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글 : 外

광야光夜의 아래

빛나는 밤을 증표로 하여.

愛狀 by 민

*마비노기 지인분께 드리는 헌정 조각글(?)

*BL. 플레오x청월의 이야기(지인분 자컾)

*짧음짧음짧음짧음짧음짧음짧음짧음짧음짧음






" 모두 속보예요! 이번에 왕국 차원에서 풍등 축제와 불꽃놀이를 함께 진행하겠대요! 2주 뒤에요! "

아침 조회 시간이 다 되어 기루 향비파의 직원들이 모두 홀에 모여있던 참이었다.

소식에 민감한 '향비파'의 특성상 울라 대륙(심지어는 이리아 대륙의 소식마저도)의 소식 대부분은 감히 왕국의 정보원들 보다 빠르다고 자부할 정도로 먼저 접하곤 했는데, 유독 재빨라 먼저 소식을 알리곤 해서 '전서구'라 불리는 여직원 하나가 홀로 우당탕 들어오며 외쳤다. 자이언트 하나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기울였다.

" 그런데 풍등 축제는 카브 항구가 주가 되는 곳이잖아. 볼 곳은 한정적이지 않나? "

그의 말에 에헴, 하더니 슬쩍 운을 떼며 우는 '전서구'였다.

" …이번에 타라에 큰 사건이 있었잖아요? 커다란 검붉은 용이 내려온 것 말이에요. 그 유명한 밀레시안이 결정적으로 해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잖아요. 그.래.서! 에레원 폐하께서 죽은 이들을 기리고 남은 이들이 살아남은 것을 함께 기뻐하기 위해 동시에 한다고 연금술사들과 각 도시에 왕명을 내렸대요! "

" 오…. "

" 뭐예요, 반응이? 왜 그렇게 미적지근─ "

" ─역시 우리 전서구네. "

" 엄마야! "

" 응, 마담이야. 후후, 일단 조회부터 할까? "

평소처럼 갖춰 입은 채로 모습을 드러낸 마담이 부채를 접어 쿡쿡 웃었다가 입을 열었다. 여느 때와 같은 주의점과 '특별 손님'의 유무, 그로 인한 경계 강화 등. 그리고 접선을 뒤집어 손이 닿아야 할 곳으로 턱을 톡톡 두드리더니 살포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 마지막 소식이야. 물론, 나보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이가 있어서 미리 알리는 거지만? "

곳곳에서 웅성거리자 마담이 쿡쿡 웃으며 말을 이었다.

" 2주 뒤에 시작 될 풍등불(왕국지정으로 정해진 풍등축제+불꽃축제의 명칭. 자체 설정.) 축제 기간… 그러니 3일간은 기루도 휴무야. 그때까지 모두 실수 없이 일하도록 해. "

" 만세! "

" 울라 대륙 어디에 있더라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하니 기루에 남아 볼 사람들은 봐도 좋아. 모두 일에 지장은 없도록 휴가 보내렴? 물론, 오늘의 일부터. 자, 모두 위치로 가도록 하세요. "

" 예, 마담! "

기루 직원들의 눈에 생기가 도는 순간이었다.

광야光夜의 아래

기루 직원들의 기세가 오른지 1주하고도 사흘이 지났을 날이었다. 내내 정보의 산에 묻혀 분류를 하던 청월이 실로 오랜만에 사당을 벗어나 기루로 모습을 드러낸 날이었다. 다소 퀭해 보이는 청월의 모습에 마주치는 직원들이 흠칫하면서 괜찮으냐 물어오면 손을 저어 보이며 가서 일 보라는 듯 표현하는 청월이었다. 청월의 목적지는 평소라면 가지 않을 곳에 있었다.

" 어머…? "

" …그 반응은 뭔가? "

" 생각보다 일찍 모습을 드러냈군요, 와 생각보다 생기가 돌고 있군요. 가 되겠네요. 후후. "

마담의 진담 섞인 농담에 청월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쿡쿡 웃던 마담이 마침 손에 들려 있던 쟁반을 내려두었다. 색이 예쁜 유과와 차를 우리기 위한 다기가 올려져 있었다.

" 바쁠 청월에게 휴식 시간이라도 주어야겠다 싶어 준비 중이었는데 모습을 드러냈군요. "

" 내 건가? "

" 그럼요? 당신의 사당에 갈 수 있는 이가 몇 명인지 잊었어요? 음, 오늘은 제가 아니지만요. "

" ? "

마담의 말을 듣기도 전에 유과를 입에 문 청월이 의아하게 마담을 쳐다보자 마담의 입이 열리려던 순간이었다.

