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어떤 버릇

앤서니히데

퇴고X

어떤 버릇은 변하지 않는다.

히데는 정말 오랜만에 맞았다. 오라돈에 있는 저것(아버지―공작)의 성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섬에 있는 이것(아버지―헥터 트리메인)에 비하면 정말 완벽한 오라도니언이다.

일단은 아들인 존재가 신분을 세탁하는 데 성공했든 말든 상관 없이, 헥터에게 그건 소유물에 불과했다. 딱 좋은 화풀이 상대. 하지만 그놈이 맞으면서도 빌질 않으니, 성질이 풀릴 리가 있나. 한참 끝에 남자가 씩씩거리며 나갔고, 히데는 한동안 주인 없던 자신의 방으로 절뚝거리며 올라갔다.

“빌어먹을, 하필 얼굴에 손을 대.” 거울을 보며 히데가 중얼거렸다.

눈가에까지, 얼굴의 절반은 멍이 올라왔다. 대충 잡아도 회복까지 하루는 꼬박 걸릴 것 같았다. 이것이 유난히 얼굴에 손을 자주 올리는 게 질투 때문인지, 아니면 그것(아버지―하데스)에 대한 열등감이 있어 그런 건지, 알고 싶던 어린 날도 있지만 이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지난 삶의 경험으로, 이해할 가치 없는 존재에겐 빠르게 정을 떼는 게 좋다는 걸 안다. 헥터를 두고 하는 생각이라곤 ‘나 말고 다른 애들에겐 손을 안 올리니 된 거지’ 정도만 남았다.

서랍에서 담배 한 갑을 찾아, 작은 발코니로 나갔다. 다 터진 입으로 담배 한 대를 꼬나물고, 바닥 어딘가 숨겨두었던 라이터를 찾았다. 가스가 다 떨어졌지만, 벽에 몇 번씩 그어 불꽃이 튀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하….”

한 모금 하자마자 입 속에서 피가 줄줄 흐른다.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지만, 담배 하나 제대로 못 태우는 건 진짜 너무 하지 않냐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침과 뒤섞인 피 뭉텅이를 뱉어낸 후, 발코니 건너를 보니 담배보다 더 뜻대로 되지 않는 사촌이 하나 보인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표정을 확 찡그리고 방으로 들어가는 꼴에 히데는 고개를 저었다. 저거 사춘기는 진짜 어떻게 하냐. 물론 지금 자신이 그닥 볼만한 꼴이 아니긴 하지만…, 아니, 그닥이 아니라 보기 끔찍한 꼴이겠군. 멍투성이에 피범벅 된 몰골이니 피할 수도 있다고 히데는 애써 위안했다.

히데는 앤서니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어떻게든 담배를 태우려 애썼다. 정신 차릴 게 간절했다. 피로 담배 필터가 젖는 바람에 흡입되라는 연기 대신 필터 조각만 입 속에 떠다닌다.

감당 안 되는 스트레스에 이대로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사무소로 돌아가는 걸 고려하던 순간,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앤시?” 예상 못 한 존재의 등장에 히데가 당황했다.

하지만 앤서니 트리메인은 형의 그런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다짜고짜 물었다. “얼굴만 맞았어?”

질문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히데가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새, 앤서니는 애초부터 답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는 듯, 발코니에 주저앉아 있던 사촌을 끌어당겼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히데는 동생이 당기는 대로 일어나서 그를 따라가 낡은 매트리스에 마주 앉았다. 흐릿한 조명 아래에서 히데의 얼굴을 제대로 본 앤서니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걸 왜 맞고 있어?” 앤서니는 짜증을 내며, 주머니에서 고체 연고를 꺼냈다. 가만히 있으라고 붙들어 놓고는 발라주는 손길을 히데는 피하지 않았다.

앤서니는 모르겠지만, 이건 그가 오라돈에 가기 전에 만들어서 돌린 약이다. 내일 점심만 되어도 멀쩡해질 텐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다들 잘 쓰고 있는 것 같아 꽤 괜찮은 기분이 들었다. 히데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가만히 있어.” 앤서니가 곧장 다그쳤다.

“난 가만히 있었는데,” 히데가 다시 입꼬리를 내리곤, 중얼거렸다. 너무 떨리는 건 자신이 아니라 앤서니의 손이라고 생각했지만, 말하면 정말로 화낼 거 같아 그만두었다.

얼굴과 목을 지나, 앤서니는 히데를 뒤 돌리게 했다. 필요 없다고 투정 부려봤자 소용없었다. 오늘의 앤서니는 뭔가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본능이 끊임없이, 시끄럽게, 무언갈 놓쳤다고 외쳤다. 히데는 곧바로 앤서니의 팔을 붙잡곤, 동생의 셔츠를 걷어 올렸다.

“앤서니.” 히데가 어린 동생에게 눈을 맞췄다. “언제부터야?”

그 말을 들은 앤서니는 얼어붙은 듯 아무 답도 못 했다. 히데는 가만히 기다렸다. 무슨 작은 대답이라도 한다면, 진실을 알아볼 수 있다. 히데는 동생에게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히데는 마음을 굳혔다.

‘동트는 대로 죽여야지.’

헥터 트리메인이 없어져서 생길 문제 정도는 그가 감당할 수 있다. 더는 같이 있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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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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