² 정연우. 유년기.


 "오빠, 나 케이크도."

 빨대를 물고 딸기 요거트 스무디를 쭙쭙 빨던 정연우가 뻔뻔하고도 당연한 얼굴로 요구하며 다리를 흔들었다. 평소에 느슨하게 묶고 다니던 머리칼은 망아지처럼 뛰어노느라 죄다 풀려버려 어깨 위에서 엉망진창으로 흩어진지 오래였다. 옷자락은 죄다 무슨 흙먼지를 뒤집어썼고, 그런 주제에 지친 기색 없이 눈이 초롱초롱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개판이라고 부르기엔, 그래, 뭐랄까…. 앞에 더 처참한 '개판'이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딸기?"

 반쯤 남은 스무디를 확인한 최현이 해탈한 음성으로 묻는다.

 "응, 딸기!"

 무슨 폭탄이라도 맞은 꼴을 한 최현은 지친 낯을 하고 지갑을 들고 일어섰다. 오빠, 다녀와~테이블에 앉아 뒤에서 손을 흔드는 꼴이 해맑았다. 카운터로 발걸음을 돌리며 최현은 터덜터덜 걷다 말고 마른세수를 했다. 연우씨, 진작 알고 있었는데 여덟 살 때는 기력이 더 넘쳤네요…. 그리고 그건 확실히 낡고 지친 고2한테는 버거운 기력이었다. 

 그랬다. 얼마나 기력이 넘쳤는지 정연우는 최현의 손을 붙잡고 오전 내내 오락실, 노래방, 식당 찍고 이번엔 놀이공원 반일권을 끊어야겠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거부권은 없었다. 그대로 롯X월드로 끌려가며 최현은 한탄했다.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안 그래도 가뜩이나 넘치는 체력의 소유자가 누구도 못 말린다는 리틀몽키어쌔신시절로 돌아가버린 것? 아니면 내 체력? 그래, 어쩌면 후자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후자가…. 

 덕분에 오만 놀이기구를 알차게 도장깨기한 정연우를 '오빠 죽을 것 같다'라고 엄살(엄살이었나? 사실적시였을 것이다….)을 부려 간신히 카페로 끌고 들어온 참이었다. 유일하게 다행인 점이었다면 여덟 살의 키인지라 키 제한이 있는 대부분의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들은 결국 탈 수 없었다는 점이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뭐랄까, 여덟 살때도 작았네.'

 힐끗, 저쪽 테이블에 앉아서 토끼 귀 머리띠를 쓰고 다리를 흔들거리는 정연우를 힐끗 본 최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키 작은 건 저때부터 여전했구나. 체력 좋은 것도. 성격도 다를 바 없네…. 

 …나랑은 좀, 딴판인가.

 "손님? 주문하시겠어요?"

 멍하니 생각하던 상념을 카운터 앞에 마주 선 아르바이트생이 깬다. 최현은 황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아, 딸기 생크림 케이크 하나랑 가토 쇼콜라 케이크 하나요." 

 "적립 멤버십 있으신가요?"

 "아뇨, 없어요."

 알바생의 질문을 대충대충 흘려들으며 최현은 쥐고 있던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상념은 관둘 때였다. 어떻게든 앉아 있는 시간을 늘려서 체력은 확보하고 기력은 빼 둔다…. 마치 전투에 임하는 각오를 굳히며, 최현은 가만히 카드를 리더기에 꽂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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