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한 차례의 격발이 소음을 낸다. 작은 총구가 뜨겁게 열을 내고, 잔 열기를 연기로 뱉어 하늘 위로 올려보낸다. 바람의 기류를 타고 흐르는 총구 앞 연기가 사그라 들 즈음에 그 총구는 작은 입 앞으로 와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 녹스. 솔직하게 말하면 보스는 연연하지 않을거야. 짭새와 한두 번 싸워댄 것도 아닌데. 붉은 입술이나, 동글게 자리한 이마 아래 똑 떨어지는 둥근 코, 양 옆의 말랑한 볼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무시하는 듯이 진득하게 노려보는 시선, 양쪽 색이 다른 확연한 오드아이. 녹스라고 불린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제 앞에 맹렬한 시선을 무시한다. 입 한 번 열지 않고 그저 날선 눈빛으로 그 시선을 마주했을 때, 앞에 선 남자는 결국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녹스를 걷어찼다. 내가 만만하지, 날 우습게 보고 있어, 네가 암만 잘나가는 괴도여도 총 앞에서는 너도 죽은 목숨이야, 아직도 그딴 눈으로 나를…. 어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발언들을 한참 지껄이며 녹스의 입술 위로 총을 꾸욱 내리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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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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