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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침묵.
이 고요를 말미암아 한 가지 생각해 보자면, 이제껏 내가 한 말들이 너에게 어떠한 족쇄가 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너를 판단한 게 아닐까. 내가 아는 너는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데, 내가 섣부르게 너를 정의한 건 아닐까.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
나는 너와 함께한 지난 시간들을 믿고, 앞으로 네가 보여줄 세상을 믿어보고 싶어.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해도, 미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니까.
네가 원한다면 나는 마지막 남은 다정함까지도 버릴 수 있을 테지. 간신히 유지하던 최소한의 외면이 사라진 나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너는 내가 조금 싫어지려나.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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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지금 나도 소중한 사람이라고 해주는 거야? ”
가볍게 스치는 손짓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너에게 인정받은 기분이라.
조금 전보다는 편해진 것 같은 네 얼굴은, 알 수 없는 감정이 서려 있는 것 같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생각의 끝에 다다르면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 궁금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일 것 같아 그저 너를 따라 미소 지을 뿐이다. 혹여 나중에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의 나를 미워하게 되겠지. 그리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걸로 되었다. 나 또한 네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괜찮을 것 같은데, 왜 내 행복만을 위하는 것처럼 말을 하는지.
나에게 의지하는 것까진 바라지 않는다고 숱하게 생각해왔다. 적어도 내 앞에서만은 성격이 완전히 바뀌던, 태도가 완전히 바뀌던, 모두의 비비안이 아닌, 너 자신만을 위한 비비안이 되어도 괜찮으니.. 그냥 네가 나와 함께하며 편안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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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게 끝나면, 고요함이 찾아올 테니까. ”
허전하지는 않아? 가득 차 있던 과거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나는… 네가 있어서 괜찮은 것 같아. 앞으로도 그럴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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