" 마담, 나 왔… 낙청월? "

" 콜록! "

" 어이쿠! 마담, 물! "

마담이 급히 다기에 물을 담아내 청월에게 건네자 청월이 급히 물을 삼켰다. 조금 진정이 된 듯 보이자 헛웃음을 흘린 플레오가 등을 토닥이며 입을 열었다.

" 무슨 일인데 너 답지 않게 사레들리고 그러냐. "

" 당신이 나타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후. 괜찮아, 이제. "

괜찮다는 듯, 한 손을 들어 보인 청월에 플레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마담을 보았다. 마담이 쿡쿡 웃으며 청월에게 입을 열었다.

" 출장 갔던 플레오가 돌아오자마자 당신을 찾길래 당신에게 갈 때 이걸 가져가 달라고 부탁했었죠. 생각보다 이르게 나온 당신이라 갈 일도 없었군요. 그러면 용건은 잘 해결해, 플레오씨? "

" 돌아가나? "

" 오늘 단골이 있거든. 가서 준비해야 해. "

" …흠. 말하지 않아도 잘 처신하겠지만 조심해라, 마담. "

" 든든한 직원들이 있는걸. "

후후 웃으며 자릴 떠나는 마담의 모습이 사라지고 플레오가 다기를 치워주며 잠시 유과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청월을 보며 입을 열었다.

" 너도 정리하느라 정보의 산에 묻혀있었다지? "

" 당신이 가져온 것도 있었지만, 이번에 좀 정보들이 곳곳에서 쏟아질 일들이 많았어. 그런데 오자마자 날 찾았다고? …소문이라도 낼 셈이야? "

" 네 정인이 그렇게 무신경한 인물이더냐. 눈치 빠른 마담도 대놓고는 확신 못하건만. "

" …무슨 일인데 그래? "

아, 하더니 플레오의 얼굴에 씩 미소가 지어졌다. 청월이 의아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 나흘인가, 뒤에 풍등불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마담 말로는 기루도 사흘간 휴무라고 하는데 같이 보내면 어떻겠나 싶어 말이다. "

" …? 풍등불 축제? "

의아해하는 청월의 모습에 플레오는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손목을 가볍게 잡으며 문을 열었다.

" 일단 네 허한 속이라도 채우러 가며 말해주마. "

사당으로 돌아온 청월은 정리와 분류를 끝낸 정보 서류들을 모아 다시 분류해 금고에 넣어두며 조금 전 일을 생각했다. 플레오에게서 들은 풍등불 축제의 내용이었다. 왕국의, 어쩌면 에린에 있어 커다란 위협을 이겨낸 뒤가 아닌가. 살아남은 이들은 삶을 기뻐할 이유로 충분했다. 그러나 죽은 이들을 보내야만 하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하며, '희생'이라는 단어에 속할 이들 역시 존재했기에 그들을 보내는 시간 또한 필요로 했을 터. 왕국에서는 그것을 '국장'으로 하려 했을 것이다.

" 그리고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도록 살아남은 이들이 바로 기운을 얻고 살아갈 힘을 넣는다, 인가. 이번 여왕은 영민하고 참 감성적이군…. "

왕정의 치세에도 분명히 좋은 영향이 올 터, 청월은 마지막 서류를 넣고 금고를 닫았다. 어찌 되었든 살아남은걸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는 전투였고, 일종의 시련이었으니 기뻐해도 되었다. 저 역시도 위험한 순간은 있었으니까.

" …한동안 못 봤었으니 이번은 필히 누려도 되겠지…. "

『 우리도 일에서 벗어난 기쁨의 재회를 누려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말이다. 』

『 …그렇긴 하지. 』

『 하하, 솔직하니 좋은걸. 그러니 그때 함께 축제를 즐기는 거다. 잊지 말고 있어라. 』

" 어떻게 잊을까. "

나 역시도 기대 중인데.


왕국에서 준비한 축제란 남달랐다. 아니, 이번이 유독 더 남달랐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항하여 이겨낸 날이 온 것이니만큼. 사람이 붐비는 곳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청월도 이번만큼은 괜찮았다. 청월은 곁에서 제 손을 단단히 쥐고 있는 플레오를 올려다보았다.

