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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하데스 드림
파이널 판타지 14의 비공식 팬 창작물입니다. 모든 세계관 관련 저작권은 스퀘어 에닉스에 있습니다.
개인적인 캐해석이 담긴 드림글입니다. 캐해석 관련 이야기는 받지 않습니다.
“······에메트셀크.”
들은 지 오래되어서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지금처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면 환청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흐린 목소리였고, 오랫동안 듣지 못한 목소리였다. 스쳐 지나가는 꿈이나 환청 속에서 겨우 형태를 잡아낼 수 있었으나, 소리가 되지 못한 채 바스러지기 일쑤였다.
그는 완벽했던 시절의 모든 것을 그리워하는데 꿈에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란 지도 오래되었다. 그들이 하는 모든 말이 울림으로만 들린다. 그가 작아져서 그럴 것이다, 그 모든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 건.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둥소리는 너무 멀어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금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보다 작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그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면서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모순적인 말이 아닌가. 기억하겠다고 이야기하며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는 별바다로 돌아갔다가 온 영혼들과 다를 바가 없어지는 것은 사절이었다. 그들과 비교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완전하지 못한 이들과 자신이 같을 리가 없다. 에메트셀크는 그렇게 확언했다.
현 에메트셀크, 일만 이천년을 족히 넘기는 세월을 살아온 그 존재는 눈으로 보이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했다. 무슨 색채를 가졌고, 어떠한 조형을 지녔는지와 같은 것들. 영혼을 보는 눈을 지녔다는 말은 곧, 그들이 무슨 색채를 지녔는지 알 수밖에 없다는 말과 동일했다.
그래서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의 아모로트는 모방체일 뿐이라고. 그가 만들어낸 아모로트에는 색이 없다. 과거처럼 찬란하게 반짝이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영혼은 스스로 가지게 되는 것이지, 다른 누군가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곳은 색채가 없는 아모로트가 되었다. 과거와는 달리, 빛이 들지 않는 아모로트가 된 것이다.
“···에메트셀크?”
웅웅 울리는 목소리가 다시금 들린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 분명 자주 들었던 것 같은······ 익숙한 소리.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하면서도 고개를 돌린다. 그가 이곳에 있을 리가 없다. 그 되다만 것이 이곳에 아직도 있을 리가 없다. 나가지 않았던가, 분명 이긴 채 돌아섰다. 다시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처럼 나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에메트셀크는 부정한다. 제가 느낀 모든 것들은 착각일 뿐이라고. 휘틀로다이우스를 만드는 일은 있었어도, 아젬을 만드는 일은 없었다. 되다만 것이 돌아와, 그를 흉내 낼 리도 없다. 이곳에 남아 있는 영혼은 하나밖에 없으니, 그저 환각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소망은 한 번도 그의 편을 들어준 적이 없었고,
“에메트셀크, 오늘따라 반응이 느린 거 알아?”
한때 눈을 멀게 만들었던 색채를 다시금 그의 앞에 데려다 놓은 것을 보아하니, 이번에도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너,”
“그렇게 화를 낼 정도로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네가 왜 이곳에 있는 거야.”
“···나? 휘틀로다이우스가 이야기 안 해줬어? 외부로 나갔다가 올 거니까 전해달라고 했는데······.”
빛이 보인다. 이곳에는 더 이상 들어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빛이, 차마 그렇게 할 수 없던 태양 빛이 들이닥친다.
“곧 정기 회의잖아. 그렇게 있으면 늦을 것 같은데.”
그보다···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걱정스러운 표정. 잊지 않았을 적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표정이다. 저런 표정을 하던 건 그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 머릿속을 헤집더라도 나오는 것은 몇 없다. 그에 관련된 것들은 의식적으로 지우고자 노력했기에, 기억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무엇보다 그는 인간이다. 인간은 시간을 부정할 수 없기에 결국 망각한다.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있기에는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 우선순위가 되지 못한 기억은 쳐내야 했다. 그것이 동포를 지키는 방법이라 믿었다.
에메트셀크는, 지금까지 한 모든 선택 중 유일하게 그것을 후회했다. 기억하고 있다 하더라면 이 존재가 거짓이라고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사람과 관련된 기억은 색채밖에 없어서,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과 동일한 색채를 지니고 있어서 그 사람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는 본 적이 있다. 옅었지만, 동일한 색채를 지닌 이들을. 그리고 그들은 아젬이 아니었다. 그 아젬의 조각나고 부스러진 일부분이었을 뿐. 그 색채를 흉내 낼 수 있는 또 다른 이가 세상에 존재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색을 지닌 채 살아갈 이가 이곳에 존재한다. 에메트셀크는 그러한 ‘영웅’들을 보아왔다, 세계가 분산되고 다시 재통합되는 과정과 함께 사라지는 영웅들을.
