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루시] BREATH
7,883.
바알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동안 루시안은 수없이 많은 악몽을 꿨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속박의 굴레에 그는 저항한 적도 있지만 저항하지 못한 적도 있었고, 저항하지 못할 때면 언제나 그는 아스타리온의 앞에 묶여 있었다. 그건 그가 자헤이라에게 기대기 시작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충동은 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을 죽이려고 들었고, 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은 황송스럽게도 아스타리온이었다. 자헤이라가 그를 죽이기 직전까지 갔던 날, 아스타리온은 그의 녹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했다, "아직 거기 있지?", 그에게 아스타리온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루시안은 마음에 안 들어하긴 했지만 그날 이후로 아스타리온도 자헤이라와 함께 그와 가까운 자리에서 잠을 청했다. 끝없이 반복되는 악몽에 아스타리온은 이제 그의 숨소리만 들어도 그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자기야?"
바알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후, 모든 것에 끝을 맺었을 때 아스타리온은 자기면 몰라도 그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조차 모르겠지만.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그의 호흡 소리에 아스타리온은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를 잡았다. 루시안이 눈을 떴다. 다행히 그의 녹안은 아스타리온이 알고 있는 녹안 그대로였다. 루시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기가 널 깨운 거냐고 물었다. 아스타리온은 고개를 저었다. "난 안 자고 있었어." 루시안은 차가운 그의 팔에 자신의 창백한 뺨을 비비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스타리온은 웃었다. "뭐가 미안해. 내게 미안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잖아? 그리고 난 자기의 필사적인 모습을 사랑한다고." 아스타리온은 고개를 숙여 제 애인의 이마 위로 입술을 맞췄다.
"무슨 꿈을 꿨어?"
"...널 죽이러 가는 꿈을 꿨어."
"귀엽네. 그래서?"
"나는 내 몸 안에서 울부짖고 있었어. 하지만 끝까지 내 몸은 내 말을 듣지 않았지."
"아. 그래도 꿈속에서 나한테 네 내장을 갈기갈기 찢어 흙에 뿌려놓을 거야~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나 보네."
"그냥 으르렁거렸어."
"아하. 그것도 낯설지 않은 재회지."
루시안은 더듬거리며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는 자신의 몸이 제것이 맞는지 확인해본 것뿐이라고 대답했다. 아스타리온은 그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카자도르를 죽이는 감각은 여전히 손에 생생한데, 아스타리온은 가끔씩 자신이 정말로 카자도르의 지배에서 벗어난 게 맞는지 의구심을 가지고는 했다. 내가 정말로 카자도르를 죽인 게 맞나? 그의 악몽에서 카자도르는 잔인하게 웃으며 외치고는 했다. 정말로 네가 날 죽인 줄 알았느냐, 꼬마야!
"바알은 더 이상 네게 간섭할 수 없어, 자기야. 완전히 그에게 벗어나는 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정말?"
"물론 그의 그림자가 영원할 수도 있겠지만."
아스타리온은 잠깐 말을 멈췄다.
"하지만 그정도는 안고 살 수 있잖아, 안 그래?"
스스로한테 하는 말인 건지 아니면 작은 바알 베이비한테 하는 말인 건지, 아스타리온은 스스로도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스타리온이 몸을 일으키자 루시안도 몸을 일으켰다. 그는 작게 기지개를 피며 어디 갈 생각이냐고 물었다. "딱히? 자기가 가는 거면 모를까." 아스타리온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해보였다. 또 무슨 장난을 치려는 건데, 루시안은 킥킥 웃으며 그가 원하는 대로 그에게 가까이 걸어갔다. "자기, 나랑 있으면서 이런 옷이 허락될 거라고 생각했어?" "응?" "자, 이제 이거 먼저 입어봐." 아.... 아스타리온의 말뜻을 이해한 루시안의 표정이 아득해졌다. 어쩐지 지금부터 수없이 많은 옷들을 입고 벗어야 할 거 같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꼼지락거리는 루시안의 허리를 부드럽게 휘어잡으며 아스타리온은 도망갈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말라고 말했다.
"흐음, 내 안목에 감사하도록 해. 어떤 옷이든 잘 어울리는 건 보통 있는 일이 아니니까."
