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chell

01

아난탈라

미첼의 정원에는 지금도 흰색 섞인 붉은 장미가 피어나 있다. 아주 오래전, 소녀가 소년보다 키가 컸을 때, 장미향이 나는 꽃차와 크림을 바른 딸기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라고 굳게 믿던 시기에 심긴 것이다. 미첼은 이 장미 묘목이 시들지 않도록 신경 써서 돌보았다. 이따금 정원에 공간이 부족에 몇 번 옮겨심기도 했지만, 결코 시들지는 않도록.


아난탈라와 지낸 시간은 미첼에게 있어 마지막 유년기였다. 친구가 이그레튼으로 떠난 뒤 명목상의 교양 수업은 엄격한 예법 수업이 되었고, 왕자의 일과표는 빈틈 없이 빽빽해졌다. 철은 어느 날 갑자기 드는 것이 아니었다. 하려던 말을 삼키는 스승들의 입가에서, 만날 때마다 기대와 경계를 동시에 하는 귀족들의 인사에서, 자상한 것 같다가도 갑작스레 화를 내는 누나와 형에게서 조금씩 찾아왔다.

오랜만에 수도에서 다시 만났을 때 미첼은 아난탈라보다 훌쩍 키가 커져 있었다. 공식 석상이었으므로 살가운 애칭을 부르지도 못했다. 예법에 맞춰 손등에 입을 맞추는 왕자는 그때 이미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있었다.

2왕자는 아무것도 바라서는 안 된다. 기대와 경계 사이에서 안전하고 정확한 줄타기를 하기 위해서는, 왕성에 걸린 초상화 이상도 이하도 되어서는 안 된다.


미첼의 정원은 아주 아담하다. 많은 것을 심을 수 없는 작은 울타리다. 것은 무엇이든 절대 시들게 두지 않는다. 정성껏 돌보았기에 아름답고, 아담하기에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느 하나를 돌보느라 다른 것에 소홀해지지 않아도 된다...

미첼은 거기서 만족하기로 한다.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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