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타샤
유료

[힐타샤] A world without you

세상의 절반이 사라졌어도 우주의 법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구의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었고, 일 년은 여전히 365일이었으며, 우주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도움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건 나타샤 로마노프가 아침에 눈을 뜨는 유일한 이유였다. 세상은 아직 영웅을 필요로 한다는 것. 나타샤는 이제 그가 영웅이라 불려도 되는지 고민하지 않았다. 고민의 끝에선 언제나 작은 상자에 쑤셔 넣어두었던 우울이 새어 나왔고, 한 번 새어 나온 우울은 걷잡을 새 없이 모든 사고를 잠식했다. 나타샤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잃은 것들을 그리워할 여유가 없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고, 줄어든 숫자만큼 늘어난 업무 보고를 받으며 잃어버린 연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애쓰고. 체육관에 들러 녹초가 되도록 체력 단련을 한 후 침대에 쓰러지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