내가 자기를 위해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수정하고 고른 거라고?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에 루시안은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엘더브레인이랑 싸웠을 때보다 더 힘든 거 같아...." "하! 무슨 그런 소리를."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 그에게 눈침을 한번 주고 아스타리온은 그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런데 자기야, 벌써부터 옷이 구겨지잖아." 목을 감싸안은 채 능숙하게 옷깃을 정리해주는 아스타리온을 루시안은 사랑스러워서 미치겠다는 눈동자로 응시했다. 그의 눈빛을 마주한 아스타리온이 낄낄 웃었다. "왜? 갑자기 열이 끓어올라?" "귀여워." 루시안은 그대로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몸의 균형이 앞으로 불편하게 기울어진다. 자신의 머리를 끌어안고 있는 그의 손을 푸는 건 쉬운 일이긴 하다만, 아스타리온은 불평을 하면서도 그의 손길을 털어내지는 않았다. "귀엽다니, 그것보다는 더 좋은 말들이 많잖아? 아름답다거나, 멋있다거나...." "네가 귀여운 걸 어떡하라고." 귀엽다는 말에 잘못이 있다면 내 잘못이 아니라 네 잘못이지. 루시안의 대답에 아스타리온은 입꼬리를 비뚤어지게 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자기, 지금 내가 몇 살인지는 알고 말하는 거지?"
"언제까지고 내 옷이 구겨지면 정리해줄 거지?"
그의 손등에 자신의 뺨을 비비며 루시안은 애교부리듯이 말했다. 그는 아마 자기가 지금 애교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귀엽다는 말을 지금 누구한테 써야 하는데, 아스타리온은 손바닥을 뒤집어 그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뺨을 쓰다듬는 손짓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는 그의 손바닥에 자신의 뺨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의 팔에 힘이 풀린 사이에, 아스타리온은 고개를 살짝 뒤로 뺀 후 그의 어깨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어깨를 선이 살아있는 턱으로 쿡쿡 찌르며 아스타리온은 그냥 처음부터 옷을 제대로 입으라고 말했다. "그러면 내 옷 정리해주지 않을 거잖아." 무자각한 어리광은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아스타리온은 손가락으로 그의 회색빛 뺨을 꾹꾹 누르며 그렇게 자신의 손길을 원하냐고 물었다.
"하긴, 원하지 않을 리가 없겠지, 누구의 손길인데. 대답하지 않아도 돼, 자기야. 이미 답은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일부러 구기지는 마. 그럼 또 새옷을 입어봐야 할 테니까. '또 새옷을 입어봐야'할 수 도 있다는 말에 루시안의 표정이 아득해졌다. 그는 옷 구경은 이미 충분히 한 거 같다고 말했다. 평생 할 옷 시착은 다 한 거 같다는 루시안의 말에 아스타리온은 고개를 저으며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평생 함께 살 텐데, 자기야, 아직 멀었지."
'우리'라는 단어는 그렇게 어색했으면서도 금방 친숙하게 다가와 그의 입술에 따라붙었다. 우리는 평생 함께 살 거라는 아스타리온의 말에 루시안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짧은 잠에서 깬 아스타리온이 기분 좋게 몸을 꿈틀였다. 잠에서 깰 때마다 그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자신에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아스타리온은 그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버렸다. 하지만 짧막한 행복도 잠시, 아스타리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굴에 찬물이라도 부은 기분이었다. 당연히 들렸어야 할 그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루시안이 없다! 황급하게 주변을 둘러본 아스타리온은 그가 침실에 없다는 걸 확인한 후 급하게 방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그가 적어도 햇빛 아래로 나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아스타리온에게는 심장이 없다. 아무리 놀라도 그의 심장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심장이 없을 때의 장점은 찾고 싶은 소리를 방해없이 누구보다도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루시안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세 걸음.
"...무슨 일이야?"
