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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광언.

우당탕.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면서 큰 소리가 났다. 갑작스럽게 현실로 내던져진 나는 둔중하게 몰려오는 통증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구겨져 있었다. 요 며칠 계속되는 불면 속에서 웬일로 깊이 잠들었나 싶더니 가장 보고 싶으면서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의 꿈을 꿔버린 탓에, 지금 처박혀 있는 구석이 밀그램의 개인실이라는 걸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려 버려서, 일어나면서 나는 또 한 번 벽에 크게 머리를 박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 격통에는 잠이 깨고 말았다. …… 아팠다. 신체보다도, 정신이. 찔끔 눈물이 나는 것을 닦아내고 나는 마저 자는 것을 포기하고 방문을 열었다.

당연하지만 새벽 네 시에 복도를 배회할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열한 명에 토끼(토끼?) 하나 있는 작은 사회가 쥐 죽은 듯 고요해지는 시간. 한참을 의미 없이 서성여봤지만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덜컥 외로워져서, 나는 부러 식당에 가 엎드려 누웠다. 방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꿈의 잔상이 흐릿해질 때까지는, 다른 감각을 이것저것 덮어씌워서 희미하게 만들기 전까지는.

혼자 있다 보면 아무리 의식해도 결국 그 사람을 떠올려버리고 만다. 스스로의 좁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그고, 이곳에서는 계속해서 나의 ‘죄'를 되새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참회하고 고개를 숙이기에는 나에게도 일상이 있어서. 믿어주고 의지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조금은, 당신에게…… 억울한 마음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을 경멸할 수밖에 없어서. 그 모든 복잡한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설령 그게 도망치는 셈이 되더라도.

누군가 이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어떻게 변명할지, 내심 기대하면서 누워 있다 보니 복도 저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후우타와 유즈리하 양 사이에 작은 마찰이 있는 것 같았다. 신경쓸 사건이 생긴 것에 조금은 달가워하고 조금은 아쉬워 하며 나는 그 사이에 들어가 앉았고, 그 이후로는 하나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해서, 유쾌한 어조로 떠벌거리다 보면 금방 또 그럭저럭 즐거워졌다. 이곳을 나가지 못함을 끔찍해하는 미코토나 후우타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솔직히 그렇게까지…… 싫지 않았다. 어리거나 젊은 아이들을 잔뜩 보고. 뭔가 아는 척 잘난 체 할 수 도 있고. 강제적으로 부대끼며 사소하고 즐거운 일들도 생기고. 그래, 꽤 괜찮은 도피처라고 느꼈다. 정확히 명기된 건 아니어도, 3심이라는 기한도 정해져 있고. 언젠가는 끝이 다가올 인연들이니까, 미적지근하고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책임 없이 늘어놓아도 괜찮잖아. 알아들어 주면 고맙고 그렇지 못하면 당연한 말들을 나누다 보면, 조금은 혼자만 알아듣는 스스로의 언어에 취할 수가 있어서…….

깨어 있는 매 순간의 감각에 충실해야 해. ——나는 젓가락을 집어들고 합장했다. 적어낸 메뉴를 최대한 반영해주려 애쓰는 정체모를 영양사나, 조금이라도 더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어린 간수나, 이 안에서도 고마울 만한 일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만끽하자. 그리고 감사하자. 어둠 속에서 두 눈을 번뜩이는 고양이 괴물(化け猫)을 최대한 달랠 수 있도록. 그리고 조금은, 당신 생각을 덜 할 수 있도록.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광언극.

카테고리
#2차창작
캐릭터
#카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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