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와님네(411호)

[하자사쿠하자] 미즈키리코

레니와님네 사니와들 데리고 적폐날조함

*하자쿠라와 사쿠라코가 싸우고 화해합니다.

하자쿠라는 누워서 애꿏은 천장만 노려보다가 냅다 이불을 발로 찼다. 진짜 어떻게하면 좋지. 확 헤어져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그치만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인 스스로가 바보같아서 기가 찼다.

나는 사쿠쨩이 가장 중요하니까,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사쿠쨩이 내가 필요하다거나 힘들어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사쿠쨩한테 달려갈건데. 내가 그러니까, 말로 들은 적은 없어도 사쿠짱도 그럴 거라고. 혼자서 착각하고 있었다.

하자쿠라도 알고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사쿠라코의 행동은 그른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하자쿠라가 당장에 죽네사네하는 것도 아니었고, 사니와의 일도 중요하고, 사쿠라코에게는 가게 운영이 중요한 문제니까 그걸 우선 순위로 삼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아는데, 어른스럽게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마음 한편으로는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연인이니까, 나를 가장 생각하고 위해줄거라고.

아, 진짜 어리고 못났다...고 중얼거리며 하자쿠라는 오른손을 들어 눈 위를 덮었다. 이제와서는 사쿠라코보다 스스로에게 더 실망하고, 화가 났다.

그러는 와중에 문 밖에서 무츠노카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 자는 감?"

"아니, 왜?"

"손님 왔는디, 사쿠라씨여."

그 이름을 듣자마자 하자쿠라는 벌떡 상체를 일으키고 말았다. 사쿠쨩이 왔어? 하고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돌아가라고 할까? 고민했다. 아직 화가 나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치만 사쿠쨩이 먼저 나 보러 와줬는데...

문이 열리더니, 하자쿠라의 초기도인 무츠노카미가 어서 나가보라는 듯이 손짓했다. 역시 그게 낫겠지...? 아니, 나는 무츠가 그러래서 그러는 것 뿐이니까! 괜히 무츠노카미의 핑계를 대며 하자쿠라는 게이트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츠노카미는 청춘이 어린 제 주인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하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사쿠쨩?"

"사츠키."

게이트까지 단숨에 달려가려다, 중간쯤 가서 아, 나 누워있었던 상태가 얼굴 꼴이 말이 아닌데. 하고 생각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다급하게 붓기라도 가라앉히고 뭐라도 바르고 조금 늦게 나온 하자쿠라가 사쿠라코를 부르자, 가만히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던 사쿠라코가 고개를 돌렸다. 분명히 대판 싸우고, 다시는 얼굴보지 말아야지까지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 얼굴을 보니까 저도 모르게 좋아서 웃음이 나올 것 같아서, 하자쿠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해."

"그러니까 나는....응?"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사츠키가 한 말 떠올리면서 생각해봤는데, 내가 잘못했더라."

겉으로 보기에는 언제나처럼 담담한 얼굴이었지만, 그녀를 잘 아는 하자쿠라의 눈에는 조금 기운이 없는 것이 보였다.

"말로 들은 적이 없는데, 사츠키가 내가 선택하는 건 대부분 받아주고 이해해주니까,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당연하게 기대했나봐. 사람 마음이 그럴 수는 없는 건데."

"아니, 아니야 사쿠쨩. 내가 미안해. 사쿠쨩은 잘못한 거 없어, 그냥 내가 너무 어리게 굴어서, 그래서. 내가 잘못하고, 멋대로 화내고 그랬던 거니까..."

"...하지만 나는 그런 사츠키를 좋아하는 거니까."

뜬금없는 말을 들은 하자쿠라가 눈을 크게 떴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제멋대로 화냈다 울고불고 하는 걸...?"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땐 울고, 피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결국에는 이렇게 내 손 먼저 잡아주는, 그런 사츠키를 좋아해."

"....우리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화해하자, 사츠키. 내가 미안해."

그렇게 잡은 손이 따뜻해서, 하자쿠라는 괜히 울컥했다. 하지만 나는, 사쿠쨩은 이런 어른스럽고, 스스럼없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렇게 멋대를 화를 냈는데도 날 먼저 생각해주고 이해하려고 하는, 그런 점이, 그런 사쿠쨩을 좋아하니까.

"아니야, 나도 미안해..."

하자쿠라는 결국 엉엉 울고 말았다. 화장이 번져 못난 얼굴이 될텐데도, 사쿠라코는 그런 하자쿠라를 끌어안아 토닥여주었다. 눈물 때문에 머리에 열이 올라 제대로된 사고가 되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하자쿠라는 그런 사쿠라코가 너무 좋다는 생각만 했다.

사이좋은 연인 사이의 싸움은 본디, 칼로 물 베이기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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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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