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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광曙光

에스마일: ~1980.04.

트리거/소재 주의:

1) 공포증/트라우마에 대한 언급, 죽음과 전쟁 등에 대한 고찰, 수단으로서의 자살/자기파괴적 사고

2) 살해, 주변인의 살해, 감금, 고문, 유혈, 폭력 등에 대한 피해자 시점에서의 서술

3) 가족의 죽음, 현대 기준 미성년자(만 17세) 청소년의 살해

4) 반복적인 의도적 미스젠더링, “비정상성”에 대한 캐릭터 시점에서의 부정적이거나 섬세하지 않은 방식의 묘사

가능한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묘사를 포함하지 않았으나, 소재 자체가 어두워 열람에 다소의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아주아주 미량의 자전적 심리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게/캐릭터의 성격과 방어기제로 인해, 진지한 상황을 이따금 자조적으로/가볍게 서술하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오너는 고문, 폭력 등을 가볍게 다룰 의도를 가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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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누르, 도망쳐, 제발, 안 돼요, 안 돼, 안 돼…”

“아바다 케다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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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마일 이브라힘 시프는 두려운 것이 많았다. 깊은 물을 무서워했고, 높은 것을 무서워했고, 어두운 것과 좁은 것을 무서워했고, 벌레와 거미, 뱀 같은 동물들도 무서워했으나 보통은 그것들이 그보다 작아서 그것을 티내지는 않았고, 혼자 남겨지는 것을 무서워했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것과 사랑하는 이들의 영혼을 잃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그가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는 가장 영원하고 가장 캄캄할 어둠. 죽음이었으나,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늘 죽음에 이끌렸다. (약한 것들은 그런 습성이 있다. 구더기가 썩어가는 것에 이끌리듯, 까마귀가 반짝이는 것에 이끌리듯.) 그는 사람이 이따금 오래된 흉터에 손끝을 올려 만지작거리듯 틈틈이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마침내 죽음이 다가왔을 때에는 그것이 오래 전 이미 겪었던, 희미한 기억처럼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에스마일은, 가능하다면 살해당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빠르고 고통이 적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너무 친했던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너무 깊이 빠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늪이 될 수 있었으니까. 다만 얼굴을 위로 한 채, 하늘을 바라보며 이따금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언젠가 죽는다면. 영화에서 스파이들이 사용하는 자결용 알약 같은 것을 요청해 볼까 생각도 했지만 때가 되었을 때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확실히 유난히 겁 많은 사람과 유난히 용기가 필요한 직업은 좋은 궁합은 아니다.) 졸업 후 약 2년여 간 에스마일은 쉰일곱 번 능력을 사용해 누군가를 사칭하거나 어딘가에 단신으로 잠입했고, 열여덟 번 한 명 이상의 동지와 함께했다. 두 번은 마왕과 같은 공간에 있었다. 그 세월 간 단 한 번도 들켜서 붙잡히거나 죽임당하지 않았는데, 임무 사이에 본부 구석 방에서 쪽잠을 자다가 난데없이 끌려나가는 것은 예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

인생은 때로 따귀같은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날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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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듯이, 난, 아무것도… 모르오. 안다 해도 말해줄 수 없소. 그러니 차라리… 지금… 죽ㅇ- 아아아악! 아악, 끄흐윽, 아, 아아, 아-”

정정. 정확히는 자다 깨서 바로 끌려나가지는 않았다. 보초와 간부들이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했고, 이후에는 공격당하는 벌떼처럼 사람들이 일어나 지팡이를 쥐었다. 누군가 목숨을 바쳐가며 적들을 제지하는 동안 누군가는 교란하거나 지원을 요청하거나 탈출했다. 의외로 이런 일들은 생각만큼 순식간에 일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고통스러울 만큼 느리게 일어나기도 한다. 심장이 조금만 더 세게 뛰고, 이명이 조금만 더 세게 울리면 무언가 폭발해 버릴 것만 같은 시간이 느릿느릿 꿀 속에 잠긴 파리처럼 버둥거리며 흘러간다. 언제나 시간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제까지 웃고 떠들던 동료이자 존경하던 이들이 순식간에 쓰러지는 것을 눈에 담을 시간이, 또다른 동료이자 또래의 친구가 피를 흘리며 질질 끌려나가는 소리를 들을 시간이: 하지만 동시에 주문 한 번을 더 외우고, 생각을 한 번 더 할 시간이. 에스마일은 따지자면 후자를 택했다.

