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ㅡ 술과 첫 번째 타겟
킹과 퀸의 목숨은 누구의 손아귀에 • • • ...
때는 아직 세상이 평화로웠던 시절.
[주선 본부,대회의실]
- 탁탁
“자,그럼 이것으로 오늘 정기회의를 마칩니다~”
“야홋! 수고하셨습니다!”
“야아,너무 신난거 아냐?”
오늘도 여느 때처럼 정기회의를 마치고,
다들 다음 스케줄까지 시간이 남아
각자의 자리에 앉아 만담을 이어갔다.
상석에 앉아있는 루시아와,
이후엔 입단(서열) 순서대로 자리한
주선이었다.
루시아는 엘리샤와 안의 티키타카에
웃음을 터뜨리며 만담에 동참했다.
얌전해 보이는 그녀이지만,
입을 터는(?) 것에는 무척이나 자신있는
그녀였으니까.
“푸하핫! 그냥 놔둬,안이야. 사실 나도
회의하는걸 그리 좋아하진 않거든.“
“아니,대장…아무리 그래도 같이 동조하시면
어떡해요…“
“왜~ 뭐 어때? 어차피 내가 여기 짱인데~
그리고 솔직히 회의가 좀 지루하긴 하잖아.
특히 한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거.“
“크흠…”
“다들,인정하십니깡~?”
그 모습을 바라보며,오늘도 로즈는
통한(?)의 한숨을 쉬었다.
대체 저 위엄없는 모습은 뭐라던가...
하지만 본인께서 좋다면야,그걸로 된 건가…?
“로즈,로즈도 말해봐~ 회의 지루하지?”
“글쎄요.”
로즈가 회의 내용을 서기한 것을
루시아에게 넘겨주며,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지루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이건 저만의 생각이고
저마다 의견이 다르겠죠. 뭐…“
“으유,로즈는 정말 솔직하다니까.
아 참,다들 오늘 저녁에 시간 좀 내줄래?
간만에 회식이나 하자~“
“핫,주군이 사주시는 건가요~?!”
엘리샤의 노골적인(?) 대쉬에,
루시아는 목을 가다듬으며 제법 늠름하게
허리에 손을 올렸다.
“크흠! 내가 내새끼들 밥 하나 안 사주는
악덕 상사처럼 보여? 먹고 싶은거 다 사줄게!“
“우왕~ 주군 최고!”
“대장,뼈 묻을게요! 야호!”
“호들갑은…쯧쯧.”
“다들 예쁘게 입고 본부 후문에서 만나자.
시간은…음,오후 5시쯤! 내가 식당도
미리 다 예약 해놓을게! 좋은 곳을 아니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약속시간인 5시가 되었다.
여섯 주선은 다같이 본부 후문에 모여
루시아가 예약한 식당으로 향했다.
평소에도 워낙 분위기도 좋고 살벌한
위계질서가 없는 팀이라 그런지,
가는 동안에도 분위기가 내내 떠들썩했다.
…특히,특정 3명의 데시벨이 많이 높았달까.
- 타닥,타닥
“주군! 그런데 어디있는 식당을 예약하셨습니까?”
“으응~ 수도에서 제일 큰 거리인 ‘꿈의 거리’ 있지?
거기에 맛있다구 소문난 레스토랑이 있어.
나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야!“
“사람 많을까요? 인기가 많으면 손님도
그만큼 많을 수 밖에 없을텐데요,대장.“
“괜찮아! 여긴 예약제라 바로 들어갈 수 있을거야.”
“핫,기대되는군요~!”
극강의 외향형 천 • 마족들인 루시아,안,엘리샤와
달리…극강의 내향형 천족인 누군가들은
그저 뒤를 따르며 조용히 침묵을 고수했다.
“…” / 그리티 / 29000살 / ISTP
“…” / 로즈 / 29000살 / ISTJ
“하핫…어색해라…” / 세인티 / 24000살 / ISFJ
그나마 이 숨막히는 침묵을 견디기 어려웠던
세인티가 어렵사리 한 마디를 내뱉은게 전부다.
그래도 그덕에 어색한 것이 많이 나아졌달까?
“아,로즈 님. 나중에 시간 되시면요…
신성력을 더 효율적으로 다루는 법에 대한걸
자문 드리고 싶은데요…“
“음? 뭐,나쁠거 없지. 그런데 뭐가 어려운 건데?
