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이야기꾼의 이야기

낙원탈출기록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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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전, 황폐한 땅 위의 허름한 집에,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한 멍청한 계집아이가 살았습니다. 그 애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은 비참하고 잔인했기 때문에, 그 아이의 마음은 항상 여기가 아닌 다른 시간, 다른 나라를 날아다니고 있었지요.

  그 아이가 이 세상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 아이를 하늘에 바쳤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는 구름 위의 천국에서 천사들과 살게 되었습니다. 티없이 자신을 보고 웃는 얼굴에서, 제 말들에 눈을 빛내고 흠뻑 빠져 꼭 쥔 작은 손들에서, 네, 심지어 울고, 짜증내고, 떼를 쓰는 모습에서조차도 처음으로 지금 여기 이곳에서 냄새맡고 만질 수 있는 낙원을 발견했지요.

  ...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천사들의 눈을 가리고 우리에 가둬두는 것이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결코 지금 여기, 우리가 딛고 있는 세상을 모르게 하는 것이었어요. 어째서일까요. 어떻게 생각하면, 그것은 제가 평생을 원해왔던 것이었는데도, 그것이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 그리고 숨이 막혀 곧 죽을 것만 같은 지경에 이르렀을 때, 이곳에 '새'가 날아들어왔지요. 군주들에게 새벽을 알리고, 이 울타리를 부수고 가세할 것을 우짖으려 했던 새가요. 감시자들은 곧 그의 목을 비틀었지만, 저는 그 때 제가 무엇을 소망하고, 무엇을 기다려야 할지 알았어요.

지금도 그 때도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이 하려고 했던 것이, 제가 유일하게 다른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만은 알았습니다... ...

  모르는 시련이 닥쳐올지라도, 위엄과 용기를 가지고 맞이할 수 있는 힘과 자세를 전하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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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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