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orf

그러므로 제일은 사랑이라.

Redorf

이하는 개인적 해석을 덧붙인 현대 환생 AU입니다.

종언자의 저주에 걸렸던, 타락한 가논돌프는 완전히 소멸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저주에 걸리기 전의 너그럽고 현명했던, 아레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섞인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가논돌프의 혼은 이 부분을 기반으로, 저주와 함께 사라진 부분을 천천히 수복합니다.

그리고 한참 뒤 미래, 현대화가 끝난 하이랄. 겔드 사막은 교역 도시로 번성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척박하지만, 더 이상 배척받지는 않는 곳이 되었습니다. 아레나가 바라마지않던 대로요.

이곳의 아레나는 자수성가한 젊은 사업가로,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무역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종의 사회 환원 사업으로서, 고향의 빈민 거주지역에 대규모의 번듯한 고등교육기관을 세웁니다. 졸업생들은 대개 아레나의 회사에 취업하거나 훌륭한 재원으로서 세계 각지로 퍼져나갑니다.

아레나는 이사장으로서 매해 비정기적으로 학교에 방문하곤 합니다. 실질적으로 운영에 개입하지 않는 바지이사장이지만 시설이나 수업을 직접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학생을 스카웃하기 위함이에요. 종종 요청이 있으면 모티베이션 강연...같은 걸 할 것도 같네요. 어찌됐든 성공한 사업가니까요.

학생들 사이에서 통하기로는...걸어다니는 소원수리함? 그런데 이제 최고결정권자에게 직통으로 연결되는.

그리고 가논돌프는 이 학교의 체육특기생입니다. 교육의 직접적인 수혜자이기도 하네요. 학교 주변의 슬럼가 출신으로,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뒤 종목 가릴 것 없이 온갖 스포츠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체육인입니다.

두 사람의 첫만남은 상당히 운명적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학교에 방문해서 괜찮은 인재를 모색하던 아레나는 교장으로부터 체육특기생 하나가 유독 두각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를 만나러 운동장으로 나간 아레나의 눈에 축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들어와요.

그 무렵, 별안간 잘못 걷어차인 공이 아레나가 서 있는 쪽으로 날아옵니다. 아레나도 동체시력이며 반응 속도가 부족한 편은 아니지만, 예상 밖의 상황이라 특별히 대처하지 못하고 굳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가논돌프가 달려와서 날아오는 공을 막아 줍니다.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아레나와 무심하게 공을 다시 저편으로 차 버리는 가논돌프. 그는 그리고 나서야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사과를 건넵니다. 멍하니 서 있던 아레나는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면서 명함을 꺼내 쥐여주어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그분이 잠시 굳어 있으면, 아레나가 졸업하고 할 일 없으면 내 밑에서 일해 볼래? 하고 묻습니다. 그리고 눈높이보다도 위에 있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훌쩍 떠나갑니다.

재회는 몇 년쯤이 지난 뒤예요. 아무래도 졸업은 해야겠지요.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제안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가논돌프가 염려하면서도 아레나의 회사로 찾아가면, 아늑하고 깔끔한 회장 사실私室로 안내받아요.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맞아 주는 아레나가 있습니다. 기억보다 조금 더 완숙해진 모습으로요.

실은 회사에서 지원하는 스포츠 팀에 스카우트할 생각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전생의 영향을 받던 아레나는 무심코, 내 경호원으로 일해 주지 않겠니? 하고 묻습니다.

대답은 당연히 수락입니다.

아레나의 직속 보디가드이자 어느 틈엔가 비서로도 일하게 된 가논돌프는 첫 등장 이래로 오랫동안 근거불명의 스캔들에 시달립니다. 공식, 비공식 가리지 않고 언제나 붙어다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언론이며 네티즌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먹잇감이죠.

어떤 추측에도 아랑곳않고 비즈니스 관계인 듯 굴던 두 사람이 돌연 결혼 소식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열 살에 가까운 나이차, 고용주와 경호원이라는 위계를 비롯해 온갖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전부 무시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올립니다.

두 사람은 식을 치렀어도 여전히 회장님과 그 최측근으로서 일상을 계속할 거예요. 그렇지만 동거도 하고,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휴일을 함께 보내고, 그린 듯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겠죠.

그러다 보면 언젠가 아이가 생길지도.

여름은 ‘열다’의 명사형.

무엇인가가 열리고 있다.

영원히.

/사각계절, 정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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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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