간부 중 한 명이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것을 아수라장 속에서 확인했고, 몇십 초 후 그가 뒤에 숨어 봄바르다를 장전 중인 문이 열어젖혀지기 직전 그 간부의 모습을 취했다. 그리고 짧지 않은(이것은 어느 정도 그의 친애하는 전-룸메이트들, 핀갈과 헨의 덕분이었다) 전투 끝에 제압되었다. 이 행동에는 가장 크게 두 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첫째로, “진짜” 그 간부-그 또한 직접 교전 쪽 담당은 아니었으므로 아마도 오랜 시간 몸을 낮추고 물밑에 있을 것이었다-를 향한 추적을 분산시킨다.

둘째로, 에스마일이 실제로 아는 정보와 간부가 아는 정보에는 당연히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하 조직이 그렇듯 정보는 분산되어 꼭 필요한 이들에게 주어지고는 하며, 직급의 고하 또한 있으니까. 그러므로 대부분의 질문에 “나는 모른다”고 할 때 정말로 모를 수 있다. (그가 오래 전 힐데에게 말했듯), “유사 시”를 대비하는 건 유쾌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아무리 해도 과하지 않은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주로 두 번째 사유로 인해 에스마일은 매우 평안하지 못한 며칠(최소한 그는 며칠이라고 생각했다)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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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아주 느리게, 또 아주 빠르게 흘렀다. 온몸의 뼈가 부서지거나 내장이 조각조각 끊어져 피를 토하다, 얼마인지 모를 시간 동안 사슬에 불편한 자세로 매달리거나 찬 바닥에 늘어진 채 고통에 앓으면 이따금 누군가 물이나 마법약을 입에 들이부었고, 혹은 다시 지팡이를 겨누고 집요하게 답변을 요구했다.

최악이면서 동시에 다행이었던 점은 에스마일은 약해질 수 없었다. “진짜” 죽음을 먹는 자들의 주문은 줄리아나 줄리아의 패거리가 사용했던 어떤 저주보다 길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때처럼 금방 우는소리를 하거나 애걸해서는 안 되었다. 취한 얼굴이 그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발각되면 최소 더 정확한 질문들이 던져지거나, 혹은 나이 어린 말단이며 메타모프마구스라는 것을 고려한 회유나 협박이 가해질 것이며. 반대로 위험요소임을 고려하거나 오히려 필요 없다고 판단되어 즉결 사살될 수도 있었다. (에스마일은 스스로가 전쟁에 얼마나 중요한 전력일지는 파악하기 어려웠고 또 죽음을 먹는 자들의 사고 회로가 어떻게 돌아갈지는 더더욱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런 것에 집중하다 보면 두려움이나 절망, 가족과 동료들에 대한 생각 같은 것들은 조금 옅어졌다.

처음에는 다른 단원들 서너 명과 함께 있었던 듯했다. 입이 막혀 있어 소통은 할 수 없었지만 서로의 존재는 조금의 위안이 되었던 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자 홀로 남았다. 하나둘 끌려나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죽은 것인지,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혼자가 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심문이 시작된 사실은 그 안에서 또 하나의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의 고통까지는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문이 열리고, 누군가 그를 일으켜 세워 끌고 나갔다.

계단을 한 층 올라가 도착한 곳은 원래는 화려했을, 응접실 같은 상당히 큰 공간이었다. 다만 지금은 가구 절반이 뒤집히고 반쯤 “돼지우리”가 되어 있었지만. 바닥의 얼룩 절반쯤이 피로 보이지만 않았다면, 그리고 곧 본인의 혈흔이 그곳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않았다면 에스마일은 속으로 순혈주의자들의 “귀족적 교양”의 실체에 대한 비아냥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두리번거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옆구리와 배 사이쯤에 손잡이에 저주가 새겨진 단도가 꽂혔다.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리면 그 상태로 양 손목이 위로 잡아당겨져 샹들리에에 묶여 매달렸고, 상처가 벌어져 식은땀을 흘리는 그를 가지고 심문과 유희의 중간 정도로 느껴지는 행위가 몇 시간이고 이어졌다. 창밖으로 달이 뜰 때쯤엔 에스마일은 지나친 고통에 반쯤 넋을 잃고,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번갈아가며 지팡이를 들거나 조롱하던 죽음을 먹는 자들은 지쳤는지 하나 둘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그때 에스마일은 믿지 못할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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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

“뭐- 아, 깜짝이야, 무슨 저기다 사람을 매달아 놨어… … 저 아세요? 아니, 나 알아? 더러운… 기사단… 잡종 주제에…”

“누르, 잡혀온… 거야? 환각인가, …도망쳐, 누르, 제발, 여긴 위험해…”

에스마일이 한참을 더 속삭이듯 횡설수설한 끝에 여동생은 그를 알아보았다.

