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패러디] 오늘부터 악령?

바질 호킨스 빙의물.

습지도마뱀 by 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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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빙의할 생각은 없었어. 진짜야.

'동티난다'는 말을 아는가?

모른다면 지금부터 알아두길 바란다. 몰라도 되는 단어였을때가 더 행복했겠지만 불행을 막기위해 알아야 하는 지식도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동티난다'는게 뭔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저질렀을 때, 인간이 영혼들의 규칙을 깨고 금기를 저질렀을때 일어나선 안되는 일들을 겪게되는 일을 말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벌 받으니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을 해서 '벌 받게 되는 일'을 동티난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바로 이 소년처럼.

"아."

들어가선 안되는 흉가에 들어간다던가.

"아아."

그 흉가에 붙어있는 수상쩍은 부적을 죄다 떼어낸다던가.

"아, 아. 와. 나 진짜 말하고있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강령술 같은걸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건 그냥 저주받고 싶어서 아주 기원을 한거나 다름없는 짓이다. 자신이 인지할수도 없고 조종하거나 싸울수 없는 영역의 존재에게서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몸을 쑥 내밀다니. 그것도 이런 어린애가!

목을 매만지던 손을 내려본다. 피투성이의 바닥, 대체 뭔지 모르겠는 몇개의 짐승 시체, 태워진 부적과 나머지. 손가락은 희고 작고 곱다. 딱히 고생한것 같지는 않은 손가락은 다만 의식을 위해서인지 칼로 찌른 자국이 좀 남아있다.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잠잠해진 어두운 핏물위로 얼굴이 비춰보인다. 창백한 금발머리의, 음침한 얼굴의 어린애가 거기 있다. 손가락이 움직이고 다리도 움직이고, 입도 벙끗대며 소리도 나온다.

'몸'이다! 진짜 '몸'이 있다!

"오. 정말 빙의했다!"

오, 나 빙의했다-!

...나 빙...했다-!

...빙...다...!

공허한 폐허에 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크. 이것도 동티날 짓이다.

나는 어두컴컴한 건물 안쪽을 바라봤다가, 반대쪽을 바라보며 턱을 긁적거렸다. 딱히 가려운건 아니고, 그냥 그러고 싶었다.

"젠장. 영혼들이 똑바로 안보이는군."

그래. 난 영혼이었다.

악령은 아니었다고 믿고싶다. 그런데 가엾은 소년의 몸에 쏙 들어가고 나니 자신감이 사라진다.

분명 나는 되려 소년에게 해코지 하려고 하는 것들을 주의주고 쫓아내려고 분투하는 중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악령이 나를 쑥 미는 바람에 소년의 몸에 쏙 들어간것 뿐이다.

정말이다. 고의는 아니었다.

"어... 소년? 누군지 모르겠지만 영혼이 여기 있다면 방울을 흔들어 주세요."

왜인지 방울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며 방울을 가리켜도 그저 잠잠할 따름이었다.

"..얼레? 소년?"

잠잠하다. 바람만이 종종 재를 휘날려줄 뿐이었다.

나는 죳됐음을 짐작했다.

"저기 내가 육신을 뺏었는데 고의가 아니라. 혹시 거기서 듣고 있어?"

물론 죳된건 내가 아니라 이 소년이다.

"-...스!"

그때 어딘가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면 나는 허공을 향해 계속 소년의 영혼을 찾았을것 같다.

"호킨스!!!"

그러나 인기척과 함께 횃불들이 다가왔고, 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멍청하게 눈만 꿈벅댔다.

그 앞에 서있던 커다란 사내가 내 팔목을 움켜쥐었을때야 '아 맞다. 이제 인간이 나 만질 수 있지'라고 느즈막히 눈치챘다.

"바질 호킨스!! 또 이런데에서 불경한 짓을.... 이번에 가만 넘어갈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뭐?"

순간 눈 앞이 번쩍였다.

이유를 파악한건 눈앞에 천장이 보인 한참 다음이었는데. 오른쪽 얼굴에 불에 댄것처럼 홧홧거리고 아팠다.

"감히 어디서 말을 짧게... 내가 그렇게 우습더냐. 호킨스!"

팔을 휘두른 자세로 사내가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그게 무슨뜻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다. 뭔가, 알고 있엇던것 같은데 이해가 가지 않아서 나는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이걸 아마 '미소'라고 생전에 불렀는데.

"히익. 뭐, 뭐냐 그 얼굴!"

그런데 사내의 반응은 너무 이상했다. 얼굴이 하얘져서 주춤대지 뭔가.

"...당장 따라와라. 집으로 간다! 오늘 헛간에서 재울 줄 알아!"

"어어."

그렇게 나는 사내에게 질질 끌려 폐허에서 벗어나고야 말았다. 중간에 그러지 않으려고 조금 반항했으나 사내가 몇번 더 팔을 휘두르고 나자 몸에 힘이 없어 반항할수가 없었다.

인간의 몸은 약했다.

어린아이의 몸은 더더욱이나.

속옷차림으로 헛간에 남겨져 지푸라기 사이에서 별을 보며 생각했다.

안되겠다. 난 딱히 육신을 바라지도 않았고, 이제와서 이렇게 얻어맞으며 고통받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평화를 원했다.

고요하고 영원한 영면을 바랬다.

"빙의술을 공부해야겠어."

그래서 다시 이 몸에 호킨스의 영혼을 되돌려 놓고, 나는 그 대가로 호킨스에게 나를 성불시켜달라고 요청할것이다. 그 나이에 영혼 하나를 빙의시킬 정도라면 재능이 있을테니 영혼 하나 성불시키는건 아주 쉽겠지?

추위에 전신이 저렸다. 감정이 따라오지는 않는 통각이었다. 낡아빠진 울타리에 갇힌 짐승처럼 머리를 기대며 생각했다.

지금 보이지 않을 뿐 이 곳 어딘가에 영혼들이 있으리라.

"인간은 혼자가 되는게  불가능한 종족이지."

그러니 외로움이나 고통따위는 내게 감정이 되지 못했다.

그저, 소년이 조금 가엾다. 고 생각했다.

"바질 호킨스."

이제부터 이건 내 이름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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