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노래해 줘!

습지도마뱀 by 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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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이야기 하자면 이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난다.

여러분이 모두 들어주었으면 한다.

이 황홀한 선율의 노래를.

*

[원피스] 기도를 노래해 줘!

※ 본 패러디 소설은 원피스 극장판 필름 RED. 의 스포일러 내용을 담고있습니다. 꼭 극장판을 감상 후 읽어주세요. (네이버 시리즈, 티빙에서 감상 가능)

*

한때 모든 바다의 선율의 기원은 모두 엘레지아라고 이야기 했다.

인근 해협의 평화는 엘레지아의 노래로 지켜졌다고 하고, 어떤 악랄한 인간들의 마음을 수없이 돌렸다는 미담이나 많은 비극을 뒤집었다는 기적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엘레지아에는 흘러내려오고는 했었다.

그러나 엘레지아는 멸망했다. 폐허가 되었다.

더이상 넘치는 음악으로 황홀하게 휘감겨있지 않았다. 음상에 노래하듯 이야기하는 국민들도 없고, 늘 사방에서 모여 음악에 대하여 열띈 토론과 음악을 연주하던 연주자들도 없다.

남은거라곤 새빨갛게 피어오른 화마가 스치고 지난 잿더미. 폐허, 폐가, 타고남은 시체들, 짓밟힌, 깔린, 뭉개진, 처박힌, 파묻힌, 처참한, 처절한, 부서진, 짓이겨진, 잔해들.

잔해. 라는 말은 시체라는 말과 같다.

엘레지아라는 커다란 시체의 찌꺼기들 위에서, 그들은 살고있는거다.

하여, 어느 날의 엘레지아.

작고 정성스레 가꿔진 화원에서 꽃잎과 같은 보라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이 고개를 든다. 결좋은 머리카락을 두갈래로 촘촘히 땋아묶어 목 뒤로 동그랗게 도넛처럼 말았다.

["아. 아. 테스트 테스트-"]

어디선가 들리는 마이크 너머의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여인은 꽃으로 된 목걸이를 엮는다. 이 땅에는 보석같은건 하나도 없으므로, 몸에 걸칠만한 화려한건 오직 꽃 뿐이다.

하여 멜로디는 살뜰하게 꽃을 돌봤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텃밭을 가꾸는게 옳았겠다. 실제로 고든은 작은 텃밭을 가꾸고는 했지만, 돈이 되는것도 아니고 먹을 것도 아닌 화원에 시간을 쏟았고 우타도 고든도 나무라지 않았다.

사람은 먹고 자는것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특히 이 엘레지아에서는 더더욱 통용되는 말이다.

화려하고, 즐겁고, 웃게 할만한 장소가 있어야 했다. 꽃이 피고, 향기가 짙고, 눈을 감아도 내가 있는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테스트 해볼까- 신시대는-"]

"하하. 즐거워 보이네."

화원은 높은곳에 위치해 있어서 엘레지아의 '스테이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엘레지아는 본래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였으나 스테이지만은 수만명을 포용할 수 있는 규모였는데, 그야 엘레지아의 음악에 대한 위상이 그정도로 커다랗기 때문이다.

한때 인근 국가들의 평화를 오직 엘레지아의 음악 하나가 책임졌다고 이야기 할 정도였으니까.

여러 국가와 그랜드라인 안과 바깥의 수많은 이들이 오직 엘레지아의 음악과 노래소리를 듣기위해 모여들고는 했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작은 소녀 또한 노래한적이 있다.

"멜로디."

상념에서 깨어났다.

멜로디는 너무 꽉 쥐고있던 화관이 손 아래에서 짓뭉개진걸 보고 놀라 손을 폈다. 그 아래에서 풀 짓무른 씁쓸한 냄새와 함께 꽃망울이 몇개인가 우수수 떨어진다.

"고든. 놀랬어요."

그렇게 말하며 멜로디는 또다시 반듯하게 웃어보인다.

