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우주, 나의 우주.
쿠라마 우시오 X 카구야 무네우지
#주간창작_6월_1주차
< 무지개 >
*사귀고있습니다.
무우-.. 무네우지는 밤하늘을 좋아한다.
"무-쨩, 어때?"
"..."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통신에 집중하는 무-쨩은 늘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럼에도 내가 곁에 있다는것을 알아주는건 알고있다. 별로 감사의 말은 따로 하지 않아… 우리에겐 이게 당연한거니까.
가느다란 손가락에서부터 태어나는 기계를 두드리는 일정한 간격의 탭음, 삐-삐- 소리를 내며, 어디에 도착하는진 나로선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닿았으면 하는 소망이 담긴 모스부호의 기계음. 응답을 바라는 무네우지의 목소리가 밤하늘의 초원에 얕게 퍼진다.
" ... 후우, 역시 오늘도 실패인가.. "
" ... 그럴 때도 있는거지. "
'그럴때'가 벌써 3년은 훌쩍 넘었지만, 이런 말로밖에 위로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통신은 특기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건 무거운 짐이나 나르고.. 뭐, 필요없어보이긴 하지만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거야. 그러고 가끔 야외에서 먹을 디저트 만들어가기정도.
무-쨩은 이런걸로도 매우 고마워한다. 고마운걸로만 따지면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데도.
이제 돌아갈까, 하고 운을 띄우니 예쁘게 반짝이는 은색의 눈이 끈적하게 나의 다리를 붙잡았다. 이 공간에 조금 더 있고싶다고 말 하는 듯, 색소가 옅은 우주가 무네우지의 눈에 떠오른다. 밤하늘 아래의 무쨩은 뭐랄까, 외계미인이 있다면 이런느낌인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통신이 끝나고 난 뒤 나란히 앉아 하늘을 보며 별을 찾는 일은 거의 루틴이 되었다. 플라네타리움은 누워서 보니까 굉장히 졸리기때문에 늘 잠들어버렸고, 덕분에 무쨩이 열심히 설명한듯한 이런저런 이야기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은 채로 가지고있다.
" 내일은 낮의 별이나 보자. "
무-쨩은 이렇게 둘만이 있는 시간을 밤만으로도 만족해?
무-쨩이 알아듣지 못 하였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여 나를 쳐다본다. 밤하늘도 좋은 느낌이지만 사라락 내려온 투톤의 머리가 우주보다 예쁘다. 갑자기 생각 난 대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걸 자각하고나니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올라온다. …촌스러워.
무네우지랑은 낮에도 밤에도 함께다. 그도 그럴게 룸메이트니까, 가끔 내가 집으로 귀가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함께 있다는 소리이다. 그럼에도 ‘내일도 함께 있자’ 라는 소리는 그거다. 그거.
“ 데이트의 이야기인가? ”
그래 데이트. 제대로 알아들었잖아 무-쨩도… 얼굴이 화끈해지는 느낌이 든다. 무쨩은, 또 온화한 표정으로 웃고있다.
“ …신간, 재고 확인하러 갈거니까. 나간 김에 이것저것. ”
“ 응, 좋다고 생각해. 그럼 오늘은 내일을 위해 일찍 들어가도록 하자. ”
그렇게 이른 시간은 아니긴 하지만… 오늘 못들은 분만큼 밤에도 들려주려나. 자느라 못 듣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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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이다 …
바보같이 일기예보를 확인 안했어.
창틀을 두드리는 물이 튀는 소리에 몸이 움찔거린다. 꽤 오는것같아. 덕에 수업은 집중도 안되고 시선이 계속 창을 향한다. 무쨩은 성실하게 패드에 시선을 고정시키고있다. 정말 존경스러워. 우산이 없는건 그녀석들도 비슷할텐데 있다고 해도 그자식들 손탄건 별로 빌리고싶진 않고. 비가 오는 날은 좋아하지만 이런 상황은 꽤나 곤란하다.
“ 우-쨩 ”
무-쨩이 가방을 매고 옆으로 다가왔다. 종이 언제 울렸는지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 비 내리는 하늘이나 멍하니 보고있었기 때문에 예쁜 얼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우-쨩. 어쩌지 비가와서. …그러게 어쩌지, 앓는 소리를 내며 우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비는 이후에 그친다는 예보가 있는것같아. 지금은 우산도 없어서 귀가도 불가능하니 우리 부실로 가자, 우-쨩. ”
“ …? 갑자기? ”
“ 어제 우-쨩이 말 했잖아, ‘낮의 별이나 보자’고.”