루시안은 다치지 않았다. 곁눈질로 그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한 아스타리온은 안도하며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가볍지만은 않은 그의 발걸음이 루시안의 옆에서 멈췄을 때 루시안은 작은 목소리로 또 자신이 그를 깨운 거냐고 물었다. "하이 엘프는 잠을 잘 자지 않아서, 다행스럽게도 말이지. 그래서? 무슨 일인데?" 조금 거칠게 느껴지는 그의 숨소리에서 아스타리온은 어쩌면 그가 또 악몽을 꾼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숨소리를 고르느라 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 그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얹으며 그는 자신을 놀래키는 건 그만해줬으면 좋겠다고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정말! 난 심장이 떨어진 줄 알았다고. 네가 내 옆에서 사라진 줄 알았잖아." 아스타리온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비교적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악몽을 꾸는 건 괜찮아, 네가 날 또 죽이려고 드는 건.... 많이 괜찮진 않지만 우린 또 이겨낼 수 있어. 하지만 네가 갑자기 내 인생에서 사라지는 건 전혀 괜찮지 않아." 마지막 문장에서는 무거워진 아스타리온의 목소리가 루시안의 죄책감을 건드린다.
"난...."
"쉬잇, 자기, 괜찮아. 난 아직 여기에 있어."
또다시 불안정하게 거칠어진 그의 호흡에 아스타리온은 수많은 밤에 그에게 해줬던 말을 다시 해줬다. '난 아직 여기에 있어.' 루시안은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아스타리온의 생각대로 그는 또 악몽을 꿨다. 자신의 껍데기 안에 갇혀서 애인이 제 손에 죽는 걸 바라보는 무력한 '나', 꿈에서 그의 찢어진 목은 피를 분수처럼 내뿜고 있었다, 딱 거기까지만 악몽을 꿨다면 루시안은 침실에서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악몽은 더 이어졌다. 오랜만에 그의 앞에 나타난 집사는 실망감으로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자기는 뭐든 할 거라고 말했다. 제가 없으면 바른 일을 똑바로 하지 못하는 제 끔찍하고도 사랑스러운 주인님, 루시안은 집사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응시하면서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번에도 이 집사가 주인님을 도와드리지요. 주인님은 정말 어리광쟁이시라니까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악몽에서 깼을 때 루시안은 방금 그게 악몽이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집사가 자신을 찾아온 거였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처럼 루시안은 곤히 자고 있는 아스타리온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다행히 손을 뻗었는데도 그 빌어먹을 충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집사는 악몽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스스로가 두려워졌다. 그가 자신에게 중요해지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 그 감정들을 끌어안으며 그는 천천히 방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그에게 알피라의 죽음은 가볍다. 그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최소한의 죄책감도 가지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알피라의 죽음에 그가 유감을 느끼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스타리온의 죽음은 상상만 해도 무겁다. 한번 겪으면 영원히 그는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낮인지 밤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컴컴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스타리온의 인기척이 뒤에서 느껴질 때까지 그는 그렇게 조용히 자기 자신으로 서있었다. 아직은 나야, 지금은 나야, 그러니 앞으로도 나일 거야. 그는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아스타리온에게 시선을 맞추며 이제 괜찮다고 말했다. "알아." 아스타리온의 입술이 장난스럽게 삐죽였다. "아무리 자기라도 숨소리만큼은 내게서 숨길 수 없거든."
"집사를 봤어."
루시안은 그가 다시 물어보기 전에 먼저 물꼬를 틀었다. 아스타리온은 듣고 있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집사가 자신을 찾아와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까지 말했다. 그리고 그 악몽에서 깼을 때 그 악몽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을 할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는 이야기까지, 천천히 이야기를 끝맺은 루시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멋없게 보였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아스타리온은 어이가 없다는 듯 킥킥 웃었다. "방금 그 말은 정말 멋없어 보였어." 그의 매끄러운 손동작이 루시안의 두려움을 가라앉힌다. 손가락을 까닥이며 그는 루시안에게 "하지만 나도 그래서 상관없어."라고 말해주었다.
"나도 가끔 카자도르가 찾아오거든. 그리고 그 악몽에서 깼을 때 순간 생각하지. 내가 정말로 그를 죽인 게 맞나?"
"그가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다시 내가 죽여줄 테니까 안심해, 아스타리온."
"알지."
