¹ 이블린 세렌느. 유년기.
"뭐야?"
"잠깐, 저 애 설마…."
"아마 생각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우와아…아기가 되어버렸어…."
한가로운 중얼거림을 끝으로 시선이 죄 몰려들었다. 그 중앙에 서서 관심을 한몸에 받는 꼬마 여자애는, 한눈에 보기에도 일단 시선이 훅 낮았다. 정수리가 모여든 사람들의 허리쯤에나 올까. 반짝이는 가는 금발이 단발머리가 되어 어깨 위에서 그대로 흐트러진다. 조금 앙상하긴 하지만, 초등부 교복을 야무지게 챙겨입고 품에 새까만 양장 책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까지 영락없는….
"아니, 근데 쟤는 저 나이에도 저런 거 읽고 다니냐?"
품에 끌어안은 책을 알아본 비비안이 먼저 질색을 했다.
"애기잖아,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끼어든 테스가 급하게 말린다. 그러더니 쫙 손을 뻗어 꼬마 이블린을 달래려 든다.
"……."
정작 이블린은 개의치 않는 낯으로 제 앞을 우르르 가로막고 선 언니들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눈치였다. 이윽고 갸우뚱, 한 차례 고개가 기울어진다. 뭐라도 물으려는 것처럼 입이 가만히 벌어지는 찰나.
"너~무너무 귀여워…. 카푸치노가 한 번 안아볼래~!"
잠자코 물끄러미, 어린 이블린을 바라보던 카푸치노가 잽싸게 쪼그려 앉아 시선을 맞추고 팔을 벌렸다. 헤실거리며 웃느라 한 차례 눈가가 휘어진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어린 이블린은 빤히 올려다보다가, 어깨를 움츠리고 한 번 더 안고 있던 책을 고쳐 안았다. 별로 내키지 않는 건지, 아니면 눈치를 보는 건지, 머뭇거리는 태세였다. 그걸 보던 비비안이 뒤에서 무미건조한 어조로 빈정거린다.
"카푸치노, 그래봤자 의미없는 짓이야. 어려져봤자 쟤는 걔라고. 그걸 끌어안고 싶어? 쟤가 들고있는 책 안 보여?"
"…그치마안…저렇게 귀엽잖아…."
"맞아, 그래도 어린애잖아. 너무 뭐라고 하진 마."
"……."
저를 두고 한바탕 언쟁을 벌이려는 기세가 시작되는 언니들을 보다가, 이블린이 눈을 깜빡인다. 이윽고 벌어진 입에서 작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엣취."
아주 작은 재채기.
잠깐 침묵이 맴돌았다.
"……그러고 보니 쟤 좀 허약하지 않았던가?"
비비안의 멍한 중얼거림 뒤로, 시선이 한군데 모인다. 이를테면 한눈에 봐도 앙상한 손발목이나, 품이 넉넉하게 남는 교복이나, 창백하니 핏기 없는 안색 같은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든 세 사람의 뒤로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이블린은….
"다, 담요!!"
"야, 아무나 외투라도 가져와봐!"
"…일단 안, 안으로 들어갈까…?!"
……그런 시끄러운 말을 남기며 우르르, 정신없이 어려진 이블린을 번쩍 들고 학교 내로 몰려들어가는 세 사람을 뒤에서 바라보던 하이반이 허, 하는 웃음을 뱉는다. 어이없다는 듯한 비웃음에 가까웠다. 저것들, 다들 알고는 있었지만….
"…바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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