그토록 많은 실패작을 보아왔음에도 이번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저것은 아젬이라고, 모든 감각이 그렇게 소리치고 있다.
왜 그렇게 확신하는지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 사람에 관해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은 혼의 색이지 형태나 어투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왜 그를 아젬이라 확신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그를 아젬이라 확신한다. 저것은 내가 알고 있던 그 존재가 맞다고···. 부스러진 잔해 따위가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을 망가지게 만든 그가 아니라, 아주 오래전 평화로웠던 시기에 함께하던 그가 맞다고.
그리고 그는 오래된 친우 한정으로 의심하는 법을 몰랐다. 어찌 존재 자체를 의심할 수 있으랴, 그 누구도 그를 완벽하게 따라 하지 못할 것이 분명한데.
“···정기 회의는 지금이 아니었을 텐데.”
“···못 들은 거야? 아모로트에 빛이 사라졌어.”
“빛이?”
“응, 빛이 사라졌어. 엘리디부스가 회의를 소집했고, 정기 회의가 평소보다 조금 더 이르게 열리게 됐어.”
“아모로트에서 빛이 사라진 적은 없어.”
“하지만 이걸 봐, 지금은 빛이 한 점 들지 않잖아···.”
이곳에 빛이 들지 않는 이유는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빛이 들게 만들 수 없다. 그것은 창조 마법 연구 권위자인 라하브레아가 오더라도 행하지 못할 것이다. 창조물에 영혼을 심어 빛나게 하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고, 강제적으로 빛이 들게 하기 위해 바다를 가르게 된다면 모두의 이목이 이곳으로 쏠리게 될 것이다.
이곳은 완벽한 이들을 위한 낙원이다. 어설프게 인간 흉내를 내는 것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들이 들어오려고 하더라도, 이곳의 공간만큼은 허용할 수 없다. 가장 찬란한 시대에 보내는 찬사를 망치게 둘 수 없다. 세상에 허락받지 않은 것들을 위한 공간은 차고 넘친다. 그들은 그 세계에서 살아가면 된다. 어차피, 우리의 것으로 되돌리기 위하여 그들에게서 빼앗아 올 공간 아니던가. 다시 되돌리기 전까지는 그곳에 두면 될 것이다. 어중간하게 이목이 쏠려 그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보다는, 그것이 나았다.
···정말로 그랬나?
무엇도 묻지 않고 대답하지도 않자 긴 침묵이 이어진다. 평소에도 토론하는 이야기로 웅성거릴 아모로트가 조용하다. 느긋함과는 거리가 먼 발걸음으로 움직이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종말이 일어나기 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라는 말을 지키려는 것처럼······.
줄곧 몸을 휩쓸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에메트셀크?”
“네가 이곳에 있을 리가 없다는 걸 알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애초에 그렇게 부를 리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플레테스.”
그 대답을 바랐다는 것처럼, 대꾸라고는 없이 웃는 이가 있다.
“내가 만들어진 존재라고 주장하는구나.”
“그러한 의도를 가진 채 만들어진 게 아니라면 네 존재가 뭘 뜻하는 거지?”
“따라올래? 알려줄게.”
아모로트를 태연하게 거니는 이가 있다. 과거의 그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처럼, 유유자적 움직인다. 과거의 존재들처럼 거대하여 현 인류의 발걸음으로는 따라가기 힘든 것이 분명한데, 발걸음을 재촉하면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그 사실에 의문을 표해 걸음을 멈춘 채 바라보면 그 존재의 걸음은 다른 이들보다 한 걸음 느렸다. 함께 걷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발걸음을 늦추고, 멈추면 함께 멈춘 채 응시한다. 얼굴을 가려 무엇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그 걸음만큼은 함께하기를 주장한다.
말이라고는 내뱉지 않더라도 모든 것이 통할 것이라 믿는 것처럼. 꼭 그가 보이던 형태와 동일하다.
“됐다, 그렇게 걷는 것보다는 내가 몸을 바꾸는 쪽이 수월하겠지.”
거대한 이가 둘 있다. 공간과 어울리지 않게 작았던 이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으며, 뒤를 따라 걷는 이의 발걸음은 반 보폭 느리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거품이야. 너희와 함께하고 싶다는 미련에서 만들어진 거니까.”