" 이번에 이멘 마하의 고든 주방장도 이곳까지 와서 출장 로흐 리호스를 열었다고 하던데 거길 먼저 가볼까? "

" 줄이 길지 않겠어? 당신, 배고플 것 같은데. "

" 작정하고 준비한 축제 아니라더냐. 자리 걱정은 말라더라. 일단 가보고 나서 생각하자. 그리고 이번에 유랑 극단에서 이번 전투에 대한 공연극도 있다고 하니 거길 가봐도 좋을 것 같다. 혹시 알겠냐, 우리라도 나올지. "

" 설마 그러겠어…. …나오면, 치를 떨지도 모르겠어. ……내가 나온다고??? "

청월의 반응에 플레오가 크게 웃었다. '출장, 로흐 리호스!' 가 머지않은 것인지 더 붐빌 수나 있을까 싶던 인파가 더욱 늘어났고, 그 중심은 왕성 쪽으로 향해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름의 질서가 있어 인파에 의해 다치지는 않을 거라는 상황이 보이자 청월은 제법 놀랐다. 플레오도 놀란 듯하다가 청월의 반응을 보며 씩 웃었다.

" 말을 안 했군. 이번에 왕성에서 앞마당을 통으로 빌려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고든 주방장이, 내일은 왕정 요리사 글루아스, 마지막 날은 둘 다 나와 음식을 판매한다고 해. "

" 정말… 그 난장판을 2주 안에 정리하다 못해 그 정도 규모의 야외 식당을 만든 걸 보면 작정을 하고 움직였겠는걸. "

" 아무래도 그런 셈이지. 음, 줄이 빨리 빠지는데. 금방 먹을 수 있겠어. 오, 저기 야외 메뉴판이 있구나. "

줄을 서 있을 동안 메뉴를 정해두라는 듯 질서 정연하게 서 있는 줄을 따라 메뉴판이 곳곳에 설치되어있었다. 청월이 내심 걱정하던 것을 괜한 걱정이라고 뻥 차버리 듯 괜찮은 시작이었다. 물론, 평소에 보기 드문 인파였기에 다소 정신이 없는 것도 있긴 했으나 생각보다 질서정연한 사람들과 거리 덕분에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았다. 평범히 즐길 수 있었다.

─그래, '평범히'.

' …이를, 얼마 만에 겪어보는 건지. 그러면서도 나쁘진 않아. '

아득하다고 말함이 옳았다. 이런 인파를, 긴 시간을 보내오면서도 거의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저가 살아온 시간에 비해 저의 시간은 혼자가 거의 전부였으니.

" 이것도 먹어봐라, 청월아. "

" 당신도 이것, 먹어봐. 플레오. "

…낯설기 짝이 없다. 그러나 기분은 나쁘지 않은,

오히려─

" 플레오 대장님! 청월씨! 축제 즐기고 오셨습니까? "

저녁의 하늘이 비춘 때였다. 기루로 돌아오니 입구에 있는 경비 쪽 직원 두 명과 마주쳤다. 직원의 말은 플레오가 자연스레 받았다.

" 너희는 안 나갔고? "

" 저희는 늦잠 자서 시작이 조금 늦었습니다, 하하. "

" 즐기다가 짐이 왕창 생기는 바람에 놓고 다시 나가는 중입니다! "

" 너희도 참… 아무리 밤새도록 열리는 축제라지만 사흘 내내 밤새진 마라! 나도 혼내겠지만 마담한테도 혼날지 모른다. "

" …명심하겠습니다! "

그러고는 다시 기루를 벗어나는 둘을 보며 청월이 푸스스 웃었다.

" 당신보다 마담이 더 무서운 건가? "

" 원래 힘 없는 이들이 더 무서운 법 아니겠냐. …그래도 마담은 물리적인 힘이 없을 뿐이지 힘 있는 여성이라고. "

" 하하… "

청월의 보기 드문 웃음에 플레오의 눈이 조금 커졌다가 휘어졌다. 요깃거리를 사 온 것을 고쳐 쥐고 플레오가 앞장섰다. 밤새 이야기를 하며 보낼 생각이었기에 청월의 사당으로 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내일은─ 입을 열어 내일의 이야기를 하는 플레오의 얼굴에도, 그가 계획한 내일의 일정을 듣는 청월의 얼굴에도 미소가 서렸다.