그건, 그렇긴 하지만… 정말 별을 보자는 얘기는 아니였고, 갑자기 떠올랐을 뿐이니까 그만 잊어주었으면 좋겠는데. 뒷말은 삼킨채로 별 다른 반응은 하지 못 했다. 이왕 부실에 갈거면 조용하고 사람없고, 무-쨩이 좋아하는 스위츠나 만들 수 있게 우리부실이 좋지 않나 했지만 무-쨩, 오늘은 그런 기분이 아닌가봐.
데, 데이트… 하자고 말을 꺼낸건 나니까, 지금은 무-쨩이 하고싶은대로 하고싶어.
“ 여기라면 별을 볼 수 있지. ”
“ 어-… 그러네. 창문도 크고… ”
확실히 천문학부라 그런지 부실에 별자리나 별, 우주의 사진이나 그림이라든지. 여러가지가 정신없을정도로 많이 붙어있다. 기숙사의 방보단 조금 어수선한게 모두의 손이 닿은것일까, 생각하니까 썩 좋은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하반신이 물고기라든가, 말이라든가. 신화생물이 잔뜩 그려져 있는 벽도 있어. 괜히 기분나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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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쨩이 말한대로 낮의 하늘에도 별은 떠있지. 밤처럼 눈에 띄게 보이지 않을 뿐 항상 우리의 위에서 반짝이고 있는것이다. ”
아, 그렇다고 낮의 하늘을 망원경으로 쳐다보거나 하진 말아줘. 태양이라도 보게된다면 눈이 아플테니까 말이야.
그런건 초등학생도 당연히 알고있겠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무-쨩의 모습은 굉장히 평온하고 즐거워보인다. 이런 점이 정말 좋아. 자신이 좋아하는것에 진심이고. 엉뚱한 모습도 예전이랑 변한게 하나도 없어 … 창틀에 턱을 괴고 듣고있자니 잠이 몰려온다. 무네우지 더하기 빗소리 ASMR도 좋은데… 아까보다 소리가 약해졌어.
“ … 아, ”
" 왜 그래, 우-쨩? “
비가 그친다 … 뱉을것을 전부 뱉은 구름이 아까보다 하얗게 변한게 보인다.
“ 비가 그칠건가봐. 슬슬 나갈 준비를 할까? 본래의 목적을 잊으면 안 되잖아, 우-쨩. ”
이제 진짜 여름인가. 본래의 목적이라는 말에 낯이 뜨거워져 괜시리 뒷목을 벅벅 긁었다. 그래. 오늘의 진짜 목적은 데이-
“ 신간을 사러 간 뒤에는, 그래. 저번에 우-쨩의 추천이였던 파르페를 먹자. ”
“ … … 어. ”
그래. 신간… 데이트… 둘 다 좋은 느낌을 주는 단어임은 확실하다. 어찌되었든 비는 완전히 그친듯 하여 바깥으로 나갈 수 있기때문에 나갈 준비를 하려고 몸을 일으키자 뭔가 일사분란하게 기분 나쁜 인기척이 사라졌다. 이 부실, 우리 말곤 아무도 없는게 맞았던거지?
“ 앗, ”
“ 무-쨩 왜그래? ”
무-쨩이 멈추어서 창 밖을 바라본다. 무-쨩의 눈에 하늘이 비치는 … 엇,
“ 무지개다. ”
“ 아아, 무지개구나. ”
구름과 구름 사이로 반원… 아냐. 이 건물은 높은곳에 위치해서 그런지 아래까지 훤히 보인다.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것보다 조금 더 둥글게 이어진 무지개가 시야에 들어왔다. 색이 이렇게 잘 보이는건 조금 오랜만일지도.
“ 뭔가… 무지개는, 은하수랑 비슷해보이네. ”
“ … 우-쨩. 굉장히 소설같은 표현이었어. 대단한걸. ”
갑자기 카운터 치는건 그만둬줄래, 무-쨩… 정말이지 한결같아.
무-쨩이 커다란 창을 연다. 아직 수분기가 빠지지 않은 바람이 시원하게 부실을 가볍게 훑고 지나간다. 무-쨩의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붉어진 내 얼굴을 보고 웃으면서 정돈되지 않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두가지 색의 머리카락이 예쁘게 정돈된다. 정말이지…
무-쨩은 정말이지 우주를 닮았다.
밤의 우주도, 낮의 우주도.
모든게 무-쨩같다.
ℱ𝒾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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