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3

자기소개

“저기 있잖아.”

“왜 그러세요?”

“원래 이렇게 3일 연속으로 아무것도 안 팔려?”

갑작스런 정곡에 넘기던 차를 다시 뿜을 뻔 했다. 흠흠, 질문이 갑작스러워서 그렇지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것도 그럴께 이 가게는 딱히 돈 벌려고 차린건 아니니까. 엄마가 공간만 차지하는 이 쓸데없는 것들을 좀 버리던지 팔라고 해서 골동품 가게를 차리기는 했지만 엄마의 말처럼 세상에는 아직 이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장사가 되지는 않는다.

“이건 그냥 취미고 제 벌이는… 아, 마침 저기 제 손님 오시네요.”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옛날 격식을 전부 갖춘 진짜 비단 한복을 입고는 풍채도 꽤 크신 것이 어딜봐도 회장님 폼을 뽐내며 단골이 오셨다.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요즘은 장사가 좀 되나봐? 저리 직원까지 들이고.”

“아, 직원은 아니고, 제자입니다. 저도 영원히 이 가게를 맡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긴, 자네를 본지도 꽤 되었지. 그럼 오늘도 잘 부탁하네.”

멀뚱멀뚱 날 바라보는 저 녀석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상담실에 들어갔다. 방석에 마주앉자 자연스레 회장님께서 고민거리를 주욱 늘어놓으셨다. 짧게 요약하자면 제 아들 녀석이 단순히 회장님의 사업을 물려받기 보다는 저가 직접 사업을 새로 꾸리고 싶다고 하는데, 역시 사장님 아들 답게 독점욕이 장난 아니군.

“그래서 말인데 어디 아들 녀석이 정신 차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겠나?”

“흠,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꼭 첫째여야만 합니까? 회장님의 자녀분은 네 명 아니었습니까?”

“내 자식들이지만… 다른 아이들은 회장을 할 대목이 되지 못 해. 둘째는 허구헛날 모든 건 하느님의 뜻이니 어쩌니 하고, 셋째는 자기는 그런 머리아픈 직책보다는 적당히 취미로 회사원이나 하며 살겠다고 외국으로 도망갔고, 넷째는 이제 겨우 10살인 것도 있지만 자기는 화가가 되겠다며 예술혼을 불태우더군.”

참 다들 회장님의 고집만큼은 기가막히게 닮았군. 그나저나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법이라… 옳거니, 여기엔 그 놈이 제격이지.

머리카락 한 가닥을 뽑아 서랍에서 꺼낸 짚인형에 집어넣고 후~ 하고 바람불었다. 그러자 짚인형이 꿈틀거리더니 말까지 했다.

“그만 좀 부르라고! 너한테 잡아먹힌 것도 억울해 미치겠는데 좀 쉬기라도 하자!”

“그럼 지금이라도 성불하던가.”

“어쭈? 해봐.”

“하여튼 한 마디를 안 져.”

이 녀석과 대화하다 보면 나만 열받아서 빠르게 회장님께 넘기자 순순히 회장님의 손에 들어갔다. 어차피 할 거면서 괜히 튕기기는.

“사람 홀리는 건 그 녀석이 제격입니다. 적당히 아드님이 주무시는 방에 던져놓으면 알아서 바꿔놓을 겁니다.”

“늘 쓰는 거지만 역시 내 아들 녀석에게 쓰려니 조금 찝찝한데 뭐 저주를 씌운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럼요. 어디까지나 단순하게 이 녀석이 꿈에 들어가서 아드님을 설득시키는 것에 불과합니다.”

찝찝해하면서도 짚인형을 소매에 넣으셨다. 마지막으로 짚인형은 반드시 돌려주셔야 한다고 주의를 드린 후, 볼일도 끝났겠다. 회장님 배웅도 해드릴 겸 가게 밖에 나가자 수행비서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돈다발 한 개를 건넸다.

“어머, 오늘 같이 가벼운 상담은 그냥 몸만 오셔도 되는데.”

“우리 사이에 또 무슨 내숭인가. 다음에 오면 효과 좋은 놈으로 골라주기나 하게.”

그렇게 하하호호 웃으며 헤어지자 살인마 답게 기가막힌 은신술로 숨어있다 이제서야 내게 말을 걸었다.

“이러고 얼마 받아?”

돈다발을 세어보자 정확히 만원이 나왔다. 확실히 평소보다 적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일반 월급의 2~3배 정도는 나가니. 그나저나 다행이군. 안 그래도 이제 슬슬 잔고가 바닥나던 참이었는데.

“오늘은 정말 단순히 고민 상담이었으니 이 정도지만 평소에는 보통 서류가방에 돈 채워서 주시죠. 보통 제 손님 중에는 높으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럼 방금 짚인형이 말한 건 뭐야?”

“제가 지금까지 먹은 인간 중 한 명이에요. 저는 단순히 인간의 몸뚱아리도 먹지만 영혼까지 먹어치울 수 있거든요. 간혹 쓸모있는 영혼들은 이렇게 남겨두기도 하고요.”

이것으로 궁금증이 전부 해결되었는지 세상엔 별별 희한한 것들이 다 있다며 가게에 들어가 상담실을 정리했다.

보통은 이런것 쉽게 믿지 않던데, 꽤 금방 납득하네. 전에 본 적이 있나? 아니면 본인도 평범과는 다른 특수한 뭔가가 있다거나?

작가의 몇 마디

사실 제가 취미로 가게차리기 해보고 싶어서 이런 설정 넣은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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