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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篝火 by 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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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같살 해피 if

  • 키타로가 초등학교에 다닙니다

'우리 가족을 소개합시다'

화이트보드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키타로는 눈을 끔뻑거리며 교사의 설명을 들었다.

"여러분~오늘은 우리 가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볼 거예요. 먼저 선생님이 나눠준 도화지에 가족들을 그린 다음, 한 명씩 나와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예를 들면 우리 아버지는 힘이 세다, 우리 엄마는 도토리묵을 잘 한다, 이렇게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도화지를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아이들은 챙겨온 크레파스와 색연필을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키타로도 의기양양하게 24색 크레파스를 꺼냈다. 바로 며칠 전 미즈키가 '키타로도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니까~'라며 새로 사준 반짝반짝한 크레파스다. 옆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자기들 것보다 색도 많고 깨끗하기까지 한 키타로의 크레파스에 눈을 반짝였다. 색 많다, 되게 예쁘다, 부럽다 등. 키타로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을 잊지 않았다. 미즈키가 사주었어.

키타로는 미즈키가 사준 크레파스로 정성스럽게 가족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가운데에 놓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린 미즈키는, 망설임 없이 검정색 크레파스를 들어 제 뒤에 미즈키를 그렸다. 미즈키의 정장을 그리느라 손도 까매지고 도화지 귀퉁이에 자국도 남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 키타로의 모습을 세 사람이 보았다면 키타로가 신중에 신중을 가해 가족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을 것이다.(게게로라면 훌쩍이며 울었을지도)

키타로의 순서는 빠르게 돌아왔다. 키타로는 의기양양하게 도화지를 들고 칠판 앞으로 나왔다. 그는 가족 그림을 아이들 앞에 보여주며 발표를 시작했다.

"나는 아빠, 엄마, 그리고 미즈키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표정에 살짝 당황이 드러났으나 아이들도, 키타로도 알아채지 못했다. 아이들은 원래 그렇다. 어른이 말하기 전까지는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키타로는 아버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아빠는 울보입니다. 그리고 엄마를 사랑합니다. 미즈키는 아빠를 '게게로'라 부릅니다."

'게게로'라는 별명에 몇몇 아이들이 키득거렸다. 선생님의 표정은 '당황'에 '안절부절못함'까지 섞였다. 이번에는 어머니 차례였다.

"어머니는 일을 나갑니다. 늦을 때도 있지만 우리랑 같이 저녁을 먹기 위해 늘 일찍 오려고 노력합니다. 저를 꽉 끌어안아주시고, 인, 사람을 좋아합니다."

하마터면 인간이라고 말할 뻔했다. 키타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발표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뒤에 있는 미즈키를 가리켰다.

"미즈키는…. 주말마다 핫케이크를 해줍니다. 놀이공원도 같이 가고, 크레파스도 사줍니다. 미즈키는…."

키타로는 잠시 말을 멈추고 미즈키를 떠올렸다. 미즈키와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미즈키는 기쁨과 불안이 섞인 복잡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봤다. '내 아이로세. 한 번 안아보게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떠밀어 마지못해 미즈키는 키타로를 안았다. 키타로는 아부부, 옹알이를 하며 손을 뻗어 미즈키의 볼을 만졌다.

그 순간부터 미즈키는 항상 키타로 옆에 있었다. 하숙집 주인에게 늘 신세를 져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주말에는 항상 키타로를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다녔다. 바다도 가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온천도 가고, 벚꽃구경도 갔다. 핫케이크도 구워주고, 아주머니보다 서툴렀지만 요리도 해주었다. 등하원을 늘 함께하고,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같이 갔다.

그러니 키타로는 미즈키를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미즈키는 미즈키였다. 아버지나, 그 밖의 가족 구성원으로 불러본 적은 없었다.

"음…, 미즈키는 부모님만큼 저를 사랑합니다."

그날 오후, 청소를 마치고 하교하려는 키타로를 잡고 담임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키타로, 오늘 발표 잘 들었어. 그런데 한 가지 실수가 있더구나."

"실수요?"

키타로는 제가 인간을 잘 흉내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생님의 지적이 의아했다. 무사히 잘 마친 것 같았는데 뭐가 문제였지. 선생님은 다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키타로, '미즈키'가 아니라 '미즈키 삼촌'이라고 해야지. 응?"

"삼촌이요?"

키타로는 '삼촌'이라는 말을 그 때 처음으로 들었다. 세상에는 형제나 부모밖에 없는 것 아닌가? 애초에 그런 호칭을 붙여야 가족이 되는 건가? 미즈키는 이미 가족인데. 키타로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멀뚱히 바라보자 선생님은 음, 하면서 좀 더 쉽게 설명했다.

"음, 키타로. 가족은 아주 특별한 사이이기 때문에, 그에 알맞는 이름으로 불러줘야 해. 그 호칭이 없으면 언제 그 실이 옅어져 사라질지 몰라."

키타로는 어쩐지 그 말이 선생님의 경험담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깊이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키타로는 '삼촌'이라는 호칭에 대해서 생각했다. 삼촌, 미즈키 삼촌. 미즈키 삼촌이라고 부르면, 미즈키는 기뻐하려나. 그렇진 않을 것 같다. 미즈키는 이따금 자신을 볼 때마다 옅은 죄책감과 근심이 섞인 표정을 짓곤 했으니까.

그럼에도 키타로는 미즈키를 진심으로 가족이라고 생각했고,

인간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싶었으므로.

미즈키가 자신을 보고 웃었으면 했다.

그날, 미즈키는 살짝 술에 취해 귀가했다. 아버지가 술 냄새가 난다고 미즈키를 놀리는 사이, 키타로는 그에게 슬며시 다가가 저녁 인사를 했다.

"오셨어요, 미즈키 삼촌."

세 어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바라봤다. 역시 입에 붙지 않아서 그런지 어색하다. 그들은 다시 서로를 쳐다보더니, 어째서인지 웃음을 터트린다. 그중에서도 환히 웃는 사람은 의외로 미즈키였다. 미즈키는 게게로의 부축을 물리고 현관에 쭈그려 앉아 키타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키타로. 오늘은 학교에서 뭐 했어?"

"키타로가 학교에서 가족 소개를 했다네."

"어쩜 그렇게 잘 그렸는지! 미즈키도 꼭 봐야 한다니까요?"

"그래? 그러면 내가 사준 크레파스 가지고 갔겠네! 어땠냐, 잘 그려지지?"

"네, 덕분에요 삼촌."

한 번 더 '삼촌'이라고 말하자, 이번에는 울 것 같은 얼굴로 키타로를 세게 끌어안았다.

아직 인간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포옹은 그저 기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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