" …어떤 풍등을 사는 게 낫겠냐, 청월아. "

" 글쎄. …정말, 많은걸. "

" 나도 이 정도까지 많을 줄은…. "

축제 이틀째의 거대한 행사는 풍등불 축제의 하이라이트 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풍등을 사러 나온 것인데…. 풍등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형태들만 떠올린 청월이었고, 플레오 역시 많아도 거기서 거기겠거니 했던 게 무색할 만큼 너무 많은 형태에 당황한 참이었다.

" 풍등이 하늘에 충분히 올려질 무렵을 자정에 걸치게끔 단체로 올려보내고 자정이 지나면 불꽃놀이로 이어진다고. 극적이군. "

" 적어도 떠난 이들을 보내고 산 것을 기뻐하는 것에 시점을 맞춘다면 축제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했다고 보고 있어. 극적인 것 또한 극적일 테니. "

" 그래… 좋은 날이 될 거다. 양측 모두에게. 오! 저쪽으로 가볼까. "

플레오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손을 맞잡은 채 이동한다. 반걸음 뒤에서 아주 조금은 끌려가듯 함께 걸어가며 청월은 플레오를 올려다보았다. 그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 역시 그랬다.

" 어서 오세요! 출장, 피에릭의 잡화점입니다! "

" 탈틴에서 어쩐 일로 나올 생각을 했나? 피에릭. "

" 하하, 이런 큰 축제 때 이름을 알려야 하지 않겠어요? 탈틴에도 이런 우수한 품질의 물건들을 파는 잡화점이 있다! 라고 말이에요. "

화려한 모자의 끝에 달린 깃털이 피에릭의 움직임에 따라 나풀거렸다. 플레오는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 때를 놓치지 않는군. 그래서 추천해줄 만한 풍등 있나? 너무 독특한 거 말고. "

" 어라? 평범한걸 제 잡화점에서 찾으신다고요? "

" 네가 단순히 평범한 것만 구비해두지 않을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지. 본래 떠돌이 상인이었잖나. 이를테면 울라 대륙에서 볼 수 없을 그런 디자인? "

" 헤… 역시 자주 거래하신 분 답군요, 플레오씨는. 그렇다면 아껴두었던 것을 꺼내 볼까요? 사실 이날이 아니면 팔기 힘들긴 하지만요. "

피에릭이 물건들을 넣어 둔 듯한 커다란 상자로 걸어가더니 잠시 후 물건을 하나 들고 둘의 앞에 두었다. 그 형태에 청월의 눈이 커졌다.

구매한 풍등과 요깃거리를 들고 기루로 돌아가며 청월은 손에 들린, 조립되지 않은 풍등을 내려다보았다. 아득한 과거의 때, 자신이 머물던 곳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풍등이었다. 말 없이 걸음을 옮기며 풍등만 내려다보는 청월을 보던 플레오는 기루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딛으며 시선을 돌렸다. 곧이어 들려오는 청월의 목소리에 다시 시선을 청월에게로 향했지만.

" 그 상인이 이러한 형태의 물건들을 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

" 음, 아니라고 답하마. 사실 반은 도박이었지. 하지만 그 타라에서 잡화점을 열 배짱도 있는 떠돌이 상인 출신이라서 말이다. 몇 번 구하기 힘든 물건을 그 녀석에게 물물 교환으로 거래했던 적도 있었고. "

" 그렇구나. …아무튼 잘 구했네. 풍등. "

희미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띤 청월을 보며 플레오는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청월의 사당으로 돌아가 사 온 요깃거리들로 배를 채우며 풍등을 만드는 두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머뭇거리다가도 금방 익숙해져 풍등을 조립하는 청월과 그런 청월의 보조 역할이 되어 청월이 풍등을 만드는데 문제 없도록 했다.

" 동방이라고 하던가? 이런 디자인을. "

" …그렇지. "

" 단아하다지? 이런 느낌을. "

" 응. "

완성한 풍등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내려다보는 청월을 보며 플레오는 잔잔히 미소 지었다. 어질러진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 일어나며 등을 젖혔다.

" 이거 꽤 뻐근하구먼, 그래. 풍등 날릴 시간이 오기 전에 정리를 해둘까? "

" 마실 차도. "

" 하하. "


정리를 하고 조금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은 시각이었다. 그러면서도 하늘 한구석에서는 빛무리가 어려있는 것이 왕성 쪽은 여전히 밝을 것임이 분명했다. 3일 밤낮없이 진행되는 축제이니만큼.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축제의 이튿날, 이 축제의 진정한 의미가 실현되는 날이기도 했다.

