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권태.
꼬박 사흘, 간수 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원형 복도를 빙글빙글 돌며 종종 가림문 너머로 귀를 기울이던 나는 때가 왔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마음의 각오를 할 시간 정도는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사건사고들을 침음하며 흘려보낼 수 있을 준비를 할 정도의 여유. ……전혀 대비라곤 할 수 없는 그런 안일한 각오.
꽤나 오랫동안, 귓가에 목소리들이 속삭여지곤 했다. 방패, 희망, 심하게는 구세주라고까지.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하는 것이 마땅하니 습격을 알아차린다면 당연하게 막아서기는 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분명히 전해두었을 텐데. ——그러니까 용서해달라는 건 아니라고.
편리한 재주를 다수 타고났으니 나는 분명 운이 좋은 편이었다. 남들만큼 하지 못하는 것으로 괴로워하는 아이가 옆에 있는데 겸양을 떨 만큼 못된 성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럼에도 그 [능력]이라는 건 언제나 내게 책임을 지워서. 모든 것을 내던지고 소리치며 부숴 버리고 싶은 충동을 강제로 잡아당겨 [바른] 길로 내모는 목줄 같은 거라서. 그것이 이유가 되어 잘못이 참작되는 상황 같은 건 바라고 있지 않았다. 네가 할 것은 잘못을 판단하는 거지 적당히 눈감아주는 게 아니었다.
“질린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 나는 뒤늦게 깨닫고 입을 닫았다. 간수 군을 원망할 생각은 없었다. 도리어 그 아이에게는 측은한 정이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들리는 이 목소리들은, 얼굴도 사정도 몰라서인지 짜증이 치솟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두 번이나 용서받아 놓고, 아프고 다친 사람들 앞에서 팔자 좋은 투정이라 해도 할 말이 없었지만, 그와 동시에 전부 식어버린 티를 맘껏 내고 다니는 카시키 양이 부러운 면도 있었다.
……늘 이렇게 단호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구는 것이 나의 나쁜 버릇이었다. 그렇다 아니다, 자르지 못하고 그렇지만, 을 따지는 좋지 못한 버릇. 그러니 질리는 건 근본적으로 나 자신에 대해서겠지.
귀찮네. 용서한다든지 하지 않는다든지. 그런 삼자의 오만에 의미가 없음을 알면서도 기대하고 마는 나라든지. 나는 분명 이해자를 바랐으나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따라서 밀그램과 그 아이에게 품은 소망도 아주 사소한 한 가지였다. 용서와 불용이 아닌. 정답과 오답이 아닌. ……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에, 당연히 가져야 할 태도.
“——잘 자, 간수 군.”
나는 듣는 사람 없을 인사를 속삭이곤 발걸음을 돌렸다. 어차피 마주보기 전까진 모른다. 네가 나를 제대로 들여다봐 주고 있는지 같은 건. 지금은 조금이나마 안식을 빌어주는 게 어른의 도리겠지. 방학숙제를 미루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앞일을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자 흡연실로 향했다. 내뿜는 연기로 잠깐이라도 개운한 기분이 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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