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2
휴우~ 역시 꿈... 이길 바랐는데
간만에 눈이 일찍 떠진 것은 둘째치고 뭔가 굉장히 개운하고 상쾌했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상쾌하다니 역시 살인현장을 목격하고 살인마를 우리집에 들였던 건 전부 꿈이었군.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기분좋은 아침을 맞이할리 없어.
기분 좋게 방에서 나와 우리집 냉장고를 뒤지고 있는 어제 꿈에 나온 살인마와 인사했다.
“기껏 냉장고까지 사놓고 왜 인육밖에 없어?”
“제가 고기를 좋아- 아니, 네?”
“인육, 이거 사람 아니야?”
그… 보통은 자기 동족이 냉장고에 들어있으면 당혹감이라던가 혐오감 같은 게 들지 않나? 왜 저렇게 자연스러워?
“뭐, 사람마다 취향은 다 다른거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이거 그냥 구우면 돼?”
“어… 그건 육회거리고요. 그 밑에 있는 게 구이용이에요.”
내 말을 따라 허벅지살을 꺼내 기름을 두르고 굽기 시작했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올라오니 우선 밥부터 먹고 겁을 줘서 쫓아내던가 그냥 기회를 엿봐서 죽여야겠다 마음먹고 밥상을 폈다.
텔레비전 켜서 뉴스나 보고 있으니 어느샌가 다 구워서 밥상에 올렸다. 어제 손질한 거라 그냥 굽기만 해도 맛있었다. 남이 해주는 밥이 대체 얼마만- 이 아니라! 저게 언제 날 죽일 줄 알고! 정신차려! 겉보기에는 덤덤해보이지만 속으로는 엄청 당황했을거야! 저거봐. 정작 본인이 못 먹고 있잖아.
“왜 안 먹어요? 맛 없어요?”
“아, 먹어도 돼?”
고개를 끄덕이자 씹기는 하는 건지 거의 마시는 수준으로 삼키더니 접시를 금방 비웠다. 그리고는 굽고 먹고 굽고 먹고를 반복하더니 혼자 근 세 끼를 비웠다. 역시 죽여야되나 고민하고 있는데 어느샌가 살인마가 깎아주는 토끼모양 사과를 넙죽 받아먹으며 드라마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게다가 언제 했는지 설거지에다 빨래, 방청소까지 전부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먹고 자기만 하면 되는 삶이라니. 이거 나름 괜찮을지도? 자기 숟가락 알아서 떠다먹다 못해 내 것까지 같이 놔주는데 같이 살까? 쟤 먹을 인간까지 잡으면 1주일만에 들킬테니까 대충 돈 쥐어주면 알아서 장보고 자기 음식 자기 알아서 할 거 같은데. 게다가 식비고민까지 손재주 하나로 해결해줬다. 손재주가 좋다는 건 빈말이 아니었는지 근 수백년간 풀지 못 했던 내 근육뭉침을 풀었다.
그래 사장된 자로써 식비 정도는 감당해야지. 비록 일반 성인의 3배정도 들지만 그래도 월급보다는 싸게 먹히니까.
작가의 몇 마디
무임금 집사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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