" 슬 시작되겠구나. "

하늘을 향해 떠오른 야광 폭죽이 3번 터지면 풍등을 올린다. 풍등을 들고 사당 밖의 마당에 선 청월은 이어서 다가온 플레오를 올려다보았다. 플레오도 청월과 함께 풍등을 들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두 번째다. "

두번째로 터지는 야광 폭죽에 하늘이 잠깐 더 밝아졌다가 어두워진다. 하늘 한구석의 빛무리가 사라져간다. 풍등을 올려보내기 위한 소등일터다. 플레오가 고개를 내려 청월을 보았다. 청월은 플레오의 뒤쪽으로 보이는 하늘에서 세 번째 터지는 야광 폭죽을 보았다.

" 지금. "

청월과 플레오의 손이 하늘로 올리는 풍등에서 동시에 손이 떨어진다. 홀로 올라가던 풍등은 저만치 높게 올라가서야 다른 풍등들과 합을 이루어 밤하늘의 아른거리는 빛무리의 하나가 되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스럽게도 기루 사람들 중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그날 죽은 이들을 향해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속으로 읊조려본다.

그리고 오랜만에 본 고향의 느낌이 드는 풍등에 떠오른 아주 과거의 슬픈 기억도.

" …. "

그조차 죽은 이지만, 쉬이 무뎌지지 않는 슬픔은 곁의 이가 있어 생각보다 슬퍼지진 않았다. 그저 말로 표현 못할… 그리움과 함께 섞인 감정의 혼합이 이루어졌을 뿐.

청월은 플레오의 손 끝을 꾹 잡았다.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플레오는 시선을 주지 않고 그 손을 맞잡아주었다.

" 분명 그렇게 짧지 않을 시간일 텐데… 이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어. "

" 죽은 순간의 시간은 빠르지 않다. …당연한 거다. 지금은 그들의 시간이니까. "

" …당신 말이니 그렇겠네. 그것만큼은 나는 알 수 없으니. "

'밀레시안' 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을 듣는다. 죽음, 죽음이라.

산 자에게는 이별이 되는 그것.

" ─하늘에 올랐다. 곧 시작하겠는걸. "

플레오의 말마따나 빛무리의 바다는 더욱 멀어졌다. 그리고 하늘 한구석에서 올라오는 불꽃의 길. 빛무리에 작별 인사를 하듯 하늘을 빛내는 커다란 불꽃 하나를 시작으로 수십 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 산 사람들의 기쁨이야. "

" 그래, 우리도 속해 있지. "

이별을 겪고 살아남은 이가 있는 반면, '우리'처럼 이별을 겪지 않고 살아남은 이들 역시 분명 존재한다. 하늘을 뒤덮는 불꽃의 향연에 멍하니 올려다보며 청월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환영을 보았다.

자신은 긴 시간을 살며 겪은 이별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원체 홀로 살기 편한 것이 이유일테지.

" ─청월아. "

" 어? "

" 할 말이 있다. "

그래도 일반적인 다난의 삶보다는 많은 만남을 가지고, 그 중 몇 안 되는 믿을 수 있는 다난을 만나고…

" 예전에 아는 자이언트의 결혼식을 본 적이 있었지. 바이데 재상이 주례를 하던데 그 말을 조금 바꿔 네게 하려고 한다. "

…그 한 명의, 감히 불멸이라 언급할 수 있을 애욕(愛慾)의 대상을 만나고─

" …당신이 입에 단 소릴? "

" 원, 너도 참…. 이번만큼은 분위기에 어울려주면 안 되겠냐. 그렇다고 거창하진 않다만, 큼. "

─이별이 두려워지는 이를, 이 자의 마음에 담고 행복도 두려움도 모두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당연시 되기까지,

" …처음과 달리 애정을 스민 그 순간부터, 그리고 지금부터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하마. 청월아. "

…팔라라가 떠오르고 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되기까지 이 자의 삶은 길었다.

그러니 한 번은, 한 번은 행복해져도 되지 않겠나.

긴 삶에서 찰나일지 불멸일지 알 수 없을 그 행복을 나도, 그리고─

" …나도 그래. "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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