“그 녀석의 미련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아니, 네 생각이 맞아. 나는 아젬의 미련이야······. 그리고 이건 아주 긴 이야기가 되겠지.”
“이야기라면 질릴 정도로 보았다. 만족할 정도가 아니라면 안 될 거야.”
“이럴 때 보면 네가 다음 대의 알티마였어야 했는데. 너는 분명 그 자리에도 어울렸을 거야, 하데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렴.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
“종말이 오기 직전 아모로트 인들이 입에 달고 살던 말이지.”
“맞아! 기억하고 있네. ‘아젬’은 그 말을 듣고 생각했어···. 너희와 함께 있고 싶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조디아크를 소환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반대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겠지. 알고 있어. 하지만 진짜 생각은 그게 아니었어. 누군가 희생되는 게 싫었던 거야, 아젬은.”
마주하게 된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그가 순순히 이곳에 발을 들일 리가 없다고. 거품일 것이라 마음을 다잡고, 그가 하는 이야기는 흘려들어도 된다고 몇 번이고 생각했으나, 결국 그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는 주제다. 그 당시에는 에메트셀크도, 아젬도 바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마저도 만나게 된다면 주된 주제는 휘틀로다이우스를 비롯한 희생하는 이들이었다. 그가 정말로 희생하게 되었는지, 그것을 제외한다면 방법이 없는지와 같은 내용으로만 이야기했을 뿐, 서로에 관한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갔고, 모든 대화의 결말은 서로를 찾는 이들의 부름이었으니까.
종말 이후에는 더 심했다. 선대 아젬, 그들의 스승은 현 14인의 위원회에 반발하며 나타났으며, 아젬은 스스로 그것을 막아보겠다고 나섰다가 실패했다. 그 이후로는 아모로트를 잘 찾지도 않았으며, 당장의 수습을 하겠다며 밖을 뛰어다니는 것이 일과였다.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었다. 하이델린이 소환된 그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라······. 그 말을 들을 때 아젬이 떠올린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야. 하데스 너랑, 휘틀로다이우스, 그리고 스승님도. 아마도 스승님 곁에는 그분을 믿고 따르는 분들이 계시겠지. 그런데 너희 옆에는 서로가 아니면 없잖아. 그마저도 휘틀로다이우스가 사라지고 난다면 너는 혼자 있을 테고.”
“······.”
“그는 너희가 외롭지 않길 바랐어·········.”
그 모든 것들이 끝나고 전해 들은 이야기다. 그것도 본인이 아닌, 남겨둔 미련에 의해서. 그만큼 덧없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차라리 일찍 알았더라면, 미워할 이유라도 생겼더라면 지금보다는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알아낸 것은 고작, 오해에 오해를 덧씌웠다는 것뿐.
“에메트셀크.”
“됐다, 그렇게 부르지 마. 너는 그가 아니야. 더 이상 그처럼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
“나는 그가 무의식중에 남긴 잔재야. 아니라고 하더라도, 닮았을 수밖에 없어.”
“고작 그런 이야기로 나를 납득시킬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겠지.”
“그것도 맞는 말이지. ······너도 알고 있겠지만, 곧 돌아갈 시간이야. 그러니 이번 한 번까지만 봐줘. 이건 꼭 전하고 싶어 했던 말이거든.”
마지막 작별 인사.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그가 보낼 수 있는 보내는 마지막 인사다. 아젬으로서, 에메트셀크에게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말.
“······집으로 가자, 하데스.”
“······하,”
“그는 이 인사를 전하고 싶어 했어. 마지막에는 같이 아모로트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면서······.”
“쓸모없는 이야기를···.”
“그러니까 하데스, 마음의 짐은 덜어두고 가. 네가 이방인이 되지 않는, 너를 기억해 주는 곳으로.”
걱정하지 마, 아모로트는 영원할 거야. 흐릿하게 이어지는 말. 아모로트는 영원할 것이다. 그것을 기억하는 세상의 영웅으로 인해서, 영웅과 그의 동료들로 인해서. 왜곡되고, 완전하지 못한 일부분만을 기억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이곳을 잊어버리지 못할 것이다.
이곳의 시초는 기억될 수밖에 없는 고향이기 때문에.
결재란 아래에는 개인적으로 작성하며 생각한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구매하지 않으셔도 내용을 읽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개인적인 잡담으로 이루어졌기에, 해당 글에 관한 궁금증이 생긴다면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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