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별은 왜 새벽별인가

CM ; 불온한 예감

카즈윈 혼자 나오는 카즈밀레

※ 카즈윈 혼자 나옵니다.

※ 카즈윈이 기도를 합니다. (저도 낯선 듯... 아무래도 그런 듯...)

살아가는 데에도 유불리가 있다면 다난의 몸은 살아있는 것 중 유리한 축이었다. 발달한 지능과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손마디, 영토를 지배하는 결집력에 질기게 달라붙은 목숨.

하지만 그것도 별에서 온 자들을 살피자면 '조금'에 불과했다. 그만큼 별의 육신은 극도로 생존 지향적이었다. 다난의 장점만을 고스란히 따 온 신체에는 죽음조차도 학습의 기회였으므로. 죽은 것 같아도 실상 그것이 아니고, 눈을 감았어도 언제든지 뜰 수 있었다. 투아하 데 다난은 그들을 두려워했다. 동시에 경외하는 이도 있었으며, 혹자는 불멸을 이용하려 들었다. 그러나 불멸들은 개의치 않았다. 권력을 탐하지 않았으며 저들끼리 모여 다난을 내치지도 않았다. 흘러가는 바람이 그러하듯 저들끼리 모였다 흩어졌다, 세계를 유랑하며 하고 싶은 것을 했다. 시간은 무한했으므로 권력은 귀찮은 추에 불과했고 다난들의 속셈 또한 그들에게는 중대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몇몇 다난들은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저들이 사라지거든 자신들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했다. 다난은 유한한 세계에서 살았기에, 올지도 모를 무한의 끝을 생각했다.

오직 그들만이 걱정하는 것을. 오직 그들만이 헤아려 보는 것을.

별들은 다난의 생각을 몰랐다. 알더라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끝이 있는 것이 끝없는 것을 제 세계를 통해 볼 수밖에 없듯이, 그들은 죽지 않는 세계에서 다난을 바라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공평하지 못하게도, 수리부엉이의 걱정은 온전히 그만의 것이었다.

별의 축복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언젠가 눈을 감은 채 뜨지 못하면. 언젠가 돌아오지 않으면. 언젠가 그 자리가 비어버리면. 언젠가.

언젠가 그를 잃어버린다면.

불이 지펴진 것들은 밤 내내 깜빡거리기도 했다. 이야기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것이 분명해 홀로 간직하고 있으면 숨이 막혔다. 별빛이 사그라든다 한들 그의 삶은 이어질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그 뒤의 일들을 상상할 수 없었다. 상실을 예상하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곁에 있음이 당연했다. 섬뜩하게 가슴을 태우는 불안은 덩치를 불리지는 않았으나 사라지지도 않으며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 가끔 너희를 이렇게 사랑해도 되는지 두려울 때가 있어.

사푼한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는 아무런 답을 않았으나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언제 바투 다가와도 이상하지 않은 종말이 어깨 너머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감각.

별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언젠가 그들이 가진 모든 축복이 사라지고, 그들이 이 땅에서 모조리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생각이 밤을 조용히 태우는 것일까.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불안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오래된 격언이 그의 혓바닥을 걸어 잠갔다. 그는 정말로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비록 그의 탓일 리가 없을지라도, 스스로를 원망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짙푸른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손마디는 자못 고요했다. 속이 끓을 때마다 입을 다물던 버릇은 고치기 어려웠다. 불안은 귀찮게 달라붙는 들풀의 씨앗처럼 끈질겼고 그것을 세심하게 떨쳐내기엔 다른 할 일이 많았다. 푸른 달이 기우는 것을 바라보던 회색 눈동자가 피곤하게 감기고, 먼 곳에서 닭 우는 소리가 났다.

종말이 바라보고 있다고 한들 그에게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하자. 주신께서 원하지 않는 이 땅의 종말은 최선을 다해 막아내겠으나, 별의 일족에게 별빛이 사라지는 것은, 그것이 주신의 안배라면, 에린의 운명이 흘러가는 길에 있는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라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는 초월자가 아니었으며, 주신의 가장 사랑하는 첫째 아들이 아니었고, 기사단장의 검을 받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의 자리를 아주 잘 알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해야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속을 갉아먹는 그을음의 고삐를 잡아채는 것뿐이리라. 불멸을 잃은 별빛을 본디의 일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만 지켜줄 수 있으리라.

카즈윈은 잇새로 느린 한숨을 쏟았다. 불안이 가리키는 미래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알았기에 헤아리는 것을 그만두고 다른 것을 하기로 했다. 잠시 뜨인 눈가로 서광이 비쳤다. 그는 천천히 손을 모았다. 기도하는 것을 낯설게 바라보던 눈이 떠올라 느슨한 호를 그리던 입매가 조용히 열렸다.

더디게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아무런 마법도 신성도 담지 않은 채 새벽의 공기를 떨며 흩어졌다. 그곳에는 다만 기원이 있었다.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불안이 밑바닥에 깔린, 밤을 사르던 생각을 막아서는 간절함이 가늘게 덮인 기원이.

주신의 기사가 머무르던 곳에는 차게 내린 이슬 대신 마른 그림자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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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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