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g] 그림+글

Devotion 2 (끝)

underneath by 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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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간이 지나고 저녁이 되자 문신사는 작업을 그만두었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문신사가 온몸의 관절에서 소리가 날 만큼 스트레칭을 하고 일어나서 랩을 가져왔다.

시뻘겋게 물든 미네의 등에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기린 그림이 진한 잉크로 가득 차 있었다. 어딜 가는 건지, 구름 속에서 안개에 엉켜 날아오르는 의기양양한 기린에 장엄함을 느낀 다이고는 숨을 들이켜고 가까스로 감탄한 것을 참았다. 너무 신난 모습을 보이면 부끄러운 것이다.

문신사가 미네의 상체에 랩을 감아 주며 사후 관리에 관해 설명했다. 랩은 두 시간 뒤에 제거할 것, 미지근한 물에는 씻어도 되지만 물을 조심할 것, 금주할 것, 지금 주는 연고를 잘 바를 것…….

"하지 말라는 게 많아 입이 아프니 이걸 보시구려."

문신사는 작업실 책상에서 주의 사항들이 적힌 종이를 한 장 빼내서 건넸다. 다이고는 그래도 이미 해 본 터라 미네에게 자세히 알려 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동안 미네는 문신사가 갖다준 물을 마시며 한숨 돌린다.

"감사합니다."

다이고가 허리를 숙여 깍듯이 예를 갖추자 문신사는 허허 웃는다.

"젊고 좋은 사람들도 많은데 골방 틀어박힌 노친네 찾아오는 데에 더 감사하지요."

"꼭 선생님께 맡기고 싶었습니다."

평소에는 이렇게 재밌고 인자하지만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은 그저 장인이다. 진심을 담아 존경을 표한 다이고는 미네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처음에만 힘들었지, 익숙해지니 덜 아프더군요."

"너무 아파서 고통을 못 느낀 거 아냐?"

실없는 농담을 하면 미네도 피식 웃는다.

일주일 뒤에 다시 오기로 한 둘은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한 뒤, 어둑어둑해진 거리를 거닐며 늦은 끼니를 해결할 식당을 찾았다. 다이고는 고생한 만큼 맛있는 걸 먹이고 싶었다. 살에 옷이 닿으면 아플 테니 먹을 때 허리를 숙이게 되는 국물 요리는 피하고 적당히 고른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작업한 부위를 잘 닦아 줘야 하는데."

"네."

"등까지는 손이 안 닿잖아?"

"……네."

"내가 해 줄게."

"네?"

"선생님이 주신 연고도 발라야 하고. 어차피 오늘은 금요일이니 늦게까지 돌아다녀도 나쁠 것도 없지."

부담스러워할 것을 알기에 일부러 장난스레 말해도 미네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다이고는 미네가 빨리 대답하지 않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정말로 거절할 거라면 진작 그의 입에서 대답이 나왔을 터. 역시나 생각을 자주 하는 미네답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알겠습니다."

생각을 끝낸 뒤 짧게 대답하는 것도 미네다웠다.

다이고는 미네가 거주하는 미나토구로 향했다. 미나토구는 카무로쵸가 있는 신주쿠구 아래에 있기에 차로 이동해도 삼십 분을 조금 넘는 정도였다. 손에 꼽는 부자들이 사는 곳답게 고층 빌딩과 유명 브랜드의 간판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지친 얼굴로 걸어가는 사람들, 벌써 새빨개진 얼굴로 거리를 쏘다니는 사람들. 모두 고된 노동 후 나름대로 주말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쩐지 제대로 각 잡힌 동네라 적응되지 않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에 반해 미네와 어울리는 곳이라고도 생각했다.

저녁을 먹고 혼잡한 금요일 밤길을 차로 이동했음에도 아직 랩을 제거하기엔 시간이 남아 있었다. 맨션이 가득한 거주 구역으로 들어가 주차한 뒤 승강기에 올랐다. 곧 알맞은 층에 도착하고, 미네가 카드키로 문을 열어 먼저 들어갔다. 뒤따라서 들어간 다이고는 처음 와 보는 미네의 개인적인 공간에 약간 긴장했다.

미네가 손님용 슬리퍼를 꺼내 발밑에 두고 물러난다. 다이고가 짧은 복도를 빠져나오면 거실이 나타났다.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가구만 있기에 비교적 넓게 느껴졌다. 전등과 난방을 켠 미네가 목욕물을 준비하겠다고 하며 소파에 편히 앉아 계시라고 권했다.