“…오빠?”

그리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입을 가리고 무언가 중얼거리다가, 그를 죽일 듯이 쏘아보다가, 들고 있던 자루걸레와 양동이를-에스마일은 동생이 죽음을 먹는 자일 뿐만 아니라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서 청소 임무를 맡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양탄자 깔린 바닥 위에 내팽개치더니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에스마일은 반사적으로 움찔했고, 흐리던 시선이 뒤쪽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으며,

“…아무튼, 인생에 도움이 되는 때가 없어, 릴레시Relashi-”

그리고 그것이 그의 동생의 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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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 이브라힘 시프.

1962.08.29.~198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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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 가의 둘째 딸. 머글 태생 슬리데린이자 곧 문신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죽음을 먹는 자.

손윗형제와 다르게, 누르와 다니아의 첫 뚜렷한 기억은 영국에서 시작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평범한 초등학교 병설 어린이집Nursary과, 높지는 않지만 오래 그 자리에 버텨 왔던 벽돌 건물들, 덜컹거리는 지하철, 게임장과 볼링장과 카페들. 하지만 그보다 아주 어린 시절, 아주 어렴풋한 장면들 속에서 언제나 올려다보던 것은 검은색 렌즈와 흑백의 천이었다. 뒤에 있는 것을 보려고 손으로 마구 휘적이면 안 돼, 누르, 하며 금방 다시 제자리로 끌어당겨지는 그것을 누르는 무의식적으로 안전과 연관지었다.

그의 언니는(집에서는 그렇게 불렀다. 하이파와 이브라힘도 에스마일을 “너희 큰언니”나 “딸”이라고 불렀고, 그 시절에는 그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조금 특이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누르가 그것을 깨달은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에스마일은 꿋꿋하게 자신의 아랍어 악센트를 고치지 않았고, 아무도 제대로 발음할 수 없는 이름의 스카프를 얼굴에 쓰고 다녔고, 그 대신이라며 매순간 모든 것을 말로 주절주절 설명하고 다녔고, 그 밖에도 수십 가지의 방식으로 독특하고 괴상하고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꼭 이 세상에서 온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에스마일이, 키나 목소리가 시도때도없이 바뀌고, 가끔 생각만으로 자투리 천들을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색깔로 물들이는 에스마일이, 부엉이가 준 편지를 받고 “마법 세계”라는 곳으로 가버렸을 때 누르는 허전하면서도 한편으론 좋았다. 드디어 “더 어린 시프”, “그 에스마일의 여동생”이 아니게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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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르 또한, 체육 시간에 피구공을 이상한 궤도로 휘게 하고, 그의 조금 짙은 피부색과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아이들의 가방에 쓰레기가 소환되게 하고, 급식 시간에 분명 저 멀리 있다가 갑자기 줄의 맨 앞에 콰당탕 나타나는 누르 또한 마법사였다.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것을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에 처음으로 깨달았고-아무래도 갑자기 하늘로 날아오른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에스마일은 그 겨울 몇 달간 편지가 뜸했지만(뜬금없이 힐데 언니에 대한 불평과 욕이 잔뜩 오더니 그 다음날 신경쓰지 말고 전에 쓴 편지를 태우라고 온 것이 다였다) 이번에는 답장이 바로 왔다.

에스마일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지금 마법 세계에는 전쟁이 나고 있다고 했다. 머글 태생, 그러니까 에스마일과 누르처럼 마법 세계에 살지 않다가 편지를 받은 사람들과, 그들을 죽이려는 사람들이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는 것 같았다. 누르는 에스마일이 “날 틈만 나면 잡아 죽이려는 세계에서 살고 싶었다면 그냥 “고향“에 계속 있었을” 것이라고 매우 독기 서린 어조로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것이 있었고, 그때 처음으로 전쟁을 실감했다. 왜냐하면 어머니와 아버지와 에스마일이 말하는 ”고향“은 무서운 곳이었으니까. 누르가 지금 가진 모든 것,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 학교에서 지루하게 수업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심지어 전기와 깨끗한 물조차 그곳에서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을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로 집에 들어와 죽이려고 해서 그들이 영국으로 도망쳐 올 수밖에는 없었으니까. 차라리 그곳으로 가겠다니. 마법 세계는 끔찍한 곳이 분명했다. 그래서 에스마일이 교장에게 정중한 입학 거절 편지를 쓰자고 했을 때 누르는 흔쾌히 끄덕였다. 오래전 휴양지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인 레아 브라이언트에게 같은 내용의 편지를 쓰는 것도 조금은 망설여졌지만 분명 좋은 일이라고 느껴졌다. 레아는 분명 누르처럼 런던에서 더 행복할 것이었다.

