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아...힘들어 이어서쓸지는 ㅁㄹ겠어

백업 by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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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쪼개며 사는 삶. 우리의 생활엔 부모님 그리고 나와 남동생이 주축이 된다. 한참을 어린 동생들까지까지 전부가 나서지 않아도 병에 동전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일을 하고 버는 몫과 주기적으로 날아드는 흰 봉투였다. 안에 든 것을 세어 볼 필요는 없었다, 그 남자가 부치는 돈은 늘 일정한 금액이었으므로. 적지도 많지도 않은 액수는 보통 빵을 사는 데 지불되었다. 그렇게 두세 번... 한 대여섯 번쯤 음식이 동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이다. 멀리서도 보이는 붉은 머리카락. 거리를 좁히면 확인할 수 있는 같은 색 동공. 

...내 형제가 돌아오는 날엔 나는 그를 맞이해야 했다. 

달리 그를 반길 사람이 없었으므로. 이유는 두어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는 우리가 그와 붙어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떨어져 있어도 편지 한 장 주고받지 않았으니 교류랄 것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보낼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하룻밤은 가계부를 쓰는 데도 모자라서. 그 역시 한번을 적어주지 않았으니 우리는 딱 그 정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집의 장녀이고 그는 장남이라 그나마 내가 그를 오래 보기는 했다. 나는 그와 피가 이어진 가족이고... 가볍게라도 인삿말을 건네는 게 맞았다. 먼 친척쯤으로 보는 듯한 동생들을 앞세울 수는 없으니까. 

"빨래 걷자더니 뭐 하는데, 누가 왔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옆쪽에서 신발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이 빨리 닳으니 걸음은 발을 들어서 옮기라고 침이 마르도록 말했건만. 남동생은 머리가 크고부턴 말을 잘 듣지를 않았다. 평소처럼 핀잔을 줄까 했으나 걔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고 있어 그만두었다. 그 애도 나처럼 보자마자 알았을 테다, 손님이 누군지. 우리들은 마치 말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그가 품에서 포장된 것을 꺼내 건넬 때까지도. 

"아, 이건 고기인데 질이 좋아 보여서 샀어요." 

"네... 감사합니다."

"그동안 별일은 없었나요?"

"별 거 없었는데. 뭐라도 있어야 했던 건 아니죠?"

진짜 뭐 없었어요 하며 걔가 웃는데 볕이 드는 바깥인데도 냉기가 감돌았다. 우리가 그를 환영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 그는 우리들이 무탈하게 지내고 있는 게 어딘지, 걸리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내가 잘못 짚었겠거니 생각했다. 그 사람이 우리를 미워하는 것도 아닌데 걔는 오히려 거기서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우리가 잘못되길 바라는 것 같지는 않고 뭔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다고. 그러니까 시간 주고 때 되면 찾아오는 거 아냐. 

실험체 다루듯이. 한참이 흘렀어도 머리에 남은 말을 되새기며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정말 그런 뜻인 걸까? 들리지 않을 물음에 그는 미소로 화답했다. 

"큰일이 없었다면 다행이지요. 먼 곳에 떨어져 있어 그런지 걱정이 많이 되어서요."

"저희는 괜찮아요. 부모님도 잘 계시고... 따로 말씀드릴 만한 일은 없네요."

순간 그의 얼굴에 다른 표정이 스쳐갔다. ...아, 전과 같은 그것이다. 숨기고자 하면 그럴 수 있을 텐데. 그만큼이나 속이 뒤틀리는 걸까. 꺼내어 볼 수가 없으니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그런가요. 것보다 둘 다 못 본 새 많이 컸네요. 동생들도 그렇겠죠? 아이들은 유독 빠르게 자라던데."

"보고 가시려면 조금 기다리셔야 할 거예요. 지금은 학교 오후 수업 시간이라..."

"저기 누나, 그리고 형? 들어가서 얘기 나누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이제 비 온다고도 했고 서서 계시면 제가 빨래를 못 걷어서요."

먼저 들어가시라며 걔가 고갯짓을 했고 그는 미안하단 소리와 함께 돌아섰다. 뒤따르다 보면 문득 그의 발이 보였다. ...두 걸음만 앞서도 나란해지는데. 저 사람과 우리는 가까이 있어도 그렇지가 않구나. 그렇대도 붙잡을 마음은 없잖아.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론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묻는 것에 대답하는 일뿐. 동생들 모두의 얘기를 듣기 전까지 그는 일어나지 않으니까. 부드럽지만 완고한 면이 있는 사람. 이것이 내가 아는 그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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