다이고가 몇 걸음 걸어서 소파로 다가가는데 미네가 잠시, 하고 직접 겉옷의 단추를 풀어 옷걸이에 걸어 주었다. 벗어서 달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이런다. 하지만 미네 나름대로 손님을 편하게 해 주려는 태도라 생각해 버렸다.

푹신한 소파에 앉은 다이고는 저절로 허리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동네도 동네고, 미네의 집이라 느끼자 이상하게 편히 있는 것이 어려워진다.

'미네는 누가 갑자기 처들어와도 항상 깔끔하게 해 놓고 사는구나.'

대충 슥 둘러보아도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마저 빈틈이 없다.

이윽고 미네가 거실로 돌아와 욕실까지 안내해 준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공기가 반가워진 다이고는 고맙다고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미네가 사라지자 입고 있던 것들을 벗어서 대충 욕실 앞에 놔두었다. 뜨끈한 탕에 잠긴 채 오른손으로 물을 떠서 얼굴을 씻는다. 물방울이 얼굴선을 따라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있었다. 기나긴 하루에 피곤했던 것이다.

목욕물이 식기 전에 나온 다이고는 욕실 문을 열자 바닥에 슬리퍼가 가지런히 정리된 것과 샤워 가운이 정갈하게 놓여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문신 부위만 봐주고 가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마치 하룻밤 머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도 미네의 배려라 여기고 부들부들한 감촉의 가운을 입고 이제는 뜨뜻한 난방이 돌고 있을 거실로 향했다.

"입으셨던 옷은 저쪽에 개어 놨습니다."

"고마워. 이런 것까지 신경 안 써도 되는데."

"아닙니다. 그럼……."

미네가 욕실로 사라지자 다이고는 다시 소파에 앉는다. 이번에는 편하게 등을 기댄다. 눈앞의 테이블에는 과실 주스 같은 것과 유리잔이 놓여 있었다. 딱히 마시고 싶진 않았으나 예의상 한 잔 마시며 극진한 대접에 한숨을 쉬었다. 부담스럽다기보다는 미네가 너무 자신을 신경 써 주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통유리 너머 화려한 불빛들이 춤추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제대로 씻지 못하는 미네가 벌써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미네는 집에서 어떤 모습일까. 이제는 가까운 사이가 된 만큼 궁금하기도 했다. 잘 넘긴 머리를 내린 모습이라든가, 이렇게 가운을 걸친 여유로운 모습이라든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거실에 나타난 미네를 본 다이고는 저절로 그쪽으로 눈길이 갔다. 머리카락은 물을 먹어 더욱 진한 색으로 반들거렸고 뺨은 온기에 약간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미네는 자신이 입은 것과 똑같지만 색깔만 다른 가운을 걸치고 소파로 다가왔다. 막 씻고 나온 미네의 모습이라니, 다신 볼 수 없을 것이었다. 다이고는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과실 주스를 들이마셨다.

"슬슬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

소파에 앉아있는 다이고의 앞에서 가운을 스르륵 벗는 미네, 그리고 그런 미네를 보며 어쩐지 묘한 기분이 되는 다이고였다. 피곤한 데다 긴장까지 한 탓이리라.

미네는 아래에 실크로 된 파자마 하의만 입고 있었는데, 다이고는 알면 알수록 고급스러운(?) 미네의 취향에 당황하게 된다. 딱히 명품 같은 것에 관심없는 자신과 사는 세계가 다른 것 같았다. 부촌의 비즈니스맨이었던데다 지금도 돈 굴리는 능력이 뛰어나니 미네가 상류층의 취향을 누리는 것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선생님께서 주신 종이에는 얇게 펴 바르는 게 좋다고 되어 있더군요."

"맞아. 피부에 공기가 통해야 염증이 안 생겨."

미네가 문신사에게서 받은 연고를 내밀자 다이고는 그것을 받고 일어섰다. 돌아선 미네의 등을 다시 보면 북슬한 갈기를 휘감고 촘촘한 비늘을 가진 기린이 부유하고 있었다. 역시 선생님의 솜씨는 최고다. 가장 친한 의형제에 가장 존경하는 장인의 손길이 깃든 것에 만족스러워진다.

