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

04.

꿈.

하루카(@haru_0622_001)와의 DM 대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선행 로그 카즈이 -> 하루카 (하루카 로그 제발 봐주세요)


이상하지. 녀석에게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을 텐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순수함이라더니.

방에 돌아와 거울을 봤더니 눈가가 새빨갛게 부어 있었다. 운 기억은 없었는데 세 시간 정도 운 것 같은 탈력감이었다. 이 정도로 진이 빠지는 건 오랜만이었다. 아니, 오랜만이라고 해도 되나. 제일 마지막 기억이 흐릿할 정도인데.

하루카는—— 열 명의 살인자를 모아둔 이 밀그램 안에서도 확실하게 사람을 제 손으로 죽였음이 드러나는 아이였다. 조금의 눈치와 추리력이 있다면 그 녀석이 어린애를 목졸라 죽였음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건 아마도, 용서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냉정하게 말해, 참작의 여지가 없는 살인이니까. ………… 그런데도 용서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거였다. 남에게 과도하게 신경쓰지 않기를, 일정 이상의 선을 침범하지 않기를, 몇 번을 다짐했는데도, 합리로 눌러둔 감정이 문득문득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애초에 그 녀석은, 내가 묻어둔 감정 그 자체였으니까.

사랑을, 받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 있어도 좋다고, 숨겨왔던 [틀림]을 드러내도 받아들여주었으면 했다. 날 때부터 달랐던 걸, 그래도 상관없다고 해 주었으면 했다. 이해해주었으면 했다. 쓰다듬어 주었으면 했다. 어루만지듯이 소중히 해 주었으면 했다. 비록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라도.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는 괴물이라고 해도.

내가 포기한 그 꿈을, 아직 소중히 가지고 있는 아이를… 내버려둘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인간도 아닌 놈이다.

——있잖나. 살고 싶다는 게 나쁜 마음인 건 아니잖아. 내던져진 목숨이라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

유즈리하 양에게 말했던 것도 같다. 그 아이는 단호하게, 그런 심정으로 살아있을 바에는 죽는 게 낫다고 했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올곧음으로 자신을 불태울 수 있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서. 태어났을 때부터 일그러져 있어서 남에게 폐를 끼치고 해를 입혀야만 살 수 있는 사람도 분명히 있는 거라서.

내 꿈은 아내를 죽였다. 하루카의 꿈은 아이를 죽였을 것이다. 그래, 어쩌면 죽이지 않는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럼에도 죽여 버린 우리는 죄인이다. 부정할 생각은 없다. 매도당해도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꿈을 꾼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한다면, 그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태어난 것이 잘못이라고 한다면 살지 말아야 한다는 소리다. 살아있기 위한 노력을 그만두라고 하는 건 죽으라는 소리다.

그게, 살인자와 다를 게 뭔데.

…….

나는, 분명 후회하지만 반성은 하지 않고 있었다. ……어쩐지 맥없이 웃음이 나와서, 빼둔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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