딱히 치유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네 신성력 활용도가 떨어지는거 같진 않은데.“
“앗,어… 그냥,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어서요.
기왕 남을 도울 거라면 더 효율적으로 돕는게
낫지 않을까요?“
“그래,그것도 그렇지. 좋은 마음가짐이네.
그럼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나누는 걸로.“
“ㄴ,네…!”
그렇게 한참을 걸어 꿈의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에 입장하고,순간 레스토랑은
주선 전원의 등장으로 술렁였다.
- 달그락
“오늘 낮에 예약했던 루시아 파티엔티아고,
어디로 가면 되지요?“
“아,아…! 집정관 님! 자리를 안내해드릴테니
저를 따라오십시오…!“
“네,고마워요.”
은혜롭다,루시아의 그 미소와 따스한 말투는
그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빛 같은 분이 천계의 지도자시라고?
레스토랑에 있던 손님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이 천계에서 살아가는 천상인임에
조상께 감사를 전했다.
아아,조상님! 저분의 헌신 아래 살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려요…!
•
•
•
- 달칵
“와아…사람 진짜 많네. 그럼 각자 자리에 앉고,
에피타이저 먹으면서 기다리자~“
“이히힝~”
그렇게 안과 엘리샤,그리티와 세인티가
한 테이블에 앉고,루시아와 로즈가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 두 개를 하나로 합치던지,
아니면 의자를 가지고 오면 해결될 일이지만…
루시아를 향한 로즈의 부탁이었다.
저 정신없는 틈에 끼고 싶지 않다고,
그리고 우애 좋은 남매 사이에도
굳이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얼마 후 나온 술과 음식에 분위기가
흠뻑 달아오를 무렵,로즈를 가만 바라보던
루시아는 로즈에게 냅킨을 건네주며 물었다.
“이안이랑 같이 앉고싶지 않았어? 안이는
너랑 같이 있고 싶어하던거 같던데."
“괜찮습니다. 스승과 제자끼리 재밌게 놀으라고
놔두지요,뭐… 저는 초를 칠 줄만 알지,
저런 분위기에 끼어드는건 영 자신이 없어서.“
“으음,뭐 로즈가 그러고 싶다면야.
우리 둘만 있을 때 가끔씩 칵테일바에
갔던거 기억해? 그때 그 가게,아직도 있을까?“
“네,기억합니다. 그곳에 가고 싶으신가요.
원하신다면 정보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아아니~ 그냥 추억에 젖어서 해본 말이야.
그때의 로즈는 은근히 귀여웠는데- 하고.“
“?…;”
“지금보다는 더 다정한 면도 있었고~,
허당끼도 있었단 말이야.“
루시아가 헤헤 웃으며 로즈를 놀리자,
로즈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날조하지 마세요. 취하시지도 않으면서
왜 취한 사람처럼…후.“
“앗,방금 옛날 로즈같았어.”
“…”
진짜 카리스마라곤 1도 없다…이럴 때만큼은.
대화 주제나 돌려버리자.
“며칠 간은 주변을 경계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첩보가 들어왔어요.“
“첩보라면… 그들과 관련된?”
“예,맞아요. 만약 그들이 움직이면
가장 먼저 노리는게 누구인지 아시겠죠.
바로 우리입니다,루시아 님. 체스도
킹을 잡는 길이 열려야 끝나고, 전쟁도
사령관을 죽이면 전세가 넘어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천계 총 • 부사령관의 직책을 수행 중인
우리는 그들에게 가장 먼저 노려질
표적이라는 거에요.“
“…”
“하지만 걱정 마세요. 그들이 루시아 님을
건든다면,제가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루시아 님을 건든다는 건,곧 저를 도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
“로즈,나는 -”
“전 언제나 실패하지 않거든요. 이 길의 끝에서
웃는 것은 우리 주선,그리고 제가 될 겁니다.
그리고 정의는 언제나 승리합니다.
죄의 대가는 비록 더디어도 늦게나마 찾아오는 법,
반드시 그들을 심판할 겁니다.“
“…”
루시아는 그 이후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로즈에게서 처음으로 [위압감]을 느꼈으니까.
어째서인지 수호와 정의를 말하는 그녀의 눈엔,
조용한 광기와 옅은 후회가 담겨있었다.
대체 로즈는 무엇을 알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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