나, 도덕이나, 신념이나, 전쟁의 명분같은 것들에 정말로 관심이 없는거죠. 하지만 이건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기만이고, 전제가 틀린 조건이에요. 이 사람이 처음 열등감을 느낀건 주위 사람의 평가와 '자신의 모자람'을 깨달은 일인데, 타인의 인정과 자신의 만족을 동시에 얻고자 하는게 아니라, 오로지 자기 안에서 결론을 얻고자 하고, 나 자신이 노력하는 것이 어떤 완벽하고 이상적인 결과물을 끌어내리라고 믿는다는 점에서 그렇죠. 자신이 어떤 허상을 쫒는지 모르고 위태롭게 쌓아올린 마천루는 기반이 없어 무너질 수밖에 없는데, 이 사람은 자신의 열등과 자기혐오로 이미 바닥을 늪지처럼 가라앉히며 살아가고 있어요. 아마 이 지점의 인식을 뒤바꾸지 않는 한 이 사람이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신을 사랑하거나 만족하는, 자기애를 갖추는 일은 불가능할거에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그렇다 해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아가야하는건 아니죠.
이 사람의 가장 온난한 결말은 '자신의 열등을 받아들이는' 일이거든요. 그 몸이 약함을 수용하고, 자신에게 온화히 대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면서, 여전히 자신이 싫고 불쾌하지만 이 삶 자체에는 만족하고, '조금 더 이런 시간을 살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이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평온한 미래에요. 실제로 이 사람은 현재진행형으로 다시 제국에 잡혀 세뇌당하고 있으나 저항 중이라고 말해주셨지요. 그 지점에서, 제국에 충성과 세뇌를 거부하는 이유도 '자신이 잠깐 맛보았던, 연합군에서의 그 일편같은 시간들'이 오로지 연구에만 골몰하던 자기 파괴적인 시간들보다 좋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에요. 구체적으로 그 감정과 상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마음이 끌리는 길인거고, 결국 이 사람이 원하는 건 자신의 완벽함을 선보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이란 사실을 증명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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