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1
첫 만남
*이곳의 역사는 실제 역사와 무관함을 알립니다*
아으… 춥다. 추워. 세상에 별별 옷들이 다 나오는데 어떻게 따뜻한 옷 하나가 안 나올 수 있지? 옷이란 본디 실속을 챙겨야지. 하여튼 다들 예쁜 것만 찾아서는-
눈으로 보기도 전에 코끝을 스쳐가는 비릿한 쇠냄새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간이 인간의 목에 칼을 쑤셔넣었다. 동족상잔의 모습에 그만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못 하고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숨쉬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살인마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본 눈동자가 활처럼 휘었다.
“도망가면 죽인다.”
괜히 그거 몇 분 좀 집에 일찍 간다고 사람 한 명 없는 골목길을 지나다간 대가를 이렇게 돌려받을 줄은 몰랐다. 엄마가 큰 길로 다니라고 할 때 진작에 들을 걸. 엄마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댔는데. 역시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눈 앞의 살인마는 자기가 쑤셔박은 칼을 뽑고 나뒹굴고 있는 커다란 자루 안에서 푹 적신 천과 제 얼굴과 손, 칼을 닦고 새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그리고 피가 튄 옷과 시체는 자루 안에 넣고 그 자루를 또 다른 자루에 넣어 무슨 김치싸듯 이중삼중으로 꼼꼼하게 묶었다. 그리고 그 자루를 들처매고 소매에서 꺼낸 천으로 칼을 야무지게 둘러감고 다시 제 소매에 넣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사람 죽이면서 피 한 방울 바닥에 튀지 않은 게 뿌듯하기라도 하는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또 사람 하나를 어깨에 들처맸으면서 가벼운 걸음걸이로 내게 걸어왔다. 본능적으로 주저앉은 채 몸이 뒤로 주춤거렸으나 살인마의 발걸음이 훨씬 빨랐다. 기어코 내 앞에 다다른 살인마는 한쪽 무릎을 구부려 내 눈 높이에 맞췄다.
“혹시 튼튼하고 손재주 좋은 직원 한 명 안 필요해?”
응? 직원..? 그러니까 이거 지금… 일자리 구하고 있는 건가?
“요즘 불황기라 그런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네.”
물론 내가 지금 골동품 가게를 하나 운영 중이긴 한데. 직원까지 먹여살릴 수 있을 정도로 잘 되지는 않는데.
“많이 안 바라. 숙식만 해결해 줘. 그럼 뭐든지 다 할께.”
어? 그래도 되나? 내가 알기론 옛날에 노예들이나 그랬지 않나?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나? 아닌데…
“싫어? 싫으면 너도 여기 자루에 넣고.”
“안 그래도 요즘 직원 하나 필요했는데 잘 됐네요!”
특별히 선심이라도 쓰듯 일어나서 손을 내밀었다.
“그럼 안내해.”
한 두번 한 게 아닌지 깊게 베어있는 피비릿내에 선뜻 손을 잡지 못했다. 머뭇거리며 망설이자 자루를 힐끗 보는 모습에 덥석 손을 잡았다. 내가 여기 처음으로 국가라는 걸 만들 때부터 살아와서 아는데, 대체적으로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더라. 그래, 일단 살고 봐야지.
작가의 몇 마디
돼지랑 부대끼면서 살다가 바로 코앞에서 돼지를 죽인 멧돼지에게 자길 키우라며 협박 당한 주인공의 심정을 서술하시오.(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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