자기가 그날 카자도르의 목을 어떻게 졸랐는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한데. 그래서 아스타리온은 그가 지금 당장 자신의 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그를 예전만큼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너만 옆에 있어준다면 뭐가 두렵겠어. 안정감, 따듯함, 오랜 세월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은 그가 옆에 있기만 하면 쉽게 찾아왔다. 아스타리온에게 그는 기적이었다. 세상이 자신에게 준 단 하나의 선의, 그리고 그는 그 선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은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편안한 적막과 손에 닿은 온기가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아스타리온은 그의 숨소리를 좋아한다. 잠은 이미 깬 지 오래라 두 사람은 서로의 몸에 서로를 기댄 채 말없이 하늘만 바라보았다. 자신에게는 없는 그의 숨결을 온전히 느끼며 아스타리온은 태양이 없는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거 같다고 생각했다. 짝사랑이긴 하지만, 그는 지금 짝사랑만 하고 있는 건 아니고. 아스타리온은 그에게 안아도 되냐고 물었고 그는 싱긋 웃으며 아스타리온에게 팔을 벌렸다. 그리고 그 짝사랑을 포기한 것도 아니니까. 아스타리온은 자연스럽게 포기했던 자기 대신 포기해주지 않은 그에게 감사했다. 그가 없었으면 아스타리온은 자신의 짝사랑을 새드 엔딩으로 귀결시켰을 것이다. 자기보다 몸집이 작아 자신의 품에 푹 안겨있는 그를 부드럽게 끌어 안으며 아스타리온은 내일은 어디에 갈 거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들더니 자헤이라의 연락망을 통해 뱀파이어 스폰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와 연락이 닿았다고 말했다.
"아하, 우리의 작은 여정이 이렇게 또 시작되는 건가?"
"이번에는 허탕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자헤이라의 지인을 죽이고 싶진 않거든."
"음, 자기야, 실망한다고 해도 이번에는 자헤이라의 지인이니까 조금만 참자. 안 그래도 우리는 쫓아오는 적들이 많은데 그 적 목록에 하퍼 결사들까지 추가하고 싶지는 않거든."
푸하하, 루시안이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히 농담이지. 그는 자헤이라와 적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자기가 그런 말 하면 농담으로 안 느껴지는 건 알지?" 미간을 찌푸리는 아스타리온을 올려다보며 루시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난 최대한 노력을 할 생각이니 그 친구가 내 인내심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 다시 잠이 오기 시작했는지 루시안은 작게 하품을 했다. 아스타리온은 그에게 이제 들어가자고 말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품에서 나왔다.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로 두 사람은 급하게 나가느라 제대로 정돈하지 못한 이부자리로 돌아왔다. 누워서 잠을 청하려던 것도 잠시, 루시안은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아스타리온을 올려다보며 너는 잠을 자지 않을 생각이냐고 물었다. 아스타리온은 자신의 손에 들린 책을 흔들어 보였다. "나는 잠이 안 와서." 하이엘프의 수면 시간이 다른 종족들의 수면 시간보다 적다는 걸 알고 있긴 하다만, 루시안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괜히 잠을 깨운 거 같네." "자기야, 이제 알 때도 되지 않았어? 내 종족은 원래 잠이 별로 없다니까. 게다가 난 뱀파이어 스폰이기도 하고." 루시안은 그의 손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그래도 조금.... 그렇네. 졸리면 바로 자. 내일은 안 깨울 테니까." 루시안의 말에 아스타리온이 코웃음을 쳤다. "내가 자기보다 늦게 잔다고 해도 자기보다는 일찍 일어날 걸?" 이제 그만 말하라는 듯 아스타리온은 그의 이마 위에 짧게 입맞춤을 했다. "이제 자, 자기, 내일 내게 더 초롱초롱한 눈을 보여줘야지."
고요한 방안에 그의 숨소리만 울린다. 호흡이 안정적인 걸 보니 지금은 악몽을 꾸지 않는 모양이다. 아스타리온은 책에서 눈을 떼고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있는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전보다 길어진 검은색 머리카락은 그의 어깨 아래에서 찰랑이고 있었다. 아스타리온은 조금 더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의 숨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듣고 싶었다. 쿵, 쿵, 쿵, 고개를 더 숙이자 그의 심장 박동 소리도 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편안하다. 아스타리온은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여전히 그의 숨소리가 들린다. 아스타리온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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