여인이 되어버린 멜로디는 아직도 고든을 정중하게 대한다. 십년을 같이 지냈는데도 가족이 아니라 정중히 상대해야 하는 어른으로 대한다. 결코 불쾌한 대접은 아니지만, 서운할 정도는 되어 고든은 씁쓸한 기분을 뒤로했다.

"정말로, 우타가 라이브를 하게 둘 셈이니?"

"그게 우타의 꿈이잖아요."

"...그냥 라이브가 아니라는거, 너도 알고 있잖아."

뭉개진 화관의 꽃을 떼어내고 다른 꽃을 달기 위해 주변을 살피며 멜로디가 엘레지아 태생의 사람들이 많이 그렇듯, 듣기 좋은 목소리로 악기처럼 말한다.

"하지만 고든. 내가 우타에게 라이브를 권했는걸요."

"...!! 무슨!! 멜로디 !"

짙은 핑크색의 금낭화를 따서 화관에 새로 엮는다. 거의 붉은색으로 보이는 하트형의 꽃은 우타의 머리카락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 멜로디가 특히나 아끼는 꽃이다. 멜로디가 꽃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꽃망울을 매만졌다. 지독히도 조심스러워 꽃이 아닌 꽃 주변의 공기를 쓰다듬는 것 같았다.

"나는 우타의 세계에서 살고싶어요. 고든."

고든은 절망한다.

아아, 나는 두 아이 모두의 마음을 고쳐주지 못했구나. 하고.

그리고 라이브의 손님들이 속속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

"안녕! '우타'야!"

스타 하나를 만들기 위해 본래 얼마나 많은 스텝이 동원되는지 알고 있는가? 노래를 하고 노래를 만들고 반주자를 만들고 의상을 만들고 스테이지를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하고 좌석을 배치하고 소리가 잘 퍼지는지 무대에 위험한건 없는지 관객들중에 이상한건 섞여있지 않은지...

신경쓸건 무한하고 그 모든 노력과 고행조차도, 땀방울 하나까지 아름답게 포장되어야 하는게 스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엘레지아의 스테이지는 얼마나 완벽한가?

어떤 노력도 고통도 팬들은 볼 필요도 없으며 또한 인지하지도 못한다.

"수고했어."

백스테이지. 사실, '우타의 무대'에서는 이런 백스테이지의 존재조차도 필요 없으니 이 공간은 순전히 그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봐도 좋았다.

흐드러지는 커다란 꽃다발이 쑥 내밀어진다. 우타는 행복하게 웃으며 꽃다발을 받았다.

"향이 너무 좋다. 고마워."

"얼마든지."

우타는 웃으면서 온 몸을 내던지듯 팔을 벌려 달려들었다. 품에 뛰어드는건지 혹은 품에 가두는건지 알 수 없는 몸짓으로 꽃다발을 사이에 끼운 채 두사람이 다정하게 서로 끌어안는다.

스테이지에서 갓 내려와 아직 땀도 식지 않은 몸, 잔뜩 격양된 감정으로 뺨을 붉힌채 별처럼 빛나는 눈으로 묻는다.

"나 어땠어? 무대에서 노래한건 처음인데!"

멜로디가 웃으며 땀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걷어주었다. 열이 오른 뺨께로 차가운 손가락이 스치는게 기분이 좋다. 우타는 그 긴 손가락에 뺨을 기대며 강아지처럼 웃었다.

"당연히 최고였지."

"에헤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준다고 해도 한 명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반대로, 이 한사람에게 인정받는다면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한대도 견딜 수 있을것 같았다. 우타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다.

이 엘레제이아에서 고독한 우타의 친구이자 자매로 계속 함께해준 한 명.

"있지, 멜로디! 여기 내 예전 친구가 와 있어. 소개시켜줄게, 같이 가자!"

멜로디.

멸망한 엘레지아의 두번째 생존자가 바로 그렇다.

"아까 무대에 돌입한 그 해적말이야? 이상하네. 난 네가 해적이라면 무조건 싫어하는줄 알았는데."

