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창녀
내 돈이 다 어디갔지
갑자기 거지가 됐다. 어제까지만 해도 돈이, 현금이 많았는데…. 원래는 오늘도 출근했어야하지만 몸이 아파서 하루 쉬게됐다. 하루라도 쉬게되면 늘 이렇게 된다. 내가 자는사이에 여기저기서 너 이돈 내야돼!하고 가져가더니 다 사라졌다.
어느순간 나는 불안하거나 기분이 나쁠때마다 은행어플로 계좌를 쳐다보는게 습관이 됐다. 그렇게 쳐다본다고 돈이 늘어나거나 불안함이 사라지거나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여전히 너무 불안하다. 불안함이 더 커진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노려보고있으면. 어쩌면 불안함이 덜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가난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난은 적이거나 혐오의 대상도 아니다. 돌이켜보면 가난보다 더 기억에 남는건 “넌 가난하니까”라며 이런 취급 당해도 된다고 한 사람들이다. 알면서도 어쩐지 내 머릿속에서 가난에 대한 미워하는 마음은. 이미 그 사람들과 눌러붙어버렸다.
최근에는 부자가 되는 방법이 뭘까요?라는 질문을 손님들에게 하고다녔다. 나를 17년이나 만난 손님이 “당신은 이미 부자인데 낯뜨겁게 뭐하러 그런걸 물어보고다녀”라고 했다. 요즘같은 세상에 경기를 타지 않고 꾸준히 잘 되며 출근하면 무조건 현금이 들어온다는게 확정된다면 이미 그게 부자라고.
듣고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남는건 별로 없고. 나도 점점 초조해져서 손님을 쥐어짜고싶어진다. 가격을 올리고싶어지고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덜 해주고 돈을 받고싶어진다.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돈이 없고, 온갖 서류와 독촉 전화들이 나를 쫓아오고. 몸이 무너지고 찢어지는것처럼 아픈데 출근을 하면 돈이 쏟아진다.
방금전까지 내가 돈때문에 시달렸다는게 믿을수 없을만큼.
어쩌면 내가 가난했다거나 돈에 시달렸다는건 내가 정신병이 있어서 착각하는거 아닐까? 이 억울하고 괴로운 모든게 그저 내 망상인건 아닐까?
그래도 창녀구룡성채를 돌아다니다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건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구나. 다들 그냥 이렇게 계속 사는거구나. 초조해도 초조하지 않아도 매일 독촉전화와 서류는 날라오고. 문앞에 스티커를 붙이고 간다. 나는 매일 문앞의 스티커들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가난에 대해 읽는 사람들이 지겹고 역겨워할만큼 쓰고싶다. 가난과 지난한 싸움을 하고싶다. 따박따박 하나하나. 치졸하고 유치할만큼 따져서 찍어누르고싶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숨도 쉬지 않고 쏟아내고싶다. 하지만 늘 내가 지고, 먼저 자리를 떠나고만다. 쏟아낸것도 없는데 눈이 따갑고 시려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아무때나 숨이 차고 헐떡인다.
가난한게 싫어서. 억울해서. 가난을 피해서 여기에 왔는데. 나는 여전히 가난하다. 다른 감각 다른 종류의 가난함을 맞았다. 꾸준히 계속 가난함에서 벗어나 벼락처럼 가난하다. 정신이 오락가락해진다. 과연 내가 가난한건가 가난하지않은것인가 알수가 없다. 사실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다.
나는 가난을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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