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바람.
축하할 일도 아닌데 파티를 연다니 조금 웃긴 일이지. 어차피 내일이면 사라질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건 바보처럼도 보일 거야. 그렇지만 말이다, 사람은 원래 비합리적이고 미련한 생물이야. 순간의 기쁨이 하루를 살게 하고 찰나의 추억이 십 년을 버티게도 해. 그러니까 이 촌극도 무의미하진 않을 거야. 모든 게 끝나는 때에 아주 잠깐 스쳐갈 주마등의 일부가 된다면, 붉음도, 금빛도, 시릴 정도로 투명한 청량함이나, 단순히 커피에 우유를 섞었을 뿐인 카페오레도 만들어진 쓰임은 다 한 거겠지.
그렇게 사람이 붐비지는 않았는데도 싱크대에는 잔이 가득 쌓여 있었다. 원래 조주뿐 아니라 요식업이란 모두 설거지와의 싸움이니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얇고 두꺼운 유리컵 하나하나를 깨트리지 않게 조심해 가며 쏟아지는 물에 세제를 흘려보내고 있으면 이제는 정말 간수 군이 다시금 잠들 때가 왔다는 실감이 났다. 앞으로 또 얼마간은— 통제되지 않는 지옥일 테지. 서로를 증오하거나 원망하거나 공격하기도 할 거야. 깨어나지 않는 간수를 중앙에 두고 용서받은 사람도 용서받지 못한 사람도 스스로의 아픔을 곱씹으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거다. 며칠일지 몇 주일지 몇 달일지도 모르는 채로.
시도우 군과 나는 또 한창 바빠질 테다. 후우타에게 잔뜩 못마땅한 소리를 들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이들은 불안해 보였고, 다친 사람은 여전히 잘 걷질 못하였으며, 틀어박힌 사람들은 얼굴 한 번 보기를 힘들었다. 혼란스러운 2심이었다. [죄]가 아닌 [쓸모]나 [위험]에 따라 마음이 기울었을 법한 두 번째의 심판. 아마 유즈리하 양이라면 분노를 넘어 증오할 정도의 느슨함이겠다만, 그런 점이 오히려…… 우리를 판단하려 애쓰는 상대가 인간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니 이것은 헌정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을 막간의 틈새를 위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긴장 위의 평화를 위한. 냉정을 방해하는 요소가 사라질 최종 심판 전, 눈먼 채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위한.
그래, 위선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아직은 바라.
모두가 평온하기를.
거짓이 아닌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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