"...맞아. 루피는 해적이지. 하지만 괜찮아!"

우타는 방긋 웃었다.

"여기에서는 상관 없잖아."

멜로디는 마주 웃어주었다. 정말 그렇지, 하고.

우타에게 이끌려 간 곳에서는 해적들이 모여있었다. 멜로디는 딱히 해적이라고 해서 꺼려하는 사람은 아니라, 우타가 '친구'라고 말했던 이를 향해 방긋이 미소지어 보였다. 검고 동그란 눈과 딱 마주친다.

"멜로디! 소개할게. 이쪽은 루피. 내가 어릴적에-"

"너구나? 방금 스테이지에 난입한 썩을놈."

"멜로디-!!!"

우타가 다급하게 다가왔지만 멜로디는 소매를 걷어내고 팔을 붕붕 흔들어대고 있었다.

"이 스테이지 준비하는데 우타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드디어 첫 라이브인데 무대에 난입해서 뭐!? 샹크스의 딸?!? 야!! 너 일루와. 일루 오라고!"

"아아 지, 진정해. 나 나 괜찮아!"

"우하하! 미안, 미안!!!"

"그게 사과냐!!!"

결과는 멜로디가 달려들기 전에 우타가 뜯어말리고, 사죄는 선자의 머리를 쥐어박은 주홍머리카락의 소녀와 몇몇 일행들이 꾸벅꾸벅 하는걸로 어찌저찌 마무리 됐다.

'공연 중 난입하지 말 것!'이라는 약속도 받아냈다.

"우타의 친구 재밌구나!"

멜로디가 노골적으로 '재밌냐?'하는 표정을 하고 있다. 휘까닥 뒤집힌 흰자에서 벌건 핏줄이 올라 서 있다. 우솝이 나미의 뒤로 숨었다.

"왜 그래? 징베."

"음? 아, 그게-..."

로빈이 좀 묘한 표정으로 징베와 멜로디를 번갈아 바라봤다. 징베가 이렇게 타인에게 신경쓰는 타입이었던가? 멜로디가 미인이라 노골적으로 흐물흐물 바라보는 상디와는 다르니까.

그러나 멜로디는 징베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아니, 내가 아는 이와 닮았던 거 같아 잠시.... 헷갈렸군."

"흐음."

로빈은 납득하는 기세로 고개를 돌렸다. 멜로디와 우타는 서로 팔짱을 낀 채 자신들만 들릴정도의 목소리로 뭔가 속닥거리는가 싶더니 웃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충분히 다정했다. 오랜 시간동안 함께한 사람들 특유의 다정함. 자신들만 오래토록 기억을 쌓아온 신뢰, 애정.

애정.

"있지. 루피."

그리고 그와 같은 신뢰를 담은 눈이 뚜렷하게 루피를 응시한다.

"해적, 그만 둬."

다만 그 안에 선명한 적의가 있을 따름이다.

우타의 '역광'은 멜로디에게 있어서 전면으로 비춰보이는 스포트라이트와 같다. '아름답다'고 멜로디는 중얼거린다. 멜로디는 자켓 포켓에 담아두었던 꽃잎을 떼어보며 빙그레 웃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해적들의 시선을 견뎌낸다. 도와달라, 혹은 말려달라, 왜 이러는건가 라고 물으려던 밀짚모자 일행의 입술은 굳건하게 닫힌다. 저 시커멓게 죽은 눈동자는 무엇도 그들에게 응하지 않으리라는 확고한 자신이 있었다. 멜로디는 웃으며 손가락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쉿'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이곳은 우타의 스테이지. 여기서는 누구도 우타의 '자유'를 침범할 수 없어. 해적 여러분."

나와 우타는 이곳에서 자유로워 질거야. 하고

멜로디는 사랑스럽게 웃으며 그들에게 멀어져 간다. 우타가 걸어간 잔재를 쫓으며, 마치 성인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가는 인물처럼 경건하고 필사적으로.

단편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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