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긴히지]Happy Bubble Day

2024 히지카타 생일 축전

Written by. 이스터

2024.05.06

히지카타는 뻐근한 허리를 짚으며 눈을 떴다. ‘이 미친 천파 새끼…’ 언제 잠들었는지, 아니 기절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밤이었다. 고개를 내려 제 몸을 살펴보니 그 와중에 씻기고, 닦이고, 옷도 갈아입혀 놨다.

“좋은 놈인지 쓰레긴지 모르겠다니까.”

어젯밤은 히지카타의 생일이었다. 진선조와 해결사들 그 밖의 가부키쵸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열어주었다. 히지카타는 툴툴거렸지만 드물게 다디단 케이크를 입에 넣는 모양이 꽤 즐거운 듯 했다. 깊어가는 밤에 모두 두 사람을 음흉하게 바라보며 한둘씩 자리를 떴고, 긴토키를 바래다 준다는 명목으로 함께한 밤 산책의 끝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의 끈적한 시간이었다.

술에 취해 둔해진 감각 탓인지 긴토기는 유독 끈질겼다. 그만하라고 울며 빌어도 놓아주지 않는 탓에 눈앞이 몇번이나 번뜩였는지. 결국 위아래로 눈물을 흘린 히지카타는 정신을 놓아버렸다. 잔혹한 고문에도 눈을 내리 깔 줄 모르는, 정신력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귀신 부장도 애인의 품 안에선 마음 놓고 어리광을 부리는 거라며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기절할 때마다 그를 놀렸다.

“아니…근데 이 새끼는 또 어디를 간 거야.”

백수 녀석이 약속이 있을 리 없는데. 히지카타는 스산하리만큼 고요한 집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주방에도, 욕실에도, 방에도, 차이나 걸이 침실처럼 쓴다는 장롱 속에도 흰 파마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 거리며 제 담배를 찾아 익숙하게 옷가지를 뒤졌다. 분명 제복 재킷 안주머니에….

“…이게… 뭐야??”

귀여운 글씨로 적혀있는 ‘Bubble’ 안주머니 속 담배는 어디 가고 비눗방울이 들어있었다. 술에 취해 잘 못 집어 들었나…?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입혀놓은 옷을 벗어던지고 얼른 제복으로 갈아입었다.

“…씨발…”

긴토키의 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으면 담배 자판기가 있었다. 성큼성큼 긴 다리를 휘적이며 도착했지만 히지카타의 손에서 나온 건 동전이 아니라 가운데손가락이었다.

"비눗방울 뭐냐고!!!“

담배 자판기도, 주인장 할머니가 파는 담배 가게도, 심지어 제 사무실의 사다놓은 담배까지 모두 비눗방울 놀이 세트로 바뀌어있었다.

“긴토키!!!! 이 새끼 어딨어!!!!”

쿵쿵 바닥을 부셔 먹을 듯 걷는 걸음에 부하들이 줄행랑을 쳤다. 미리 휴가를 쓴 야마자키는 어딜 갔는지 알 수 없었고, 소고는 낄낄거리며 웃다 히지카타가 눈을 부라리면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소고- 네 놈도 협력했겠다…”

“히지카타 씨~ 이참에 몰라요 이참에? 이참에 금연-”

눈에 실핏줄이 올라온 히지카타가 소고를 휑하니 지나쳤다. 생일 선물을 한 번 요란하다 그치? 온 동네에 담배란 담배는 모두 비눗방울로 바꾼, 범인이 확실할 제 연인을 찾는 발걸음에 살기가 묻어난다.

금단증상으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을을 뒤졌다. 심지어 흡연자인 녀석들에게 담배라도 빌리려 하자 어째 모두 돗대라고 하는지. 히지카타는 이를 부뜩부뜩 갈며 하얀 머리통을 찾아 다녔다.

“…허억, 허억… 찾았다… 네 녀석…”

“히익-!”

긴토키는 동네 야산 정상에 숨어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시간. 노을빛에 은빛 머리가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너 이 새끼, 정말로 죽고 싶-!!”

“자자, 저기 봐 봐 히지카타.”

능글맞게 웃는 긴토키의 손 끝이 허공을 가리킨다. 돌아본 그곳은 가부키쵸였다.

“어린이날이라고- 우는 아이도 뚝 그친다는 귀신부장아.”

바람에 펄럭이는 코이노보리와 붉게 물든 거리를 뛰노는 아이들. 아이들의 손엔 모두 비눗방울이 들려있었다. 하늘을 향해 떠오르는 투명한 거품들이 노을빛에 보석처럼 반짝인다.

“…….”

“예쁘지?”

“…뭐, 나쁘지 않네.”

“아 히지카타가 긴토키 주니어를 낳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 되는 소릴 해!”

빽 소리를 지르는 히지카타의 입술에 대뜸 흰 막대가 물린다.

“생길 때 까지 하면 어련히 생기지 않겠어? 응? 맨날 네가 그만하라고 울어서 안 생기는 거라니까? 불은 산에서 내려가면 붙여줄게.”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성희롱에 히지카타의 얼굴이 노을보다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의 입에 물린 담배에는 ‘생일 축하해’ 가 정갈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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