"등 좀 닦아 주시겠습니까?"

미네가 들고 있던 물티슈를 건넨다. 다이고는 몇백 년 전에 그려진 명화 위에 쌓인 먼지를 닦는 사람마냥 아주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등을 닦았다. 그런 뒤에 연고를 짜내서 손에 가득 바르고 천천히 등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으로 살살 펴 바른다. 미네가 조금씩 움찔거리는 걸 보자 꽤 아픈 것 같아서 걱정된다.

"내가 문신을 했을 땐 말이지."

"네."

"어머니가 이렇게 연고를 발라 주셨어. 알다시피 내 문신은 그림이 더 세밀하고 복잡해서 내가 엄청 아파했지. 어머니가 엄살 부리지 말라고 버릇처럼 실수로 어깨를 때리셨는데 본인이 더 놀라시더라고. 나는 그 자리에서 뒹굴었어."

"재밌는 추억이네요."

미네도 별것 아닌 듯한 이 순간을 나중에 재밌는 추억이라고 생각할까? 다이고는 미네의 등에 문신을 새기는 것이 더럽힐 수 없는 성스러운 행위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따끔거리는 아픔을 즐거움으로 승화시켜 주고 싶었다.

"됐다."

"감사합니다."

"어어."

이제 뭘 해야 하지? 다이고는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머쓱해져서 무작정 소파에 앉았다. 미네는 물티슈와 연고를 탁자 위에 가지런히 올려 둔다. 그러고는 다이고의 옆자리에 푹 앉는다. 밤도 늦었고, 이런 상태로 내일도 혼자 있을 미네가 신경 쓰인 다이고는 겨우 말을 꺼낸다.

"그…… 오늘 자고 가도 되겠지?"

타인에게 하기엔 낯선 말이기에 일부러 웃으면서 말하자 미네가 눈을 둥그렇게 뜬다. 윗사람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해서 놀랐겠지.

"불편하시다면 차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래. 괜찮겠지?"

"상관 없습니다. 오히려 감사합니다."

대체 뭐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선은 예정도 없던 일이라 민폐일까 봐 미안함이 컸다. 그러나 조용한 집 안, 따뜻한 난방, 어스름한 바깥의 빛에 곧바로 졸음이 몰려왔다. 눈이 감기려는 것을 참고 눈동자에 힘을 줘도 그때뿐이다.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뜰 때면 꺼진 텔레비전 속에는 자신이 있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이번에는 미네의 얼굴이 있었다.

"다이고 씨? 주무실 거면 바로 자리를 준비하겠습니다."

"음…… 그렇게 해 줘."

미네가 침실로 사라지자 다이고는 그 순간만이라도 눈을 감고 있다가, 어깨를 흔드는 미네의 손짓에 깨어났다. 너무 졸린 탓에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미네의 부축을 받고 탁한 빛을 발하는 무드등이 켜진 침실로 향했다.

사실 바닥에서 자도 상관없는데 미네가 조심스럽게 침대로 이끈다. 얇은 샤워 가운 너머로 닿는 따뜻한 체온, 푹신한 매트리스, 좋은 향기, 불편함이라곤 없는 베개에 다이고는 곧바로 드러눕는다.

"오늘 저 때문에 피곤하셨겠네요."

"아니…… 아니야."

"안녕히 주무세요."

대답을 하려 했지만 반쯤 정신을 놓은 상태였기에 웅얼거리며 우스꽝스러운 말소리만 낸다. 분명 미네가 웃었을 거라는 부끄러움과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 이마에 닿은 어떠한 감촉을 느낄 새도 없이 깊게 잠이 들었다.

이후 미네는 다이고의 지도 하에 등판에 새긴 문신을 철저히 관리했다. 간지러울 때도 만지지 않았고 건조한 계절이었기에 로션을 바르며 보습에 신경 썼다.

미네가 외근 없이 본부 건물에 있을 때 다이고는 그를 회장실로 불러서 연고나 로션을 발라 주곤 했다. 다이고는 그럴 때마다 마치 함께 맨몸을 드러내고 서로 등을 밀며 둘만의 의를 다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으로 생긴 의형제. 뭐든 다 해 주고 싶고 잘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마다 일정이 없으면 약속처럼 미네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다이고는 서서히 미네의 집에서 쉬는 것이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개인용품도 가져다 두곤 했다. 칫솔이나 자신이 쓰는 토너와 크림, 심지어 목욕 후 갈아입을 속옷까지 놔두었다.

