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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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가져. 너 이거 좋아하잖아.” 며칠 보이지 않던 패러독스가 대뜸 선물이라며 내민 것은 디아볼릭 에스퍼였다. 도미네이터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이 짜증 나고 귀찮은 사념체는 어느 날부턴가 집에 멋대로 눌러살며 제 관심을 끌려고 온갖 수작질을 해댔다. 꼭, 그 애와 똑같은 눈을 하고서는 사람 속을 온통 뒤집어놓는다. 그러더
에드워드는 소란에 눈을 떴다. 머리가 멍하고 어지럽다. 일단은 몸을 일으키려 손을 짚자 딱딱하고 거친 석재의 촉감이 느껴졌다. 바닥은 아니다. 에드워드는 원형 경기장마냥 둥그렇게 네다섯층의 관객석이 있는 방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리 넓진 않았지만 빈자리 없이 사람이 가득 차 있는 것이 100여명은 되어 보인다. 자기들끼리 떠들며 웅성거리던 정도에 불과하
자해, 자살에 대한 직·간접적인 묘사가 존재합니다. 1. 비어있는 방. 깔끔하고 반듯하게 정리된 모든 물건들을 성의 없이 눈으로만 훑고 지나친다. 어제와 다를 것 없군. 지금 몇 시지? 오전 2시 16분 53초. 네가 방 밖에 있을 만한 시간은 아닌데도 비어있는 것이 거슬린다. 커피라도 타러 간 걸까. 아니면 자기 전에 목욕이라도 하러 간 걸지도
마마디에 -> 도미매패 그것에게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팔 가득히 끌어안아도, 목덜미에 코를 박고 살냄새를 들이키려 해도, 여전히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차라리 비린 피 냄새라도 나길 바랄 만큼이나 텅 비어서 내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꾸만 상기시킨다. 생의 온기가 없는 가죽은 언뜻 흉내만 낸 입자 덩어리 같다가도 눈이 내리는 겨울
나는 언제나와 같다.백만가지 상실 위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 하여 멈추지 않는다. 파도에 쓸려간 모래는 행성 반대편의 해안에 다시 쌓인다. 내 상실이 방황하다 쌓일 곳은 오래 전에 정해져 있다. 따라서, 나는 언제나와 같다. 오늘 내가 갈 곳은 어제도 간 곳이요, 내일도 갈 곳이다. 쉼터 하나 잃었을 뿐이니 목적지가 달라지진 않는다. 깜깜한 하늘 위
1. 애드는 과거의 따뜻한 손길을 기억한다. 작지만 강하고 곧은 마음. 옅은 보랏빛이 도는 긴 은발을 무릎을 베고 누워 올려다보던 하루. 안타깝게도 이제는 없는 것이다. 그의 어머니를 부르는 말이 아니다. 루를 말한다. 아직은 웃고 울고 했던 날의 루. 같은 것은 다정한 어머니도 활기차던 루도 이제는 멀기만 하다는 점이다. 루는 애드가 그들과 처음
디셈디에 -> 오버매패 1. 한 손에는 따뜻한 커피를 들고, 한 손에는 파일 뭉치를 들고 오버마인드가 연구실 문을 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연구실 한 귀퉁이에는 부른 적 없는 반가운 손님이 앉아있었다. 지난주에 평소보다 유독 말이 많길래 그 마지막 날처럼 한동안 못보나 싶어 걱정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었나보다. 어쩌면, 몇 년 만일 수도 있겠
자살에 대한 간접적인 표현 有 1.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돌덩어리처럼 무겁고 지루하다. 숨 한번 쉬기가 그렇게 힘들어서 내가 여기에 있어서는 안되는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런 생각이 드는 평범한 하루.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단지 언제나와 달랐던 점은 출장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놓인 아름답고 깊은 겨울 바다였다.
※ 자해 및 자살, 신체 결손의 직접적인 묘사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소재에 불쾌함을 느끼시는 분들은 주의해 주십시오. 1. 오후 10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퇴근하기 꽤 늦은 시간이지만 나에겐 이른 시간이다. 그렇다고 아주 일찍도 아니지만. 직장인이라면 고작 30분이라도 집에 일찍 간다는 건 웃음이 절로 지어질 일이다. 그러나 나는 대문 앞에
1. 모든 것이 흘러들어오고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고요하고 소란스러운 틈새. 나는 부유한다. 떠오르는가 가라앉는가. 흉내를 멈추고 의지가 옅어지면 비로소 나는 비좁고 드넓은 이 틈새에 빠짐없이 존재한다. 이곳은 요람처럼 안락하고 요람처럼 나 외에는 전부 외부의 것이다. 천장에 달린 모빌, 벽면을 채운 책과 장난감, 아기를 돌보는 부모. 이처럼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