후자는 통했지만, 전자는 통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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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연하게도, 누르는 호그와트를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랬다. 타톨랑 하펜-뭐시기라는(피부는 하얬지만 이름이 “이상한” 걸 보니 누르는 아마도 그도 멀리에서 왔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승강장에 혼자 서 있는 누르를 보고는, “네가 에스마일 동생이구나~”라고 말해서 최악의 첫인상을 남겼다. 탄 열차의 분위기는 경직되어 있었다. 젠체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가문” “순수한 피” 같은 단어를 20세기에 아무렇지않게 하고 다녔고, 누르와 같은, “머글 태생” 아이들은 서로를 찾아내더니 기차 한 칸에 비좁게 모여 앉아 누가 오기만 하면 오들오들 떨었다.

그리고 누르는 생각했다: 여기서 걔가 어떻게 돌아다니지?

에스마일은 모든 곳에 보란 듯이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모자라, 심지어 이곳에서마저 악평을 떨치고 있는 것 같았다. 타톨랑이나, 다시 찾은 헨처럼 누르를 보며 웃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프”라는 성을 들으면 곧바로 얼굴을 찌푸렸다. 듣자 하니 이제는 마음대로 얼굴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같았다…. 기숙사 배정 모자는 곧바로 “두 번째로 배정해 보는 시프”라는 말을 해서 누르를 화나게 하더니, 래번클로를 가장 먼저 제안했고, 누르는 그곳에 앉아 있을 자신의 언니오빠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주워들은 결과 이 세계에서 가장 “평범하고 멀쩡한” 사람들이 있는 곳, 마법 세계에서 온 마법사들이 있는 곳, 슬리데린을 주장했으며, 모자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누르는 당당하게 그 해의 유일한 머글 태생 슬리데린으로 입학했다.

그리고 그것이 누르가 산 방식이었다. 연약하고 예민하고 섬세한 에스마일이 죽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았다면 누르는 그가 가장 살아남을 수 있을, 어쩌면 저 망할 혈육까지도 좀더 오래 숨을 붙여놓을 수 있을 선택지를 골랐다. 처음 보는 과목 이름과 이상한 수업 방식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의, 하지만 순수혈통 아가씨와 도련님들보다 높아 심기를 거스르지는 않을 성적을 받아냈다. 재능을 살려 슬리데린 퀴디치 팀에 어린 나이에 수색꾼으로 들어갔으며, 로즈웰 가의 후원을 받아냈고, 5학년 때는 반장이 되지는 않았지만 반장의 단짝이었다. 졸업하면 그대로 정치니 전쟁이니하고는 거리가 먼 삶을 살려고 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올 거라면서 잔뜩 겁을 집어먹고는, “여장”을 한 채로 그를 목놓아 부르며 찾아다니는 오빠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불사조 기사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뒤에는 더더욱. (사실 누르는 그 말을 믿지도 않았다. 또 하나의 허풍이겠거니, 그리고 믿을 때쯤엔 너무 늦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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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 8월. 누르는 마침내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나 받았다. 이따금 비슷한 처지의 동급생 몇 명과 함께 학교 밖으로 나가서 별일 아닌 일을 하기만 하면, 졸업 후 곧바로 이름난 퀴디치 팀에 추천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누르의 “머글” 친구들은 아마 지금쯤 여름에 햄버거집에서 일할 것이었다. 그것과 별 다르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는 학교 안에서 보호받았듯 학교 밖에서도 보호받을 것이라고 했다. 1980년 4월, 부활절 방학에도 크리스마스 방학 때 그랬던 것처럼 누르는 짐을 쌌지만 런던으로 가지 않았다.

그날은 방학의 마지막 날, 일요일이었다. 누르는 어딘가 매우 꺼림칙한 곳으로 동반-순간이동으로 이동했고, 할 일을 부여받았다. 잠시 긴장했지만 그냥 청소였다. 아침이 오면 학교로 돌아가 있을 것이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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