이제는 오히려 미네의 집이 편했다. 어머니가 붙여준 시종들이나 경호원 없이 자유로운 상태로 외박하며 친구와 노닥거리는 시간은 어릴 적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둘이서 느긋하게 텔레비전이나 보며 쉴 때는 어른의 티를 벗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굴었다.

어느 날 미네에게 주말에는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을 텐데 불편하지 않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평일에도 일 때문에 늘 붙어 다니는 윗사람이 매주 하룻밤 자고 가는 건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미네는 은은하게 옅은 미소를 짓고서 괜찮다고 대답했다. 형식적인 대답 말고 정말 진심을 말해 달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혼자였고 친구도 별로 없었어요. 커서도 진심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도 없었고요.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죽어 있는 집이 요샌 다이고 씨 덕분에 밝아진 느낌이 드네요."

조금 더 친해진 탓에 둘이 있을 때면 말투까지 변한 미네의 슬픈 대답에 다이고는 마음속에서 온갖 감정이 철철 넘쳐흘렀지만 결코 티 내지 않고 젠틀하게 공감해 주는 게 다였다.

역시, 미네는 내가 없으면 안 되겠어. 그런 생각까지 할 정도로 미네를 신경 쓰게 된 것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미네가 가진 어둠의 끝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이고는 자신과 함께 있을 때만큼은 그가 항상 즐거워하길 바랐다.

날이 갈수록 기린은 미네의 주의와 다이고의 손길에 생생함을 더해갔다. 같이 관리하는 셈이었기에 다이고는 미네의 문신을 볼 때 흐뭇하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문신사를 찾아갔을 때는 답례품과 훌륭한 술을 사 드렸다. 문신사는 거절하다가도 끝내 다이고의 고집에 못 이겼다. 그러고는 앞으로도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잘 살아가기를 빌어 주었다.

좋은 말씀에 감정이 울컥 차오른 다이고는 미네를 보며 활짝 웃었고 미네도 다이고를 보며 웃었다. 문신사는 마치 자신이 주례자가 된 것 같다며 호쾌하게 웃어댔다.

인사를 올리고 밖으로 나오면 코앞까지 다가온 겨울 공기에 얼굴이 시려왔다. 아직 완전해진 것은 아니지만 문신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금주했던 미네와 곧 술자리를 갖기로 한다.

"축하할 일이니까 다른 사람들도 부르고 싶어. 너를 정식으로 소개해 주고 싶기도 하고. 장소는 내가 알아 둘게. 그리고……."

"다이고 씨."

"응?"

혼자만 신났던 것이 무안해진 다이고는 멈춰선 뒤 버릇처럼 수염이 난 턱을 두어 번 긁어댔다. 미네가 몸을 반쯤 돌리고 다이고를 쳐다본다.

"다이고 씨와 둘이서만 축하하면 안 될까요?"

하지만 다이고는 술잔을 나누고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자신의 사람이 된 미네를 다른 이들도 축하해 주길 원했다. 그러나 의형제가 생긴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은 아직 자신에게 어리숙한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이도 엇비슷하고 지위도 더 높은데 혼자 이런 꼴을 보이니 조금 부끄러워진다. 아니, 형제의 연을 맺었으니 이젠 동등한가…….

추위에 약간 붉어진 미네의 코끝이 꼭 우는 것 같이 보인 다이고는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미네가 원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그리 말하자 미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둘은 다시 돌아갈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저희 집에서 해요."

"좋아. 다른 사람들 몫까지 난장판을 만들어 줄 테니 기대해."

"내기도 할까요?"

"무슨 내기?"

"누가 더 많이 마시는지."

"뭐야, 그게."

"꽤 오랫동안 참았으니 이번만 봐주세요."

"그러지, 뭐."

"그리고…… 드릴 말씀도 있고요."

"뭔데?"

"맨정신으로는 못해서 내기하자는 겁니다."

"아, 내가 이기면 네 말을 들을 수 있는 거고, 네가 이기면 못 듣는 건가?"

"그런 셈이죠."

"미네가 원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이제 남들은 문신만 보고도 그 등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도지마의 기린. 그것이 미네였다.

다이고만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현한, 미네밖에 할 수 없는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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